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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엔 속도전, 지금은 숨 고르기…금융위 회의 왜 줄었나”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5-13 15:18

대통령실 조율·지방선거 부담에 정책 결정 신중 모드
지배구조 개선안·가계대출 대책 등 주요 현안 줄줄이 지연

금융위 주도로 진행되던 각종 실무회의와 간담회 빈도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사진=생성형AI활용)

금융위 주도로 진행되던 각종 실무회의와 간담회 빈도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사진=생성형AI활용)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요즘 금융위 회의실 불이 꺼졌다.”

연초만 해도 숨 가쁘게 움직이던 금융위원회의 행보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느려졌다는 평가가 금융권 안팎에서 나온다. 하루에도 몇 차례 씩 금융회사들을 불러 현안을 점검하던 분위기와 달리, 최근에는 예정됐던 회의가 미뤄지거나 업권 간담회 자체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 주도로 진행되던 각종 실무 회의와 간담회 빈도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일정 축소라기 보다 금융당국의 정책 결정 속도 자체가 둔화된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융위 보도자료 기준 업권 간담회 개최 빈도도 1분기와 비교해 최근 한 달 간 크게 줄었다. 올해 1분기에는 주 2~3회 수준으로 회의가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수 주일이 지나도록 업권별 간담회가 열리지 않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예전엔 아침에 회의 공지가 뜨고 오후에 추가 회의가 잡힐 정도로 숨 가빴다” 며 “최근에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실무선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그동안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현안 별로 빠르게 의견을 조율하고 후속 조치를 내놓는 방식으로 움직여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융위 내부 판단 자체가 늦어지면서 금감원 역시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대기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대통령실과의 정책 조율 부담 확대를 꼽는다. 최근 주요 금융 현안마다 정책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관계 부처 간 조율 과정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속도전보다 신중한 접근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거론된다.

금융위는 지난 3월 발표 예정이던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돌연 연기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정책 조율 과정이 길어지며 일정이 미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후에도 조율 작업이 이어지면서 최종 발표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가계대출 관리 대책과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논의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융위가 적극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상위 판단을 기다리는 모습이 강해졌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정책 하나 잘못 내놨다가 시장 반응이나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시기”라며 “특히 지방선거 일정과 맞물리면서 금융위 내부에서도 최대한 몸을 낮추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이나 금융권 지배구조 문제는 시장과 민심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선거 국면에서 정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연초가 ‘속도전 금융위’였다면 지금은 사실상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라며 “지방선거 이후 다시 정책 드라이브가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위가 정책 추진을 멈춘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와 시장 변동성 국면 속에서 일시적인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선거 이후 지배구조·가계 대출·디지털자산 관련 정책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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