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호성 기자
반지하 집에 살 때 1년 중 가장 걱정이 많아지는 시기는 다름 아닌 여름철 장마 기간이었다. 하수구 정비가 안된 상태로 비가 조금만 오래, 많이 쏟아지면 집안으로 물이 역류해서 콸콸 쏟아져 들어왔다.
한 번은 비가 억수같이 오던 날, 방과 후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집에서 어머니가 또 물을 퍼내고 계셨다. 특히 이 날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안방까지 물이 들어와 이불이며 온갖 전자제품 등 세간살이까지 모두 물에 잠긴 상태였다. 우리는 패닉에 빠져서 정신없이 물을 퍼냈고, 바깥의 막혀있던 하수구를 파낸 다음에야 간신히 더 이상의 물이 들이닥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밤늦게까지 물을 퍼내고 나서 걸레로 바닥을 훔치다가 갑자기 사는 게 너무 서럽고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어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펑펑 울었다. 철이 든 이후로 그렇게 울어본 것은 단언컨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런 가슴 아픈 추억을 떠올린 이유는 올해 서울시가 내놓은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인한 반지하 침수대책이 너무나도 형편없고 현실 인식이 부족한 내용뿐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서울을 덮친 국지성 집중호우로 반지하에 거주 중이던 주민들이 주택침수로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원희룡닫기
원희룡기사 모아보기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사고현장을 찾아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처음으로 내놓은 대책은 어처구니없게도 ‘반지하를 없애겠다’는 취지의 대책이었다. 서울시는 지하·반지하의 ‘주거 목적의 용도’를 전면 불허하도록 건축법을 개정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학교폭력이 문제라고 해서 학교를 없애지 못하듯, 반지하로 인한 문제가 야기된다고 해서 반지하주택 자체를 없애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 이야기였을까.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2020년 기준 반지하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32만7000가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층에 거주하는 가구는 51만8000가구로 이보다 많았다. 1~2만가구도 아닌 이 수십만 가구를 도대체 어디로, 어떻게 이주시킨다는 말인가. 차라리 그 시간에 노후화된 배수관로 정비 속도를 높이고. 하천 범람이 잦은 지역에 대한 치수 관련 인력 확충으로 환경 자체를 정비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로부터 약 10개월여가 흐른 뒤 이들의 이주는 얼마나 이뤄졌을까?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서울시 풍수해 대책 추진사항’에 따르면 서울시 내 전체 반지하주택 23만8000가구 중 1%가 안 되는 2250가구(0.9%)에 대한 주거이전만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풍수해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권완택 서울시 물순환 안전국장은 “일단 대피는 위층에 주인집으로 간다든가, 이런 식으로 지금 인명 사고 없기 위해서는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지금 취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동시에,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제대로 된 현실 파악조차 되지 못한 질 낮은 인식까지 보여줬다.
집이 침수되면 단지 목숨만 건져서 탈출하는 게 다가 아니다. 내 생활터전이 침수됐을 때 그 막막함과 죽고 싶은 심정을 과연 높으신 위정자들이 단 한 번이라도 겪거나 헤아려봤을까. 대충 주먹구구식으로 책상머리에서 툭 하고 뱉어내는 대책들에 진정성이 있긴 할까.
올해 여름에도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작년과 유사하거나 더 많은 수준의 역대급 폭우가 예고됐다. 부디 정부가 조금 더 진정성 있는 태도로 주거약자들을 챙기고,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기를 간곡히 희망한다. 국민들은 ‘사람답게’ 살고 싶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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