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8조 3210억 원 규모의 회사채가 쏟아져 나온 가운데, 그룹별·기업별 성적은 발행 규모와 투심 사이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특히 재계 서열 상위인 현대차그룹이 막대한 물량을 쏟아냈음에도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던 반면, 한화와 LG그룹은 조 단위 유효수요를 쓸어 담으며 희비가 갈렸다.
현대차 3개 사 평균 3.84대 1…한화 12.25대1 · LG 8.49대1
1월 공모채 시장의 최대 ‘큰손’은 단연 현대차그룹이었다. 현대제철(5000억 원), 현대트랜시스(3900억 원), 현대건설(3300억 원) 등 주요 계열사 3곳이 시장에 나오며 총 1조 22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발행사 2개 이상이 참여한 주요 그룹 중 유일하게 ‘조 단위’ 발행을 기록하며 전체 시장 물량의 상당 부분(약 14.7%)을 차지했다.그러나 내실은 발행 규모에 미치지 못했다. 현대차그룹 3개 사의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3.84대 1에 머물렀다. 이는 1월 전체 시장 평균 경쟁률인 5.93대 1을 한참 밑도는 수치로, 주요 비교 대상 그룹인 한화(12.25대 1), LG(8.49대 1), 롯데(6.94대 1), 신세계(6.08대 1)와 비교했을 때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특히 현대제철은 2500억 원(최초 신청 기준) 모집에 9750억 원의 주문을 받아 3.9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고, 현대트랜시스(2.76대 1)와 현대건설(5.35대 1) 역시 시장 평균을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는 연초 국고채 금리가 전 구간에서 상승세로 돌아서며 크레딧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의 매력이 희석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고채 10년물과 회사채(AA-) 3년물의 금리 차가 6.5bp까지 좁혀지는 등 가격 메리트가 낮아진 상황에서, 기관 투자자들이 건설·철강 등 경기 민감업종의 대규모 공급 물량에 대해 보수적인 선별 대응에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한화그룹과 LG그룹은 현대차그룹보다 적은 발행 규모에도 불구하고 매수 주문이 대거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투자증권 두 곳이 나서 총 8000억 원을 발행했는데, 평균 경쟁률은 무려 12.25대 1을 기록했다. 주요 그룹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호조’라는 확실한 실적 모멘텀을 등에 업고 1월 시장의 주인공이 됐다. 2500억 원 모집(최초 신청)에 3조 23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몰리며 12.9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11.13대 1의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다.
LG그룹 또한 LG유플러스와 팜한농이 총 6000억 원을 발행하며 평균 8.4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LG유플러스는 통신업 특유의 현금 창출력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2500억 원 모집에 2조 3500억 원(경쟁률 9.40대 1)의 주문을 확보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성장성(방산)’과 ‘안정성(통신)’이라는 확실한 키워드에 베팅한 것이다.
KB증권 최대 발행… AA급 편중 구조 재확인
개별 기업으로는 KB증권의 행보가 두드러졌다. KB증권은 단일 기업으로는 1월 최대 규모인 80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최초 신청액 4000억 원 대비 3배가 넘는 1조 3000억 원의 수요를 모으며(경쟁률 3.25대 1) 무난하게 물량을 소화했다. 증권채에 대한 우려가 일부 잔존함에도 불구하고, KB금융지주의 지원 가능성과 AA+라는 우량 등급이 투자 심리를 지지한 것으로 분석된다.이 밖에 한국항공우주산업(5000억 원, 7.48배), CJ제일제당(4900억 원, 5.76배), 포스코퓨처엠(4500억 원, 2.52배), 대신증권(4000억 원, 7.43배), 이마트(4000억 원, 6.47배) 등도 3000억 원 이상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A+ 등급인 메리츠금융지주는 신종자본증권 900억 원 발행을 목표로 했으나 수요예측 참여금액이 880억 원에 그쳐 0.98대 1의 경쟁률로 미매각을 기록했다. BBB 등급인 에스엘엘중앙 역시 400억 원 모집에 330억 원의 주문만 들어와 0.83대 1의 경쟁률로 체면을 구겼다. 공사채와 은행채 등 초우량물 공급이 확대되는 가운데, 기관 투자자들이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면서 비우량 등급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낮아진 탓이다.
2026년 1월 회사채 시장은 외형적으로는 8조 원이 넘는 발행을 기록하며 활발해 보였으나, 내막은 ‘선별적 투자의 심화’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중의원 선거 이후의 재정 확장 우려와 미국 경제의 이중성(실물 지표와 체감 경기의 간극)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경고한다. 특히 일본發 금리 상승 압력이 국내 채권 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2월 이후 회사채 시장도 그룹별, 등급별 자금 조달의 온도 차는 좁혀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금리를 높게 부른다고 해서 자금이 모이는 시기는 지났다. 발행사들은 확실한 펀더멘털과 실적 모멘텀을 증명해야만 깐깐해진 기관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참고]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이 2026년 1월 한 달간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공모 일반 회사채 및 자본성 증권 발행신고서를 전수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질적인 시장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은행채·여전채·ABS 및 수요예측 미실시 건은 제외한 수치를 기준으로 분석했습니다.
두경우 한국금융신문 전문위원 kwd122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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