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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가오리방쯔와 우리투자증권의 ‘부활’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4-07-01 05:00 최종수정 : 2024-07-01 10:23

[데스크칼럼] 가오리방쯔와 우리투자증권의 ‘부활’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중국어의 통용되는 비속어에 ‘가오리방쯔(高麗棒子)’가 있다. 고려몽둥이란 뜻이다. ‘가오리방쯔’는 과거, 고려인 즉 고구려인들이 큰 키에 막대기처럼 융통성도 없고 고집스럽다며 비하한 말이다. 여기에는 오랜 저항의 역사가 함축돼 있다. 고구려가 당에 멸망한 후 그 후예들은 고구려의 부활을 꿈꾸며 대륙에서 끈질기게 한족(漢族)에 저항했다. 그 저항의 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고(구)려인은 지극지긋하다며 몽둥이로 패야한다는 ‘욕?’으로 탄생했을 정도다.

물론, 가오리방쯔의 어원을 두고 일각에선 일제강점기 때 중국 대륙을 침략한 일본 제국의 앞잡이 구실을 한 ‘몽둥이를 든 조선인’들을 부른 데에서 유래되었다고도 주장 한다.

또 다른 설에는 가오리방쯔란 단어가 명나라 시대에 등장했다고도 한다. 중산대학교역사학과 초빙연구원(中山大学历史学系 特聘研究员)인 황보기(黄普基)씨의 주장에 의하면, 방쯔란 단어가 조선시대 노비들에게 흔히 쓰이던 ‘방자’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조선사절단을 수행한 관노들이 사절단 관리들 몰래 중국 민가에 들어가 민폐를 끼치는 일이 많았는데, 조선 사절단이 중국에 들어올 때마다 민가의 피해가 끊이질 않자, 여기에 반감을 품은 중국인들이 조선 관비들의 흔한 이름인 ‘방자’를 중국식으로 불러 방쯔라고 부르며 경멸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오리(高麗)가 중국인 의식 저변에 두려움과 경멸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동북공정 프로젝트속 고구려 역사 부활

중국은 2002년 2월부터 국무원 산하 사회과학원 직속으로 변강사지연구센터를 두고 ‘동북공정(東北工程)’이란 국가적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중국 동북지방의 역사와 현실문제 등을 연구과제로 다루는 국가중점 프로젝트다. 영토문제, 정치문제, 한반도 미래 등이 주제다.

이 ‘동북공정’에서 다루는 문제 중 특히 이목을 끈 것은 고구려를 비롯한 고조선, 발해 등 한국 고대사 관련 부분이다. 특히, 1980년대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내세워 소수민족 정책에 심혈을 기울여 온 중국당국은 1989년 동구권 공산체제 붕괴와 1991년 소비에트 해체를 목도하자, 국경지대 거주 소수민족의 동요를 막는데 신경을 곤두세웠다. 1992년 한국과 수교를 맺은 후에는 동북지방도 관심사가 됐다. 1993년 고구려 학술회의에선 중국학자들과 북한학자들 사이에 ‘고구려 역사’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도 있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탈북자들이 대거 중국으로 넘어오자, 동북지방의 정체성 동요를 우려한 중국당국은 동북지방의 역사와 지리 및 민족문제 관련 프로젝트를 계획해 진행했다. 이것이 동북공정의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고구려를 중국의 소수민족 지방 정권으로 강등시켰으며 급기야 ‘고구려사를 중국사 일부로 편입시킨 연구논문’도 줄줄이 발표했다.

2001년 우리 국회가 ‘재중동포의 법적 지위 관련 특별법’을 발의하자, 조선족과 한반도 통일 관련,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같은 해 북한이 고구려의 고분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 하자, 중국은 동북공정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북한이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시 중국이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의 일부로 주장해온 명분을 잃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이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방해하고, 2003년 봄에는 집안시 주변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지정도 신청했다. 남북 통일 후 국경 등 영토문제를 공고히 하고 북한지역의 정세가 급변할 경우 북한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다.

668년 멸망과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진 고구려가 ‘한중간 역사 전쟁’ 속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다. 이같은 정통성에 기반한 ‘부활 논쟁’은 국가간은 물론 기업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증권가, 역사속 사라진 우리투자증권의 부활

증권가에선 10년전 사라진 ‘우리투자증권의 부활’이 화두다. 우리금융그룹은 우리종합금융을 앞세워 한국포스증권과 합병 후 우리투자증권을 출범한다고 선포했다. 이 과정에서 NH투자증권이 껄끄러운 반응을 보인다. 2005년 4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존재한 우리투자증권을 흡수 통합한 증권사가 NH투자증권이기 때문이다.

부활하는 우리투자증권은 여의도에 본점을 두고 8월 1일에는 합병등기로 공식적인 닻도 올린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선 우리투자증권이 NH투자증권의 옛 이름이었던 점을 들어 혼선을 빚을 것으로 예상한다. 인터넷 검색 포털에선 우리투자증권’을 검색시 아직은 NH투자증권의 모바일 거래 서비스 ‘나무’가 노출된다. 심지어 NH투자증권 홈페이지와 과거 우리투자증권 관련 게시물도 일부 노출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역사는 1969년 국내 손보사들이 지분을 공동출자해 설립한 한보증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대보증권, 럭키증권, LG증권, LG투자증권 등을 거쳐 우리투자증권이 됐다. 이후 2014년, NH농협증권에 합병돼 NH투자증권이 되는 부침의 역사를 가졌다.

고객들 입장에서도 ‘뿌리가 다른 우리투자증권’의 새로운 등장이 혼란스럽다. 하지만 우리금융그룹이 '우리투자증권' 관련 상표권을 가진 만큼 NH투자증권입장에선 할 수 있는 게 없다. 투자자나 고객의 혼선·혼동 관련 대처 수단도 없다. NH투자증권의 직원중에는 과거 우리투자증권 공채 출신도 섞여 있다. 이들의 동요도 예상된다.

이같은 우리금융그룹의 ‘우리투자증권 부활’에는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의지가 담겨있다. 과거 우리투자증권이 NH투자증권으로 인수될 당시, NH금융지주 수장은 임종룡 회장이었다. 10년 전 우리투자증권의 이름을 증권업계에서 지웠던 임 회장이 지금은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맡아 다시 그 이름의 부활을 꿈꾼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문뜩, “중국내 권력을 차지한 누군가가 ‘가오리방쯔’로 멸시받던 고구려의 후예들을 위해 고구려 역사와 고토를 부활시킬 수 있다면...!”

순간,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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