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023년 1월 19일 오전 개최된 제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의장 박병원)에서 자본시장 분야 규제 혁신 안건을 심의하고 있다./사진=금융위
이미지 확대보기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이 19일 개최된 금융규제혁신회의(의장 박병원)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가 혁신 동력으로 삼은 것은 ‘증권형 토큰’(STO·Security Token Offering)이다. 금융위는 앞으로 STO 발행과 유통을 허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일정 요건을 갖추면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 단독 발행이 가능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폐지와 영문공시의 단계적 확대 등 자본시장의 글로벌(Global·세계적) 역동성도 높이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작년엔 자본시장 분야에서 그간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겨졌던 일반 주주의 권익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중점을 뒀다면, 올해엔 우리 자본시장 제도의 국제적 정합성을 높이고 급변하는 환경 속 자본시장이 실물 분야 혁신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30여 년간 유지돼 온 제도와 그에 따른 수많은 실무상 관행을 폐지 수준으로 개편하고, 새로운 규율체계를 마련하는 것에는 다소 불편과 예기치 못한 리스크(Risk·위험)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날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논의되는 내용들을 충실히 반영하는 한편 향후 세부 규정 개정 과정에서 다시 한번 시장 참여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금융투자협회(협회장 서유석닫기서유석기사 모아보기) 대회의실에서 열린 회의장엔 박병원 금융규제혁신회의 의장과 하영구 블랙스톤 한국법인 회장, 이종구 김·장 법률사무소 미국 변호사 등 민간위원 15명이 참석했으며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 서유석 금투협회장,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원장도 자리했다.
논의 안건은 앞서 언급한 대로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과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두 가지였다. 지난 10일 금융규제혁신회의 자본시장분과 민간자문단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우선 첫 번째 안건인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은 1992년 도입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는 게 핵심이다. 앞으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개인 여권번호와 법인 LEI(Legal Entity Identifier)로 외국인들이 우리 자본시장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외국인 통합계좌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다수 투자자의 매매를 단일 계좌에서 통합 처리(주문·결제)할 목적으로 개설된 글로벌 운용사 명의 계좌다. 금융위는 결제 즉시(T+2) 투자 내역을 보고하는 의무 요건을 폐지하고, 필요시 시장 모니터링(Monitoring·감시)과 과세 등 세부 투자 내역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외국인 장외거래 범위도 확대한다. 사전심사건 중 심사 필요성이 낮고 수요가 높은 유형을 사후 신고 대상에 적극적으로 포함하고, 신고 부담도 대폭 완화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영문공시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성 강화를 위해서다. 자산 10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2024년부터 의무적으로 중요 정보에 관한 영문공시를 해야 하게 됐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전 세계 표준에 맞는 투자환경이 조성돼 국내 시장에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고, 국내 자본시장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 안건인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는 분산 원장 기술로 증권을 디지털화하는 방식을 허용하는 게 골자다.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분산 원장 기술과 토큰 증권 발행·유통을 제도적으로 포용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논의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그간 우리 법제 하에서 허용되지 않았던 토큰 증권 발행이 허용될 예정이다. 안전한 유통 체계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는 토큰 증권을 전자 증권 법상 증권의 디지털화 방식으로 수용함을 의미한다. 현재는 실물 증권, 전자 증권만 권리 추정력 및 제3자 대항력 등이 인정됐는데 앞으론 토큰 증권도 인정되게 된다.
즉, 증권 투자자들의 재산권이 법적으로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일정 요건을 갖추면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토큰 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이렇게 발행된 토큰 증권들이 투자자 보호장치가 갖춰진 안전한 장외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투자계약증권·수익증권의 장외 유통 플랫폼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담았다.
‘증권성 판단 원칙’도 제시하려 한다. 새로운 증권 발행 형태인 토큰 증권에 대한 자본시장법 적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새로운 규율체계를 마련하는 것인 만큼 ▲가이드라인(Guid-line·안내 지침서) 제시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 테스트 ▲정식 제도화 등의 단계를 거친다. 지난해 4월 발표한 ‘조각 투자 가이드라인’과 원칙은 같게 적용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내 자본시장이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 등 미래 기술 변화를 선제적으로 수용함으로써 다양한 자산의 증권화를 통한 새로운 산업과 시장 형성을 도모하는 등 자본시장을 통한 경제 혁신이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날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논의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순차적으로 발표하려 한다. 오는 25일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을, 다음 달 초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를 안내할 계획이다.
박병원 금융규제혁신회의 의장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등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규제가 우리 금융산업에 여전하다”며 “해외에 없는 규제가 우리나라엔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과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관점에서 30여 년 넘게 유지돼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폐지하고 토큰 증권이라는 새로운 기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건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며 “자본시장은 외국인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동시에 새로운 연관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역동적인 분야인 만큼 자본시장 분야의 지속적인 규제 혁신을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