대표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국토연구원, 강원랜드 등 주요 기관들이 수장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공공기관장은 통상 정권 교체 이후 정부정책을 가장 이해하고 진행할 수 있는 인물이 자리했다. 또 대통령의 핵심 인사를 배치하는 자리로도 활용됐다.
이번 정부에서는 인선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지연의 배경에는 제도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을 무리하게 교체하는 과정에서 법적 문제가 발생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 정부 역시 임기 보장 인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교체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인사를 임기 중 교체하지 못했던 사례 역시 이러한 흐름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정치·노선 충돌 본격화
정치권·관가에 따르면, 공기기관장 선정이 미뤄지고 있는 이유로는 지방선거가 거론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낙하산 인사를 단행할 경우 여론 역풍이 불어닥치기 때문이다. 이에 여권이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동시에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하는 실무형 전략도 인사 지연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는 기존 민주당의 이념 중심 노선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성과 중심의 기관장들을 선정하는 방향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뽑는다는 의지다. 이에 인사 기준 역시 전문성과 정책 수행 능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LH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전·현직 내부 인사 3인을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내부인사였던 만큼 2009년 LH 통합 출범 이후 17년 만의 내부 출신 사장 배출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국토교통부는 이를 거부했다.
LH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업을 수행하기에 내부 인사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반려 사유로 명시했다. 2021년 LH 직원 투기 사태 이후 강력한 혁신안이 이행 중이지만, 내부 이해관계에 묶인 수장으로는 조직 문화를 바꾸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분석된다.
특히 최근 임명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인 김태승 인하대 교수는 대선 캠프 출신이 아닌 물류 전문가다. 정치적 공신보다 전문성을 앞세운 사례로 평가된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가 향후 공공기관장 인선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당과 대통령실 간 인사 갈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당 지도부가 추천한 인사 명단이 대통령실에서 수용되지 않으면서 인선이 지연되고 있다는 목소리다.
◇ 핵심 인프라 공백 현실화
기관장 공백 장기화는 정책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핵심 기관만 보더라도 LH는 사장 공백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며 공공주택 공급 컨트롤타워 기능이 약화된 상태다. 약 160조원 규모 부채 관리와 3기 신도시 사업 지연, 조직 개혁 등 주요 과제가 쌓여 있지만 이를 총괄할 리더십이 부재하다.인천국제공항공사 역시 사장 사퇴 이후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으며, 항공사 통합에 따른 운항 재편과 보안 강화, 인공지능 기반 운영 고도화 등 핵심 과제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와 국가철도공단도 공모 절차에 들어갔지만 실제 임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랜드의 경우 기관장 부재가 27개월에 달하면서 추진 사업이 지지부진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강원랜드의 3조원이 투입되는 핵심사업인 ‘K-HIT 프로젝트’가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삼걸 강원랜드 사장이 2023년 12월 물러난 이후 직무대행 체제로 버티는 모습이다. 직무대행 체제도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이미 의사결정 지연에 따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는 중장기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치 일정에 따라 인사가 지연될 경우 정책 추진 속도와 현장 대응력이 동시에 떨어진다”고 말했다.
◇ 조직 흔드는 리더십 부재
공백 장기화는 조직 내부 사기 저하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 공기업 차장급 관계자는 “정권 교체 이후 기관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직원들의 심리적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며 “일부 직원은 전임 경영진과 손발을 맞춰봤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그는 기관장 성향에 따라 조직 분위기와 성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앙정부와 소통이 원활한 인사가 오면 사업 추진이 빨라지고 조직 분위기도 개선되지만, 특정 분야에만 치우친 인사가 오면 직원 처우나 조직 효율이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사를 미루는 것 자체가 비효율이며, 현재는 조직 방향성이 불명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직원들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이재명 정부, 공공기관장 인선 시험대
공공기관장 인선 지연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국정 운영 전반의 실행력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주택 공급과 교통 인프라, 에너지 정책 등 핵심 과제가 공공기관을 통해 추진되는 만큼,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정책 효과 역시 반감될 수밖에 없다.현재 흐름으로 보면 이들 기관 모두 새 수장 선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선이 지연될수록 현장에서는 중요한 의사결정이 미뤄지고, 정치 일정에 따라 인사가 늦어질 경우 정책 공백과 현장 혼선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 일정과 노선 변화, 계파 갈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상황에서 공공기관 인사 정상화 시점과 방향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역량을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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