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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수장 후보’ 이병만 유한양행 부사장, 관건은 ‘외부투자 성과’ [나는 CFO다]

김나영 기자

steami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2-24 00:00 최종수정 : 2025-02-24 10:21

'차기 대표 후보' 이병만, 조욱제 후임될까
'넥스트 렉라자' 투자 확대…숙제는 '수익'

▲ 이병만 유한양행 경영관리본부장

▲ 이병만 유한양행 경영관리본부장

[한국금융신문 김나영 기자] 오너 경영이 주를 이루는 제약업계에서 남들과는 다른 길을 고집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유한양행이다. 회사는 창업주인 유일한 회장의 철학에 따라 지난 1971년부터 50년 넘게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도 임기 3년, 연임은 1회로 제한해 최대 6년까지만 경영이 가능하다. 유한양행이 당장의 수익성보다 미래가치를 위한 투자에 집중하게 된 것도 이 같은 뚝심 덕이라는 평가다.

차기 2027년 신임 대표 후보로 가장 유력한 인물은 이병만 부사장이다. 1958년생인 이병만 부사장은 1986년 유한양행에 입사한 뒤 40여 년간 근속한 정통 '유한맨'이다. 이 부사장은 2015년 상무로 승진한 이후 영업, 홍보, 약품사업본부 등 여러 부문을 두루 이끌었다. 2022년 하반기부터는 경영관리본부장으로서 회사의 살림을 맡고 있다. 유한양행은 공식적인 최고재무책임자(CFO) 직책은 없으나, 이 부사장이 사실상 CFO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부사장이 차기 CEO로 거론되는 이유도 그의 이력 때문이다. 현 유한양행을 이끌고 있는 조욱제 대표 역시 CEO 선임 전 경영관리본부장과 약품사업본부장, 영업부장 등을 거친 바 있다. 그는 2021년 대표 자리에 오른 뒤 지난해 연임돼 오는 2027년 3월까지 회사를 책임진다. 이 부사장은 앞으로 2년간 회사의 곳간을 책임지면서 역량을 증명해나갈 예정이다.

특히 CFO 격인 그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성공적인 연구개발(R&D) 투자다. 내년 창립 100주년을 앞둔 유한양행은 '글로벌 50대 제약사 진입'을 목표로 수년째 R&D 투자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 부사장도 이런 기조에 따라 R&D 부문과 유기적으로 협업해 외부투자에 나서고 있다. 물론 외부투자는 조욱제 사장을 비롯해 R&D 부문 등과의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최종 집행은 경영관리본부의 몫이다.

실제 이 부사장이 경영관리본부장을 맡은 뒤 유한양행의 R&D 투자 보폭은 크게 늘었다. 그가 CFO로서 첫발을 뗀 2022년 4분기에 두 건(스파인바이오파마, 에이인비)의 신규투자와 한 건(지놈오피니언)의 추가투자를 단행했다. 주로 연구 협력을 진행 중인 기업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구체적으로 스파인바이오파마에 26억 원, 에이인비에 10억 원을 출자했고 지놈오피니언엔 30억 원을 투입했다. 경기침체 등 불확실성이 높은 경제 상황 속에서도 투자 확대 기조는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 부사장은 2023년에도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2023년엔 11개 회사에 약 850억 원을 쏟아부었다. 투자금으로만 따지면 전년 240억 원보다 약 254.2% 불어난 규모다. 지난해엔 3분기 기준으로 18개 기업에 단순투자하고, 46군데엔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투자했다. 이 기간 전략적투자자로서 자금을 대는 게 아닌 직접 바이오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투자 전략을 수정한 게 눈에 띈다. 단순투자로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유한양행이 경영에 참여하는 바이오 기업 중 대표적인 곳은 프로젠, 이뮨온시아 등이 있다. 현재 프로젠은 비만약 임상 2상을 진행 중이고, 면역항암제 개발 전문기업이자 유한양행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뮨온시아는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병만 부사장은 올해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매년 1건 이상 R&D 기술수출, 2개 이상 신규 임상 파이프라인 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목표를 이뤄줄 수단이 투자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회사의 실적 증대에 기여했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도 기술도입 투자의 결과물이다. 렉라자 성과를 등에 업은 유한양행은 지난해 국내 제약사 처음으로 매출 2조 원을 돌파했다. '투자의 맛'을 제대로 본 만큼,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투자 확대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는 이 부사장의 숙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연결 순이익은 480억 원으로 전년 1342억 원 대비 64.3% 줄었다. 관계기업 투자주식 처분이익 감소(364억 원), 유·무형 자산 손상차손 증가(334억 원), 관계기업 투자 주식 평가손실 증가(143억 원) 등의 영향이 컸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지난 2023년 이뮨온시아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지분 가치가 회계장부상 기준에 맞춰 상향 조정된 바 있다"면서 "그 역기저 효과로 지난해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에이프릴바이오 지분 전량을 처분해 221억 원 규모의 차익을 보기도 했지만 이익 감소는 막지 못했다. 이익이 떨어진 와중에도 유한양행은 지난해 대상 배당 총액으로 375억 원을 썼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전년 321억 원에서 더 늘어났다. 올해 이익 확대를 위해 투자 전략을 손봐야 하는 이 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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