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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고려아연에 2.5조 베팅한 까닭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기사입력 : 2025-12-17 10:38

직접 투자로 안정적 핵심광물 확보
하워드 러트닉 "美 안보 판도 바꿀 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제공=미국 상무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제공=미국 상무부

[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 미국 정부가 전략산업 공급망 자립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민간 기업에 대한 직접 지분투자를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고려아연에 2조500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입한다. 보조금으로 기업을 유인하던 과거 방식을 넘어, 우방국 핵심 기술을 자국 안보 시스템 안에 통째로 편입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총 11조 원을 투입해 '미국 제련소(U.S. Smelter)'를 건설한다. 시설 투자(Capex)에만 약 10조 원(66억 달러)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미국 정부는 이 프로젝트에 총 23억6000만 달러(약 2조4600억 원) 규모 자금을 투입한다. 구체적으로는 미 전쟁부와 투자자들이 21억5000만 달러(약 3조2000억 원)를, 상무부가 CHIPS법에 따라 2억1000만 달러(약 3100억 원)를 지원한다. 미국 정부는 고려아연이 생산할 핵심 광물에 대한 '우선적 매수 권한(Preferred Access)'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투자는 단순 보조금을 넘어 지분 투자까지 병행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경제 우방 기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방위적 공급망 구축에 나서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 고려아연을 최적의 파트너로 낙점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 상무장관은 이번 투자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는 핵심광물의 판도를 바꿀 획기적인 딜(Transformational deal)"이라며 "이를 통해 미국은 항공우주, 국방, 반도체, 자동차 등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13종의 핵심 전략 광물을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6개월 간 약 100억 달러(약 14조7000억 원) 이상 자금을 투입해 US스틸과 인텔, MP머터리얼즈, 트릴로지메탈스, 웨스팅하우스 등 핵심 광물과 IT, 에너지 분야 기업 지분과 워런트를 확보했다.

이는 갈수록 심화되는 '자원 무기화' 리스크에 대한 선제 대응이다. 현재 미국의 아연 수입 의존도는 73%에 달하며 안티모니(85%), 비스무스(89%), 갈륨(100%) 등 주요 핵심광물 자립도 역시 취약한 수준이다.

미국이 고려아연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고려아연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미국이 선정한 핵심광물 60종 중 12종(안티모니, 비스무스, 코발트, 구리, 인듐, 연, 니켈, 은, 텔루륨, 아연)을 이미 생산 중이다. 오는 2028년 갈륨과 게르마늄까지 추가되면 총 14종 공급이 가능해진다.

고려아연 역시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시장 내 영향력을 극대화할 전망이다. 현지 노후 제련소 폐쇄와 환경 규제로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고려아연 복합 제련소는 미국 내 수요를 흡수하는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한미 양국 경제적 파트너십이 한층 견고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 투자를 넘어 한국과 미국 간 경제안보 동맹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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