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의 시민들은 누구나 매달 50만원씩 받는다고? [전명산의 AI블록체인도시 이야기⑦]](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420152905003820c1c16452b012411124362.jpg&nmt=18)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도시. 이런 도시가 있다면 어떨까?
이번 위기는 회복되지 않는다
6회 칼럼에서 필자는 "전략적이고 창의적이며 전례 없는 혁신적인 방법들이 필요한 때"라고 썼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단언컨대 3~4년 사이 심각한 고용 쇼크가 올 것이다. 사무직은 이미 신입을 뽑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감원이 시작됐고, 어떤 산업 분야는 카테고리 자체가 사라질 상황이다.
제조업의 분기점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량생산되어 본격적으로 공장에 배치되는 시점이다. 이미 휴머노이드들이 공장에 배치되기 시작했고, 성능은 수개월 단위로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테슬라는 2026년 여름 옵티머스 3 본격 생산을 시작했고, 2026년 말까지 연 100만 대 규모 생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2027년에는 연 400만 대 양산을 목표로 한다.
현대차그룹도 2026년 2월 새만금에 9조 원 규모의 AI·수소·로봇 거점 조성을 발표했다. 2028년까지 연 3만 대 규모의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일정이다. 물량 공세가 가능한 대량생산 체제까지 몇 년 남지 않았다.
저가형으로 대량생산되는 중국산 로봇을 제외하더라도, 테슬라나 현대 같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 업체들조차 본격 양산까지 몇 년 거리에 와 있다는 뜻이다.
준비하지 않으면 사회는 붕괴한다. 대량 실업은 경제 위기를 부르고, 경제 위기는 사회 불안을, 사회 불안은 정치적 격돌을 유발한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번 경제 위기는 통상적인 경기 위기처럼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1997년의 IMF,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의 코로나 팬데믹. 우리는 30년간 수차례의 대규모 위기를 겪었다. 경제가 멈추고 사회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길어도 2년이나 3년이 지나면 정상화되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매번 증명됐다. 덧붙이자면, 한국은 그 위기의 순간마다 위기를 딛고 다음 단계로 점프했던 유일한 나라다.
그러나 이번 상황은 다르다. 한 번 줄어든 고용은 AI와 로봇으로 대체되지, 다시 사람을 고용하는 구조가 아니다. 경제 위기 발생 후 다시 회복되지 않는 인류 최초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대한 믿음은 사라진다. 믿음이 사라지면 공포가 지배하고 사회가 붕괴된다.
다른 무엇보다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 수년의 혼란기를 겪더라도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사회는 버틸 수 있다. 지금은 그 믿음의 구체적 형태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클로드 Mythos는 인간 전문가가 15시간 이상(거의 이틀 치 업무량) 투입되어야 하는 복잡한 보안 공격이나 머신러닝 모델 훈련 같은 작업을 절반 이상의 시간을 들여 완료한다는 것을 의미 (출처: METR(Model Evaluation and Threat Research, AI 평가 전문기관)
이미지 확대보기일자리 회복은 정답이 아니다
문제는 이 위기가 일자리 회복으로 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자리를 늘리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일자리 늘리기로 해결할 수 없는 종류의 문제라는 것을 직시하자는 얘기다.AI와 로봇이 인간 노동의 자리를 대체해가는 흐름은 막을 수 없다. 결국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 일론 머스크가 말한 UHI(Universal High Income, 보편적 고소득)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그 소득을 누가, 어떻게 지급할 것인가?
세금으로? 정치적 합의가 어렵고 재원도 한계가 있다. 부유세로? 자본 이탈을 부른다. 기업 이익에 대한 과세로? 빅테크는 본사 소재지를 옮길 수 있다. 로봇세로? 일시적인 세금 확보는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글로벌 경쟁이 과연 지속적인 세수를 허용해줄까?
그래서 에너지 기본권(UBEE — Universal Basic Energy Equity)을 주장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직접 에너지 인프라를 소유하면, 그 인프라가 만들어내는 수익은 자동으로 시민들의 소득이 된다.
먼 이야기도 남의 나라 이야기도 아니다. 사실 한국은 이미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응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기본소득을 말로만 언급하는 가운데, 마셜제도는 2025년 11월 26일 세계 최초로 전국 단위 영구 UBI를 시작했다. ENRA(엔라)라는 이름의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를 포함한 모든 자국 거주 시민 33,119명에게 분기당 약 200달러, 연 800달러를 지급한다. 시범사업이 아니라 법으로 제도화된 영구 프로그램이다.
