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현장 / 사진 = 장호성 기자
이에 더해 ICT·AI에 대한 채용 분야를 나누고, 전문 경력직 채용을 늘리면서 인문계 취업준비생들의 은행 입성이 더욱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신입 채용 규모는 64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명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 봐도 지난 2023년에는 1880명을 뽑았지만 지난해 1270명으로 채용 규모가 대폭 줄었고, 올해는 1215명으로 더욱 감소했다.
이 같은 은행권 신입 채용 감소의 원인은 수년 째 계속되는 경기 불황과 금융의 디지털·AI 전환이다.
경기 악화와 디지털·AI에 대한 투자 확대로 비용 효율화의 중요성이 커졌고, 비대면 금융 서비스 확산으로 유지비가 비싼 지점들을 대폭 줄이면서 직원들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국내 영업점은 총 3759곳으로, 3920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61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임직원 수 역시 7만 2713명에서 7만 1548명으로 1165명 줄었다.
수년 전에는 일반행원 직군을 뽑아 디지털·ICT로 부서로 배치해 교육했지만, 현재는 모든 시중은행이 채용 분야를 나누고 있다.
국민은행은 신입공채 분야를 UB(Universal Banker, 일반행원)과 ICT부문으로 나누고 있는데, ICT 부문의 경우 다시 IT와 IT플랫폼개발 등 직무별로 구분해 채용한다. 필기전형 없이 코딩테스트와 면접 전형으로 선발하는 것이 ICT 부문의 특징이다.
우리은행도 채용 분야에 'Tech' 부문을 마련했고, 하나은행은 종합금융(일반행원)과 ICT에 더해 디지털·AI 부문도 따로 채용했다.
NH농협은행도 학력·연령·전공·자격 등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열린 채용'을 진행하지만, 채용 분야는 일반행원과 IT·디지털 등으로 나눴다.
디지털·IT·AI 부문 경력직의 증가도 신입행원 채용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치열한 DX·AX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각 전략별 즉시 투입이 가능한 인재가 필요하다보니 경력 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IT 경력직의 연봉 수준이 특히 높은 편이라 신입을 더 뽑기 어려워졌고, 은행 자체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IT·AI 신입채용 인원은 줄일 수 없으니 일반 행원 직군의 채용 수를 감축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이달에만 ▲기업여신심사 호스트 및 서버업무 개발 전문직 ▲Data Architect 전문직 ▲IT 기술전략 아키텍트 전문가 전문직 경력 채용을 진행했고, 신한은행도 ▲블록체인 사업 기획 경력직 ▲UI Design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임베디드금융, 알뜰폰, AI 고도화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인 우리은행은 ▲디지털 페이먼트 및 연계 서비스 기획/운영 ▲MVNO 플랫폼서비스기획 ▲Front-end 엔지니어(AI전략센터) 부문의 경력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AI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농협은행도 IT·디지털 경력 담당자를 뽑는 중이다.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근절과 고객 정보보호 문제가 강조되면서, 관련 IT·보안 관련 경력직 채용도 늘고 있다.
IBK기업은행이 이달 초 올린 하반기 정규직 수시채용 모집 분야 4개 중 3개 부문이 디지털 보안 분야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경영학과를 비롯한 인문·상경계 취업준비생을 많이 뽑았지만, 지금은 금융 DX·AX 추세로 디지털 활용 능력이 굉장히 중요해졌다"며 "인문계 출신에 디지털을 교육하는 것보다 IT 전공자에 은행업을 교육하는 것이 쉽다는 인식도 있어, 이공계를 선호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귀띔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