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주가는 지난 연말 3만6900원(종가 기준)에서 이달 27일 5만1500원으로 39.6% 뛰었다. 지난해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던 주가가 올해 업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일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호텔신라는 매출액 9718억 원, 영업손실 2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0.9%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다만, 영업손실 규모가 컨센서스보다 낮은 수준을 나타내면서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신라면세점을 둘러싼 긍정적인 분위기 감지는 호텔신라의 ‘재무통’으로 유명한 김 부문장이 신임 대표로 선임되면서 본격화됐다. 면세부문은 호텔신라에서 매출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사업이다.
이에 10여 년간 호텔신라 곳간을 책임져 온 김 부문장이 TR(면세) 사업의 키를 쥐게 되면서 ‘최우선 과제’로서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가 탄력을 받고 있다.
김 부문장은 우선 비용 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올해 4월 업계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인력 효율화에 나선 데 이어 해외공항 임대료 감면,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손질 등도 진행 중이다.
임대료는 면세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코로나19를 시작으로 면세업황이 예전만 못하면서 각 면세점들의 임대료 부담이 부쩍 커진 상황이다.
이에 신라면세점은 지난달 8일 인천지방법원에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조정 신청을 냈다. 고환율에 중국 관광객 감소 등이 지속됨에 따라 제1·2여객터미널(T1·T2) 면세점 중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의 임대료를 40% 인하해 달라는 요청이다.
임대료가 수익성에 있어 중요한 이유는 면세점 비용 부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적게는 30%, 많게는 5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부터 면세점 임대료는 공항 이용객 수에 연동해 산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공항 이용객 수는 늘고 있지만 고환율에 따라 면세점 매출 회복세는 더뎌지면서 공항 면세점 부문의 적자 폭이 커졌다. 그나마 해외공항 임대료 감면 협의는 완료됐으나, 인천국제공항 임대료가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인 만큼 김 부문장에게 이 사안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비용을 줄이는 한편에선 공격적 영업을 통해 매출 확대를 꾀한다.
특히, 올 3분기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한시적 무비자 허용은 신라면세점으로선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최근 김 부문장은 세계 최대 면세기업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을 운영하는 중국 여유그룹과 만났다. 이 만남이 의미가 있는 것은 그간 한한령과 코로나19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멀어졌던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이를 계기로 교류의 물꼬를 다시 트게 돼서다. 중국과 지속적인 교류는 향후 관광객 유입과 더불어 면세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중국인 패키지여행(PKG)에 대한 무비자 정책 시행에 따른 PKG 유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해외공항은 임차료를 본격적으로 감면해주기 시작했다. 주위 환경들이 면세점 업황 및 수익성 개선을 가리키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 신라면세점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 방문을 대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현지 사무소 연계를 통해 중국 단체 관광객 유치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중국 현지 여행사들과의 협업으로 마이스(MICE), 인센티브 단체 고객 확보에 힘쓰는 모습이다.
롯데면세점이 대형 다이궁과 거래를 중단한 데 따른 반사이익도 있다.
업계 간 다이궁 유치 경쟁이 누그러진 영향이다. 실제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4분기 손익분기점 수준에 불과했던 시내점 영업이익률이 올해 1분기 8%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각 면세점이 다이궁에게 제공하는 송객수수료가 적게는 30~40%, 많게는 50%까지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움직임은 수익성 개선 속도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50억 원 적자를 기록한 호텔신라 연결 영업이익이 올해 600억 원 이상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비효율 다이궁 비중 축소와 경쟁강도 완화로 시내점 마진율은 4~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 한시적으로 무비자 단체관광이 허용된다면 개별여행객과 소형다이궁 중심 고객 믹스가 변화되면서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신라면세점은 대형 단체고객 유치를 위해 K-팝 팬미팅 등의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다. 지난 4월 중화권을 중심으로 글로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룹 B1A4 출신 진영을 홍보모델로 발탁했고, 향후 다국적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아티스트를 순차적으로 홍보모델로 기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일일투어나 소규모 개별자유여행(FIT) 증가 등 여행 형태의 변화에 따른 연계 상품도 개발해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단체 관광객 전용 쇼핑 환경 재정비와 특화 프로그램 구축을 통해 시내면세점의 단체 관광객 허브 역할을 공고히 하고 있다”면서 “오는 3분기부터 방한 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마케팅 활동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