재원은 미국과의 자유연합협약(Compact of Free Association)에 따라 조성된 13억 달러 규모의 신탁기금에서 나오는 투자 수익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분배 방식의 일부가 블록체인이라는 점이다. 미 국채로 담보된 디지털 채권(USDM1) 형태로 시민의 디지털 지갑에 직접 입금된다.
다만 수십만명 이상의 규모에서 시민이 소유한 자산 수익을 배당받는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 기본권’ 모델에 근접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필자가 보기에 바로 이런 선도적인 움직임 때문에 'K-문명'이 가능하다.)
한국,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안군과 구양리에서 시작된 햇빛연금·바람소득은 농어촌 햇빛소득연금으로 확장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2,500개 마을에 햇빛소득연금을 실행하기로 했고, 2026년 500개 마을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햇빛소득연금과 전혀 다른 축에서 '에너지 기본소득'을 제도화하는 실험들이 진행 중이다. 전라남도는 2025년 4월 기본소득 기본 조례를 제정하고, 영광군과 곡성군을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해 1인당 연 50만원(곡성군은 30만원)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영광군은 2025년 12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약 5만 명의 군민에게 247억 원을 지급했다.
다만 이번 시범사업의 재원은 도비와 군비 매칭으로 마련됐다. 전남도의 진짜 목표는 그 다음에 있다. 전남도는 2030년까지 발전 허가를 받은 21.8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기반으로 연간 1조 원의 발전 수익을 확보해, 도민 1인당 연 50만 원의 에너지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시범사업의 도·군비 매칭 재원이 아니라, 에너지 수익만으로 도민 전체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구조로 가겠다는 것이다.
핵심은 이 모델의 작동 원리다. 시민이 햇빛 발전 인프라를 공동 소유하고, 그 수익을 직접 배당받는다. 정부가 베푸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이다.
알래스카 주민이 1976년부터 매년 받는 영구펀드 배당이 정부가 베푸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공동 소유한 석유 자산의 수익이듯, 신안 주민이 받는 햇빛연금도 보조금이 아니라 그들이 출자한 햇빛 발전소의 수익이다. 세수를 걷어 나누어주는 보조금이 아니라 자산 배당이다. 분배가 아니라 소유다.
농촌에서 이런 행보가 가능한 것은 태양광 패널을 규모 있게 설치할 수 있는 유휴지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본소득이 농촌에만 가능하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해법이 아니다. 기본소득의 애초 컨셉은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제공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시작 단계에서 시차는 있을 수 있어도, 결국 도시 시민들도 이 모델 안에 들어와야 한다.
문제는 도시에 적용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기존 도시는 과밀 상태라 대규모 태양광을 설치할 유휴 공간이 거의 없다. 지붕 태양광과 주차장 캐노피 등이 일부 의무화되고 있지만, 그 이외 영역으로 확장하기는 쉽지 않다.
기본소득 지급이 도시의 목표인 도시
그렇다면 좀 더 전략적이고 창의적이며 전례 없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보자. 그것은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는 도시를 처음부터 새로 설계하는 것이다. 신도시 건설 단계에서 충분한 발전 인프라 공간을 확보하고, 시민 공동 출자 구조를 처음부터 설계해서 넣는다. 에너지 기본권을 도시의 시민권으로 정의하고, 이 도시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월 50만원을, 가능하다면 그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한다. 이 도시의 목표는 도시가 시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다. 필자가 ABCity라는 프로젝트로 제안한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당장 첫 시작은 시범 도시 한 곳, 인구 약 10만 명 규모의 제한적 모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도시가 성공하면 다른 도시에 복제할 수 있다. 그렇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도시를 하나씩 늘려가면, 어느 순간 전 국민이 기본소득을 받는 나라가 된다.
순차적 시행이 아쉽기는 하다. 하나의 모델이 겨우 가시화될 때쯤 고용 쇼크가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가 지향해야 할 어떤 정답지가 하나라도 보인다면, 사람들은 희망을 가지고 위기를 버틸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이 모델이 AI 시대의 경제 붕괴를 막는 검증된 방법이라는 것이 확인된다면, 사회적 동의와 지지를 얻어 기본소득 사회로의 전환 작업을 '가속'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시의 자생적 부가가치도 시민 소득으로
도시에서 시도하는 것은 단지 농촌 모델의 확장만이 아니다. 도시 경제학의 핵심 통찰은 단순하다. 사람과 활동이 한 곳에 모인다는 사실 그 자체가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집적 경제(agglomeration economy)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여러 실증 연구에 따르면 도시 규모가 두 배가 되면 노동 생산성이 평균 5% 안팎 높아진다. 도시는 단지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라, 그 자체로 부가가치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단위다.AI 시대에는 이 부가가치의 종류가 폭증한다. 많은 인구, 활발한 이동, 수많은 상점들과 개인들의 활동은 도시에서 만들어지는 거대한 데이터다. 시민의 동의와 익명화 절차를 거친 데이터는 그 자체로 상당한 가치를 갖는다. 자율주행이나 AI를 고도화하는 학습 데이터로, 도시 정책을 연구하는 연구자료로 판매될 수 있다. 각 가정은 도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어주는 VPP(가상발전소)에도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배송 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본격 보급되면, 도시 시민이 자기 로봇을 작업장에 임대해 추가 수익을 얻는 구조도 가능해진다. 개인이 소유한 자동차를 자율주행 택시로 운영해 추가 소득을 얻을 수도 있다.
