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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스스로 신뢰 깨는 은행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기사입력 : 2024-09-09 00:00

[기자수첩] 스스로 신뢰 깨는 은행들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발표 후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던 은행 등 금융회사가 시장에서 재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금융권의 성장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게 중요합니다.”

김병환닫기김병환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금융위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장들에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만년 저평가주'로 불리던 은행주는 올해 초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부의 정책과 함께 주요 금융지주는 일제히 주주환원 확대를 약속하며 주가 부양 의지를 다졌다.

금융지주들이 발표하고 있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은행주의 주요 투자 포인트가 되고 있다. 앞으로도 주주환원 확대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을 고려하면 은행주의 강세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지주들의 높은 수익성과 이익 안정성도 투심을 사로잡을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그간 은행주의 저평가 원인 중 하나로 관치(官治)금융을 꼽아왔다. 금융당국의 정책적 개입이 커지면서 은행주 밸류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었다.

관치금융과 같은 정책적 불확실성도 저평가 요인이다. 하지만 관치금융보다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만한 요인이 지난 몇년간 반복되고 있다. 최근까지 은행권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 횡령·배임 등 각종 대규모 금융사고와 이에 따라 지속되는 신뢰 저하 문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국내은행 임직원의 횡령액은 1536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우리은행에서 대규모 부당대출 사건이 드러났다. 금감원은 지난달 9일 우리은행 현장검사 결과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우리은행이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 차주를 대상으로 총 42건, 616억원의 대출을 실행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8건, 350억원규모가 특혜성 부당대출 혐의를 받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자체적으로 내부통제 개선 대책을 발표해왔지만 각종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통제 허점을 메꾸지 못하면서 은행 스스로 신뢰를 깎아내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은행과 같이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업종에서 금융사고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 특히 반복되는 금융사고는 은행주에 대한 밸류업 기대보다 투자자 실망과 불신만을 깊이 자리 잡게 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장들에 신뢰 회복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책무구조도를 전환점으로 삼아야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주요 업무에 대한 책임자를 사전 기재해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에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대표이사에는 내부통제 총괄 책임자로서 전사적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고 각 임원의 통제 활동을 감독하는 총괄 관리의무가 부여된다. 기존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에 더해 관리의무가 추가되는 것이다.

회사 내에서 조직적, 장기간·반복적 또는 광범위한 문제가 발생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적 실패(systemic failure)에 대해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책무구조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금융사의 자율적이고 실효성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정착하면서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시장은 투자자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은행은 신뢰가 생명이다. 은행권은 이번 기회를 도덕적 해이를 끊어내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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