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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대 실적에도 금융지주는 ‘표정 관리’ 중

한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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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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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대 실적에도 금융지주는 ‘표정 관리’ 중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삼성전자가 엄청난 이익을 내면 다들 칭찬하지만 은행이 이익을 많이 내면 비판합니다. 그 차이가 무엇일까 생각해봐야 합니다.”

김병환닫기김병환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자이익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은행권에 대해 이 같은 쓴소리를 내놨다.

국내 5대 금융지주사(KB·신한·하나·우리·NH농협)는 올해 3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한 5조5741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3분기(4조7564억원) 기록한 역대 최대 실적을 뛰어넘은 수치다.

누적 순이익은 16조원을 넘어섰다. 5대 금융지주가 올 3분기까지 거둔 순이익은 16조555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9% 늘었다. 역대 최대였던 2022년(15조8261억원) 순이익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순이익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금융지주는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에 이어 은행권이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 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호실적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면서 급증한 이자이익이 견인했다. 5대 금융의 3분기 누적 기준 이자이익은 37조6161억원에 달한다. 이자이익 역시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연간으로는 이자이익만 50조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상 금리 하락기에는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예대 마진이 축소되면서 이익도 줄어든다. 은행권은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강화 등의 이유로 오히려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수익성 악화를 방어했다. 시중은행들은 7월과 8월 두 달 동안에만 대출금리를 20차례 이상 인상했다.

예금금리의 경우 기준금리 인하 전부터 시장 기대감을 반영해 하락하면서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차이)가 벌어졌다. 5대 은행의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가계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0.57%포인트로 4개월 만에 확대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에도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지난달 25일 기준 연 3.74~6.14%로 9월 말(3.64~6.15%) 대비 하단이 0.10%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 금리는 현재 대부분 상품이 기준금리(3.25%)를 밑돌고 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맞추려면 대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조치라는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앞서 금리 인상기에는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리면서 예금금리는 더디게 인상해 예대마진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겼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올해는 가계대출 관리와 기준금리 인하라는 명분으로 이자 장사를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지속돼 온 서민들의 높은 이자 부담이 금리 인하기에도 여전한 모습이다.

이자장사 비판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들여다보면 혁신을 통한 수익 다각화 노력이 제한적이라는 데 있다. 은행권은 역대급 실적을 거두면서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상생 금융을 확대하는 노력을 보여왔다. 서민과 소상공인의 고통을 덜기 위한 지원책도 중요하지만 금융지주의 혁신 의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은행권의 경쟁력 강화를 막는 제도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 무기한 잠정 보류 상태인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대표적이다. 은행권은 그간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 진입, 디지털 뱅킹 확산 등 금융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맞춰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말 금융지주와 은행의 비금융 회사 출자 한도를 현행 각각 5%, 15%보다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산분리 완화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자의 추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기로 결정하고 일정을 연기했다.

은행권의 혁신 노력과 함께 이를 극대화시킬 금융당국의 지원이 더해질 때 금융 발전도 전향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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