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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칼럼] 국내금융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전문가 칼럼

기사입력 : 2022-05-02 05:00 최종수정 : 2022-05-03 21:41

경쟁력 제고의 핵심은 소비자보호 강화와 가격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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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이사, 한양대/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사, 매경/한경 등 주요 언론사부터 8회 BEST ANALYST 선정

서영수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이사, 한양대/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사, 매경/한경 등 주요 언론사부터 8회 BEST ANALYST 선정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다수 정부가 추진해 온 과제 중 하나이다. IT, 자동차 등 제조업에 이어 음악, 영화, 게임산업 등 컨텐츠 분야까지 한국 기업의 국가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하였다.

중국의 개입 확대로 대표적인 글로벌 허브인 홍콩 금융시장이 날로 쇠약해지는 등 한국의 금융 산업이 글로벌 시장 내에서 부상할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이와 같은 우호적 여건에도 한국은 금융 부문에서 국제 경쟁력은 갈수록 잃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2020년 2021년 각각 25조원, 26조 원을 매각,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이미 2015년 RBS증권, 골드만삭스투자자문, 2016년 BOS증권, 바클레이즈캐피탈, 2017년 골드만삭스, BBVA, RBD등 외국계 은행이 철수한데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표적 글로벌 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이 소매사업 부문을 철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금융 부문에서 국가간 국제 경쟁력을 비교 발표하는 지엔 Group과 중국종합개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3월 국제금융센터지수는 서울이 12위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금융 부문에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추진을 지속했음에도 한국의 금융 산업이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우리는 금융 부문의 경쟁력을 제조업과 같이 얼마나 더 빠르고, 편리하게, 더 많은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여부로 판단하였다. 지점을 방문해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을 모바일을 통해 집에서 아무때나 현금을 인출하고, 대출을 신청하며, 기타 금융상품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금융의 편의성 확대 여부가 금융 부문 경쟁력의 핵심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은행이 독점적 지위를 가졌던 지급결제시장을 카드사, 증권사에게 허용한 데 이어 핀테크 업체까지 허용 했으며, 나아가 노태우정부 이후 처음으로 비대면 채널에 특화된 은행 신설을 허가해 주었다.

그 결과 한국은 5년 만에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쉽게 자금 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자격요건만 갖춘다면 자동 판매기처럼 누구나 어디서도 수억 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국내 주식, 펀드뿐만 아니라 전세계 주요 국가의 투자상품, 원자재, 환율 등 거의 대다수 상품을 안방에서 쉽게 거래가 가능하게 되었다.

고객 입장에서 볼 때 분명이 혁신이라 할 수 있으며 혁신성 측면에서 한국의 금융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여전히 전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의 경쟁력에 대해 높이 평가하지 않으며 이런 금융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그렇다면 금융 선진국인 미국은 어떨까?
은행간 자금이체를 하는데 최대 일주일이 소요되며, 당일 송금을 하려면 은행에 방문해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일정 수준의 잔고를 유지해야만 계좌 유지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며, 약간의 기본적인 서비스만 받으려고 해도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미국 은행이 우리나라 은행보다 수수료 비중이 높은 이유는 서비스의 질이 높아서가 아니라 우리는 당연히 무료라고 생각했던 대부분의 서비스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서비스는 더욱 심각하다. 우리처럼 비대면 대출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모기지 대출을 받으려면 사실상 내 모든 자금 거래 내역 등을 공개야 하며 심사 기간도 1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펀드를 일반 은행의 온라인 채널에서 구매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금융 서비스만 놓고 보면 후진국 중에 후진국이라 할 수 있다.
이 사실을 알고도 미국을 금융 선진국이라고 지칭하고, 나아가 이를 글로벌 표준이라고 해석한다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금융 경쟁력의 잣대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한국의 금융 부문에서 여전히 신흥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이유는 금융 경쟁력의 정의를 이해하지 못했던 탓이 크다.

