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상장 기업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명인제약
18일 업계에 따르면 명인제약은 이날부터 오는 19일까지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다. 공모가는 5만8000원이며 상장일은 다음 달 1일이다.
앞서 명인제약은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그 결과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인 5만8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수요예측에서는 국내외 기관투자자 2028곳이 9억1434만2000주를 신청해 488.9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체 참여 물량의 99.99%(가격 미제시 포함)가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에 주문을 넣었다.
공모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69.6%로,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확약 비율 77.4%) 상장 이후 가장 높다.
다만, 명인제약 지분의 74%를 오너 일가가 갖고 있는 것과 관련해 보호예수 기간 6개월 이후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리스크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지경숙 명인제약 재경부 이사는 “이행명 회장이 창업자임을 감안하면, 6개월 뒤 (보유 지분) 전량이 시장에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국내 1위 CNS 전문 제약사를 넘어 글로벌 제약 회사 도약 의지를 드러냈다. 그 일환으로 명인제약은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명인제약은 발안 제2공장 부지 내에 펠렛 전용 공장을 신축해 국내 최대 규모의 펠렛 제형 생산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펠렛 제형은 의약품을 작은 과립 형태로 만든 것으로, 복용 편의성과 지속성 측면에서 우위를 갖추고 있다.
회사는 올해 준공을 시작으로 내년 시험 가동과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인증을 거쳐 2027년부터는 최소 연간 2.5억 캡슐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아울러 명인제약은 이탈리아 뉴론(Newron)과의 협력을 통해 조현병 신약 ‘에베나마이드’ 국내 독점 권리를 확보하고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은 “상장을 통해 차세대 제형, 신약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필요한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명인제약의 IPO 추진을 두고 승계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 탄탄한 재무구조와 수익성을 갖추고 있어 외부 자금 조달이 필요하지 않다는 시각에서다. 지난해 명인제약 부채비율은 8.8%이며, 현금성 자산(단기투자 자산 포함)은 2800억 원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2694억 원, 영업이익은 927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30%에 달한다. 이는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 10~20%대에 비해 높은 수치다.
현재 명인제약 기업가치는 5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상속이 이뤄진다면 최대주주 할증과세가 적용돼 상속세율이 60%에 이른다. 하지만, 상장사가 되면 시장 주가로 상속세가 매겨진다. 공모가를 기업가치보다 낮게 책정해 상장하면 상속세 부담을 낮출 수 있게 된다. 공교롭게도 명인제약은 공모가 산정 피어그룹(비교회사)으로 주가수익비율(PER) 10 초반, 주가순자산비율(PBR) 1 수준의, 소위 저평가 기업을 선택했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IPO를 추진할 경우, 고(高) PER·PBR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 공모가를 높인다. 하지만 명인제약은 공모가를 낮추는 선택을 했다. 제약업계 평균 PER·PBR은 각각 30배, 3배로 명인제약의 비교회사는 이보다 현저히 낮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명인제약이 상속증여세율을 낮추기 위해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비상장사는 자산과 수익을 공정가치 평가로 증여세를 낸다”면서 “상장사는 주가로 평가해 비상장사가 증여세를 낮추려고 상장 후 주가를 억누르는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이를 정면 돌파했다. 이 회장은 지난 15일 기업설명회에서 “승계 목적 상장이 아닌 글로벌 파트너십과 우수인력 확보 차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해외에서 파트너십을 맺을 때와 신입사원 채용에 있어서도 비상장사가 걸림돌이 됐다”며 “대주주 지분이 충분한 상황에서 단지 승계를 위해 상장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장 후에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3~4년 안에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