차량이 도시 운영체제와 실시간으로 연동되어 교통 정보를 받기 때문이다. 다수의 개인이 참여하고 수익을 나누어 갖는 VPP는 이미 테슬라가 7년째 시행하고 있는 검증된 사업 모델이다. 2024년 한 해에만 Powerwall 소유자들에게 990만 달러가 분배됐다. 자율주행 택시 역시 테슬라가 2025년 오스틴에서 시작해 2026년 현재 미국 다수 도시에서 운영 중이며, 머스크는 2026년부터 개인 소유 차량의 네트워크 참여도 가능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본소득을 주는 도시. 최신 기술을 활용하면 에너지 기본소득을 기반으로 데이터 판매 소득, VPP 참여 소득, 자가소유 자동차 자율주행 택시 운행 등 다양한 소득원을 개발할 수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이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이유는, 앞으로 도시는 AI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21세기 신도시는 거의 모두 스마트시티 컨셉을 표방해왔다. 앞으로 새로 설계되는 도시라면 당연히 AI가 도시 운영체제로 채택될 것이다.
중국 항저우의 City Brain은 2016년 지능형 교통 관제로 출발해 지금은 AI 통합 도시 운영체제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도 세종, 송도, 울산 등에서 부분적으로 도시 운영 자동화를 구현했었다.
다음 단계는 필자가 CityOS라고 명명한, 에너지와 교통과 행정 등 도시 전체를 포괄하는 AI 기반 도시 운영체제다. CityOS가 도입되면 도시 데이터는 자동으로 생산된다.
VPP는 미래 사회의 필수 에너지 인프라로 자리잡을 텐데, 이 역시 CityOS로 운영된다. 배송 로봇과 업무용 로봇 배치, 자율주행 택시의 실시간 호출과 경로 최적화까지 모두 CityOS가 포괄할 수 있다.
도시의 모든 구석구석에 있는 정보까지 CityOS가 실시간으로 관할하기 때문이다.
너무 SF적인 상상인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수십 년간 SF에서 보아왔던 바로 그 구간에 들어와 있다. 도시 운영이 이와 같이 변화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 필연적 과정이다.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의 분기점
지금까지 언급한 정도의 구조를 만든다면, 아마도 우리는 경제 붕괴라는 파국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인당 50만원이 기본소득으로 적당한지, 기존 도시들은 어떻게 빨리 전환할 수 있는지 등은 추가적인 논의와 전략들을 거치면 될 것이다.우리가 본질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더 있다. AI가 도시 운영의 결정을 내린다면, 그 AI의 안전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이 도시에서 우리가 AI의 통제를 받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AI를 통제하는 것일까?
바로 이 지점에서 6회에서 언급했던 3가지 디스토피아 경로와 1가지 유토피아 경로의 분기점에 다다르게 된다. 기본소득을 받는데 이동에 제한이 있다면, 기본소득을 받는데 감시사회에 산다면, 기본소득을 받는데 의사결정 권한이 없다면, 권력자를 비판했다고 로봇을 대동한 경찰관이 한밤중에 문을 두드린다면 그것은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가 아니다.
도시를 새로 설계한다는 것은, 우리가 AI 안전 문제를 근본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이 부분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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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산 소셜인프라테크 대표는
블록체인 전문가로 기술과 사회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연구하는 기획자이자 개발자이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인터넷 산업에서 25년 이상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 최초 블로그 미디어 ‘미디어몹’을 기획한 바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싸이월드) R&D 연구소 팀장 등을 거쳐 블록체인 플랫폼과 분산시스템 기술을 개발해왔다. 현재 (주)소셜인프라테크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오랫동안 천착해 온 블록체인 거버넌스 연구를 바탕으로 AI·블록체인·에너지·도시 인프라를 결합, 기본소득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 체제로 전환하는 전기 문명 프로토타입 ABCity(AI Blockchain City)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책 『가속해도 괜찮아! ABCity-AI 시대를 위한 전기 문명 프로토타입』(2026)을 냈다.
전명산 칼럼니스트/소셜인프라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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