그렇다면 금융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지닌 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금융 선진화의 전제조건은 “금융(시스템) 안정”으로 꼽을 수 있다. 즉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금융시스템과 함께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회계제도, 법적 제도적 투명성, 그리고 정치적 안정성 등이 조합되어 어떤 투자자도 차별없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어야만 그 국가를 금융 선진국가라고 할 수 있다. 즉 금융 시스템이 불안정해 금융회사들이 쉽게 유동성 위기를 겪음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크고 정부 개입이 잦아진다면 어떤 조건이 부합하더라도 선진적 금융시장을 구축한 국가로 말하기 어렵다.

이미 한국은 1998년 금융위기에 이어 2003년 카드 사태, 2008년 금융위기까지 전세계 주요 선진국가 중 가장 금융위기를 많이 겪었다. 여기에 2020년 COVID19 사태에는 증권사의 외환 부족사태가 발생, 작은 외부 충격에도 유동성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제한할 수 밖에 없고, 원화가 국제화되는 데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같은 아시아 신흥국가인 싱가포르, 대만, 말레시아 등과 비교해 보더라도 현저히 많다는 것은 “금융 안정 위험”은 금융 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가장 중요한 제약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한국의 금융 경쟁력이 약화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여러 차례 금융위기를 겪었음에도 한국의 금융 안정 위험은 여전히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임대보증금 및 제외된 개인사업자대출까지 포함할 경우 가계부채 규모는 GDP의 160% 수준으로 전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결정짓는 변동금리대출 비중, 단기대출 비중, 이자 상환 비중이 70~80 수준으로 금리 상승 등 외부 여건 변화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하나이다.

더욱이 지급결제 시장의 개방에 이어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사 등의 은행업 진출 허용으로 구속성 예금이라 할 수 있는 요구불성 예금이 부동화되어 금리가 약간만 올라도 쉽게 고금리 예금으로 이동, 금융회사들이 금리 상승 과정에서 유동성 위험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한국의 금융회사 서비스 경쟁력이 크게 개선되었고, 수익성도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 국제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자체의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하기 보다는 정부의 저금리정책에 맞추어 위험관리 보다는 공격적 경영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에 있어 가장 시급한 것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 제고를 위한 정부의 규제 강화 정책과 금융 회사의 자발적인 위험 관리 강화이다. 당장 경기에 부담을 주더라도 대출 제도를 개선해 원리금 분할 상환, 고정금리 대출, 장기 대출 비중을 높이는 한편 대출이 주식, 부동산 등 자산 투자에 이용되는 것을 규제해 건전하고 안정적인 대출 관행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구속성 예금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마련해 은행의 유동성 위험을 낮출 필요가 있다. 미국 대비 1/3에 불과한 부족한 충당금과 자본을 더욱 쌓아 다가오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한편 장기적 관점에서 금융 안정성 제고를 위해 가장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2020년 3월 제정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적극적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취지는 금융 소비자를 사회적 약자로 보아 금융회사가 피해를 보호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소득 대비 과다 대출, 단기, 변동금리, 이자상환대출 등 과잉 대출을 제한함으로써 소비자 피해를 막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금융 안정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다. 나아가 금융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이스 피싱, 해킹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에 대해 금융회사가 책임지도록 해 금융 거래의 안정성도 크게 제고할 수 있다.

일부는 금융소비자 보호로 금융 부문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금융 소비자 보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소비자에게 부과할 수 있다면 오히려 금융산업이 성장하는데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이다. 즉 가격(금리, 수수료) 규제 중심의 금융 규제를 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변경해 미국 등 여타 선진국처럼 소비자의 보호를 위해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가격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금융회사가 일정 수준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더욱이 금융 안정 위험 관리 소홀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경제 주체가 입을 수 있는 피해를 고려해 볼 때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수수료 체계 정상화는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선결 요건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지난 연말에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가계 부채 증가율을 낮추고, 주택시장 안정화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정부 교체와 무관하게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금융산업에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서울국제금융오피스와 함께하는 금융 전문가 칼럼④ - 서영수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이사]

서영수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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