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산자원부가 종합한 2022년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에 판매된 하이브리드(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자동차는 33만35대로 전년 대비 3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BEV)는 45.2% 증가한 22만3623대를 기록했다.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하이브리드 시장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2년 전인 2020년(15만568대)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늘었다.
하이브리드 판매량을 끌어올린 것은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업체가 만드는 모델이다. 특히 SUV 하이브리드는 지금도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이다. 올초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완화와 금리인상 등으로 대부분 모델은 계약 후 대기 기간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인기 하이브리드 SUV는 여전히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출고 대기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델별로 현대차 투싼 HEV 10개월, 싼타페 HEV 1년6개월, 기아 스포티지 HEV 1년, 쏘렌토 HEV 1년 7개월 등이다.
기아 쏘렌토는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승용 모델'로 기록됐다. 세단이 주를 이루던 국내 시장에서 SUV 최초로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다. 쏘렌토 흥행은 하이브리드 힘이 컸다. 지난해 쏘렌토 판매량은 6만8902대. 이 가운데 72%인 4만9411대가 쏘렌토HEV다. 하이브리드가 쏘렌토 핵심 모델인 셈이다.
쏘렌토가 꽉 잡고 있는 국내 하이브리드SUV 시장에 토요타 라브4가 '다시' 도전장을 냈다. 라브4는 수입차다 보니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판매량이 낮았다. 토요타코리아는 최근 국내용 쏘렌토에는 없는 PHEV 모델을 라브4에 추가해 차별화에 나섰다. PHEV는 대용량 배터리와 외부 충전 장치를 갖고 있어 전기만으로도 일정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전가차 약점인 충전소 문제가 없는 게 큰 장점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내연기관에 비해 10분의 1, HEV에 5분의 1 수준이다. 이때문에 유럽 등 주요 국가는 PHEV도 전동화 모델로 묶어 보조금 등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라브4는 전장x전폭x전고가 4600x1855x1690mm, 휠베이스는 2690mm다. 전장과 휠베이스 기준으로 쏘렌토보다 210mm, 125mm씩 작은 준중형 차량이다. 실내 활용도에서는 쏘렌토가 앞선다고 할 수 있다.
가격은 라브4 PHEV가 5570만원(개별소비세 3.5% 기준)으로, 풀옵션이 적용된 쏘렌토HEV 5089만원에 비해 480만원 가량 비싸다.
파워트레인 성능은 터보 엔진이 장착된 쏘렌토가 최고 출력 180마력, 최대 토크 27kgf·m로, 라브4(178마력, 22.7kgf·m)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낫다.
다만 세금 차이는 라브4의 높은 연료 효율을 통해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라브4 PHEV는 복합연비가 리터당 15.6km로 인증받았다. 리터당 13.2km인 쏘렌토 HEV와 비교하면 2.4km 차이가 난다. 이는 1년에 1만5000km를 주행했을 때 약 30만원을 절약할 수 있는 수준이다.
라브4는 PHEV이기에 전기 동력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18.1kWh급 배터리를 장착해 한번 충전으로 64km 정도를 달릴 수 있다. 주로 도심에서 출퇴근 용도로 차량을 사용한다면 저렴한 연료비와 정숙한 주행경험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20년 이상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발해 온 토요타에 대한 브랜드 신뢰도도 차이가 있다. 반면 쏘렌토 HEV는 지난해 엔진오일 증가 현상으로 수 만대가 리콜되는 등 품질 이슈를 겪은 바 있다. 이 같은 장점에도 국내 PHEV 시장이 작은 이유는 정부 지원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21년 PHEV 보조금이 폐지되고 세제 혜택도 줄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