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CC 서울 사옥 전경. /사진제공=KCC
KCC는 지난 24일 오전 8시 12분 정규장 개장 직전에 '자기주식 활용계획'을 공시했다. 이는 지난 7월 회사 출범 이후 처음 내놓은 기업가치제고계획 연장선으로 재무 전략의 일환이다. 당시에는 '자산 효율화 및 자본구조 최적화'만 언급하며 구체적인 세부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KCC는 전체 발행 주식의 17.24%에 해당하는 153만2300주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교환사채(EB) 발행과 소각,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에 나눠 활용할 계획이다. EB 발행에 88만2300주(57.58%), 사내복지기금 출연에 30만주(19.58%), 자사주 소각에 35만주(22.84%)를 배정했다.
다만 아직 이사회 결의 전으로, 향후 이사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EB발행은 올해 4분기, 자사주 소각과 복지기금 출연은 올 4분기부터 내년 1분기 사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자사주 전체 소각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본다. 국회가 현재 자사주 의무 소각에 대한 내용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임직원 보상과 우리사주조합 출연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자사주 보유를 허용하는 내용도 논의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직원 주택자금이나 학자금 대출, 의료비 지원 등에 활용되는 복지 재원이다. 자사주는 회사 자금으로 매입된 주식이기 때문에 의결권이 없지만, 복지기금과 같은 제3자에게 출연될 경우 의결권이 살아난다.
특히 금융자산 비중이 큰 KCC가 지난 7월 HD한국조선해양 주식을 기초로 8828억원 규모 EB를 발행해 차입금을 상환한 것처럼, 이번에도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지분율 10.1%)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경희 LS증권 애널리스트는 "기관 투자자들의 주된 요구는 2012년 매입한 삼성물산 주식의 유동화"라며 "배당수익률이 1.34%에 불과한 삼성물산 지분을 활용하지 않고, 4300억원 자사주 EB를 발행한 점은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이례적인 의사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어나기 위한 정부 및 자본시장 움직임과 반대되는 행보"라고 평가했다.
자사주 소각을 일반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주주환원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EB 발행에 활용하면 주주환원 의지가 약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주를 담보로 EB를 발행할 경우, 경영권 희석 없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상증자와 달리 신주를 발행하지 않아 기존 주주의 지분율도 유지된다.
현재 KCC는 정몽진 회장이 지분 2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35.61%에 달한다. 여기에 자사주까지 합하면 지분율이 50%를 넘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자사주 활용계획 발표 이후인 24일 KCC 주가는 전일 대비 11.75% 감소한 36만8000원에 마감했다. 25일 종가는 전일보다 1.36% 내린 36만3000원을 기록했다.

자료제공=딥서치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