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업계에서는 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을 제기하며 단순 표심을 얻기 위한 공염불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각각 게임 관련 공약을 내놓으며 표심 잡기에 나섰다. 코로나19 이후 게임 산업이 점차 커지면서 대선 후보들은 콘텐츠 수출액의 63%를 차지하는 게임업계 표밭을 예의 주시 중이다.
먼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강조한 공약은 e스포츠 육성이다. 이 후보는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으나 수익성은 줄어드는 문제를 꼬집었다.
시장 조사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e스포츠 산업 시장 규모는 21억2000만달러(약 3조500억원)를 기록했으며, 2032년에는 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도 2023년 기준 2569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성장했다.
다만 국내 e스포츠 수익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2023년 e스포츠 게임단의 투자 금액은 1115억원으로, 2020년(528억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게임단은 여전히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예컨대 세계 최고 e스포츠 선수 ‘페이커’ 이상혁을 보유한 T1도 2023년 매출이 328억원으로 전년 대비 44.4% 증가했지만 비용 또한 24.1% 증가한 448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수익성 문제와 함께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 위상이 약화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e스포츠 산업이 커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싱가포르, 미국 등이 종주국인 한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업계는 거버넌스 측면에선 한국이 다소 뒤처진 모습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후보는 부산 지역 공약에 진흥 사업을 주관하는 e스포츠 진흥재단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e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재단이 설립되면 구단 유치 및 운영 인센티브, 상설 리그 활성화, 전문 인력 양성 등 기업의 비용 부담 완화와 신규 진출 기회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 이 후보는 e스포츠 박물관 조성, e스포츠와 지역 관광을 연계하는 특화 상품 개발, e스포츠 중장기 발전 로드맵 수립, 국산 e스포츠 종목 국제 대회 채택 지원 등을 방안으로 내세웠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창작 환경 개선과 산업 생태계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게임 투자, 제작 금융 등에서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강조했다.
현행법상 게임 제작비는 영상 콘텐츠와 달리 세액 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김 후보는 게임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해 게임산업이 영상·영화 등 여타 콘텐츠 산업과 동등한 조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단 공약을 내세웠다.
김 후보는 “구체적으로 대기업 5%, 중견기업 10%, 중소기업 15%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해 기업 규모별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김 후보는 “이 제도 도입 시 5년간 약 1조6000억원의 추가 투자가 유발되고, 순편익은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를 통해 게임업계의 창작 환경을 개선하고, 제작비 부담을 완화해 혁신적 콘텐츠 개발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후보들 중 유일하게 P2E(돈 버는 게임)에 대한 제도적 합법화를 추진하겠단 입장을 분명히 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P2E 게임은 국내에서만 사행성 우려로 제도적 규제가 존재했다. 그러나 규제는 곧 창작 생태계를 제약한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이 후보는 P2E 게임을 허용해 게임 생태계 질적 성장을 주장하며 게임산업 혁신을 위한 공약을 강조했다. P2E 관련 규제의 정비 필요성을 언급하고, 게임물관리법과 가상자산법 경계 기준 명확화를 약속했다.
이 후보는 “블록체인 기술과 P2E 게임을 단순한 투기 수단으로 바라보는 기존 규제 시각이 지금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약하고 있다”며 “관련 법률의 명확한 해석과 기준을 마련해 P2E 모델 중에서도 사행성이 아니라 창작 활동과 생태계 기여에 기반한 보상 구조를 갖춘 경우, 이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제체계를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콘솔 게임 시장 활성화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 게임 산업이 지금까지 모바일 게임 중심의 단기 수익 모델에 편중됐고, 그로 인해 콘솔·PC 기반의 창의적 서사형 게임 개발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콘솔 기반 게임은 글로벌 수출, 지식재산권(IP) 확장, 플랫폼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대한민국 게임 산업도 더 이상 플랫폼에 종속된 하청 모델에 머무르지 않고, 콘솔·PC·멀티 플랫폼을 아우르는 IP 중심 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는 세 후보가 쏟아낸 주요 공약 실효성에 의문을 던진다. 선거 때만 환심을 사기 위해 공약을 나열하고, 당선 후 게임 산업에 대한 논의를 미루는 기조가 반복될까 하는 우려에서다.
실제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닫기

대표적으로 게임질병코드 문제에 주목한다. 게임질병코드는 2019년 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이용 장애(게임 과몰입)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국제표준질병분류(ICD) 11판에 반영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게임 이용 장애를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게임이 질병으로 공식 인정되면 의료기관에서 게임 중독 치료를 받고 건강보험 적용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업계가 우려하는 점은 게임 자체가 사회적 낙인이 찍혀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청소년 이용 규제 강화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세 후보 중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만 게임질병코드에 대해 정확한 반대 입장을 내던졌다. 개혁신당은 “게임은 질병이 아닌 문화·기술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콘텐츠 산업”이라고 규정했다. 질병코드 도입이 가져올 낙인 효과와 산업 위축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업계의 물음에도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