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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지연' 발생해도 OOO 인상이 먼저…건설사들은 왜 멈췄나

조범형 기자

chobh06@fntimes.com

기사입력 : 2025-12-18 16:58 최종수정 : 2025-12-18 17:09

입주민·소상공인 피 마르는 '강대강' 대치
지체상금보다 '적자' 무섭다… 셧다운 택한 건설사들

2023년 12월 당시 중단된 대조1구역 공사현장./사진제공=조범형 기자

2023년 12월 당시 중단된 대조1구역 공사현장./사진제공=조범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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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지난 2022년 6월 대한민국 재건축 사상 최대 규모인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현장이 멈춰 섰을 때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공정률 52% 상황에서 유치권 행사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던 이 사건은, 결국 서울시의 중재와 공사비 증액 합의를 거쳐 6개월 만에 재개됐다. 당시 1만2000여 가구의 입주 예정자들은 이주비 대출 이자와 입주 스케줄 붕괴로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냈다.

업계에서는 둔촌주공 사태를 보며 충분히 학습했다고 믿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와 상업시설 현장의 타워크레인이 잇따라 멈춰 서고 있다. 건설사들이 공기 지연에 따른 막대한 '지체상금(지연 배상금)'을 감수하면서까지 현장을 봉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설사들이 배수진을 친 가장 큰 이유는 '생존을 위협하는 원가 상승'이다. 2~3년 전 착공 당시 확정한 계약 금액으로는 현재의 자재비와 인건비를 도저히 맞출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실제로 시멘트와 철근 등 핵심 원자재 가격은 단기간에 30~50% 이상 급등했다. 여기에 숙련공 부족으로 인한 노무비 상승과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이자 부담까지 겹치면서, 건설사의 실행 예산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상태다.

문제는 경직된 계약 구조에 있다. 상당수 민간 공사 계약서에는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특약이 포함돼 있다. 시행사는 이 계약서를 근거로 증액을 거부하고, 건설사는 유치권 행사로 맞서는 양상이 반복된다.

공기를 지키지 못할 경우 하루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지만, 현재 건설사가 떠안아야 할 공사비 격차는 현장당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한다. 결국 건설사 입장에서는 '적자 시공으로 인한 파산'보다 '법적 분쟁을 통한 차악'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현장 셧다운의 고통은 고스란히 서민과 지역 사회로 전이된다. 현대건설이 시공하던 대조1구역 공사가 중단됐을 당시, 인근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현장 맞은편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한 상인은 "공사가 멈추자마자 매출이 40% 가까이 빠졌다"며 "직원을 줄여도 버티기 힘든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하도급 업체들의 연쇄 도산 위기, 입주 지연에 따른 예비 입주자들의 자금난 등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합의되더라도, 증액된 공사비는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고통이 전가되는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저금리와 안정적인 물가 덕분에 '일단 짓고 나중에 정산하자'는 방식이 통용됐다. 하지만 지금은 공사 강행 자체가 기업의 존폐를 가르는 리스크가 됐다. 업계에서는 이제 '선(先) 증액 합의 없이는 공사 재개도 없다'는 태도가 일반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특정 주체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공사비 조정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높이고, 민간 공사에서도 물가 변동을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며 "공사 중단이 일상이 되기 전에 위험 분담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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