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기자수첩] ‘차화정’에 취했던 석유화학, 해법은 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4-12-23 00:00

▲ 곽호룡 기자

▲ 곽호룡 기자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한때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거침없이 질주하던 그 석유화학이 맞나 싶을 정도다.

업계는 이제 수익은 커녕 불황에서 어서 벗어날 수 있기만 바랄 뿐이다. 석유화학이 주력 계열사인 그룹은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각에서 “과연 탈출할 희망은 있는가”라고 반문할 정도로 글로벌 업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범용 석유화학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 여천NCC, 효성화학 등은 2022년부터 매년 수천억원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해외 사업장 매각에 이어 그룹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고군분투중이다. 효성화학은 부채를 줄이기 위해 그나마 이익을 내고 있던 반도체용 특수가스 사업부를 효성티앤씨에 넘겼다.

범용 석유화학은 규모의 경제 논리가 작용하는 대표적 장치산업이다. 대규모 생산능력 확보와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 등 고정비를 낮춰 경쟁력을 키우는 구조다.

국내 석유화학 부진은 중국 업체 공급 과잉에서 비롯했다. 여기에 원유만 팔던 중동 산유국들도 적극적으로 석유화학 설비투자에 나서며 상황이 악화됐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단순히 경기 하강 사이클에 접어든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문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예고됐다. 지난 2015년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차이나 리스크에 직면한 석유화학산업의 대응방향’이라는 보고서를 보자.

당시 산업연구원은 “한국 석유화학은 주로 중국에 수출하는 범용제품 비중이 80%를 넘는 개도국형 생산구조”라며 “중국은 머지 않은 장래에 석유화학 제품 수출국가로 전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2016년 이후 저유가 여파로 국내 석유화학 대호황이 찾아오자 경고 목소리는 쏙 들어갔다. 오히려 석유화학은 국내 경제를 이끄는 대표 수출 품목 ‘차·화·정’으로 포장돼 각광을 받았다. 정부, 업계 모두 조 단위 영업이익에 취해 앞날을 보지 못했다.

기존 석화업체들 증설 경쟁은 물론 정유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업들은 당장 눈앞 이익에 매몰됐고, 정부도 실패 가능성 높은 다각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에 소홀했다는 평가다.

이 난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국가 단위 구조조정으로 범용 제품을 버리고 스페셜티 산업으로 전환한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정부 주도 구조조정이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결국 기업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다. LG화학, SKC 등과 같은 회사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기업 모두 리더십을 통해 변화를 추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LG화학 신학철닫기신학철기사 모아보기 부회장, SKC를 차례로 이끈 이완재 전 사장과 박원철 사장 모두 외부에서 영입한 최고경영자(CEO)들이다.

이들은 개인 플레이긴 했으나 상대적으로 빠르게 다각화하고, 신사업에 적극 투자했다.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참신한 리더십으로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다. ‘파괴적 혁신’만이 살 길이라는 얘기다. 물론 정부도 석유화학 위기 타개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오피니언 다른 기사

1 임시방편에서 근본 수술로: 1.8조 엔에서 7.5조 엔으로 가는 길 [김성민의 일본 위기 딥리뷰] 1998년 3월 공적자금을 동원해 단행한 1조 8,000억 엔 규모의 1차 은행 자본 투입은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잠시 늦추는 응급조치에 불과했다. 은행별 부실 규모를 따지지 않은 균등 배분식 자본 확충은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지 못했고 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억제하고 기존 여신을 회수하면서 오히려 극심한 신용경색과 경기 침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했다.소규모 자본 확충이라는 임시방편으로는 금융 시스템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비싼 교훈을 얻은 셈이다. 결국 이 실패는 기존 미봉책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고 이듬해인 1999년 정부가 7조 5,000억 엔 규모의 대대적인 2차 자본 확충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라는 근본 수술을 단행하는 2 '집적의 힘'이 만드는 국력...대만 AI 클러스터에서 찾는 한국의 미래 최근 대만 경제가 15년 만에 최고 수준인 8.68%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AI 산업의 심장부로 부상했다. 이 놀라운 성취는 우연이 아니다. 대만은 국가적 차원에서 반도체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첨단산업을 한데 모으는 정교한 '클러스터 전략'을 실행해 왔다. 대만이 보여준 변화는 단순히 기술적 우위의 문제를 넘어, 국가가 미래 산업을 어떻게 공간적으로 배치하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강력한 모델을 제시한다. 이는 우리에게 단순한 부러움을 넘어, 한국 경제가 향후 가야 할 방향에 대한 묵직한 시사점을 던진다.대만 AI 클러스터의 성공 방정식:파운드리 중심 ‘완성형 생태계’대만 AI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물리적·기술 3 40代의 고민, 존재 가치 [홍석환의 커리어 멘토링] 나는 아직 회사에 필요한 사람인가?40대 후반 직장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나는 아직 회사에 필요한 사람인가?”“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20~30대에는 승진과 성과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40대 후반이 되면 관심의 방향이 달라진다. 회사에서의 존재 가치와 남은 직장 생활, 그리고 노후에 대한 고민이 커진다.한 대기업 부장의 이야기다. 그는 입사 후 25년 동안 성실하게 일했다. 실무 능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어느 날 회의실에서 자신의 의견보다 젊은 팀장의 의견이 더 많이 채택되는 모습을 보며 불안해졌다. "내가 경험이 더 많은데 왜 내 역할이 줄어드는 것 같지?" 그날 이후 그는 자신이 회사에 꼭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환전·로또·육아휴직까지 하반기부터 달라지는 제도 TOP11
[그래픽 뉴스] 은퇴후 30년 부모님 세대의 생존전략
[그래픽 뉴스] 퇴근 후 주차했는데 수익 발생? V2G의 정체
[그래픽 뉴스] “전쟁 신호를 읽는 가장 이상한 방법, 피자 주문량”
[그래픽 뉴스] 트럼프의 ‘타코 한 입’에 흔들린 시장의 비밀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