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잇달아 각종 수수료를 없애고 대출금리도 자체적으로 낮추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대출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린 은행들이 금리 상승기 예대금리차를 키워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 등이 이어지자 이익 환원에 나선 것이다. 윤석열닫기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10일부터 60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창구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체(송금)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모바일‧인터넷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 면제 역시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에 확산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일 한용구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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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국민은행도 같은달 19일부터 KB스타뱅킹을 비롯한 모바일·인터넷 뱅킹의 타행 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했다. 농협은행도 비슷한 시점에 오는 3월부터 모바일뱅킹 앱 NH올원뱅크의 전자금융 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농협은행은 타행 자동이체 수수료 면제도 검토하고 있다.
이어 우리은행도 오는 8일부터 개인 및 개인사업자 고객을 대상으로 우리원(WON)뱅킹 등 모바일·인터넷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 타행 자동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역시 10일부터 모바일 앱 ‘하나원큐’와 인터넷뱅킹에서 타행 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은행권이 금리 상승에 편승해 과도한 이자 장사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진 점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고금리 기조 속 서민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들이 이자 이익에 기대 거둬들인 역대급 실적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지적이 대거 쏟아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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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은행의 공익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이후 토론회에서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설립 대신 인허가 형태로 운영 중이고 과거 위기 시 은행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했던 경험을 우리는 갖고 있다”며 “그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은행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10일부터 외부 신용평가사(CB) 5등급 이하 차주에 대한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말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올해 1년간 한시적으로 취약 차주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차주들 입장에서는 조금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고 싶어도 중도상환수수료까지 고려하면 실익이 없어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가 정해진 기간에 앞서 대출금을 갚을 때 원금에 덧붙여 내야 하는 돈을 말한다. 은행이 예정된 손실을 보상받기 위해 부과하는 일종의 해약금이다. 은행들은 중도상환금액에 0.7~1.4% 수준에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은행들은 대출금리도 낮추고 있다. 우대금리를 확대하고 가산금리를 인하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새해 초 최고 연 8%까지 올랐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6%대로 떨어졌다. 지난 3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950∼6.890%로 나타났다. 1월 6일(연 5.080∼8.110%)과 비교하면 한달새 상단이 0.130%포인트, 하단이 1.220%포인트 하락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같은 기간 0.050%포인트(신규 취급액 기준)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4대 은행 변동금리 낙폭은 하단이 약 3배, 상단은 약 24배에 달한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신규 코픽스는 변동형 주담대 산정 기준이 된다.
은행들이 잇달아 대출금리를 내리는 것은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8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이 연체와 부실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은행권의 보다 세심한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달 10일 임원 회의에서는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모니터링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토록 하는 등 금리산정체계의 합리성과 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달 12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예금과 대출의 이자 차이인 예대 이율 차이가 커서 서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중은행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현실 아래에서 서민들이 예대 이율 차이로 고통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인 예대 이율을 설정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