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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6인이 쓴 '국민에게 이로운 정부 만들기' 매뉴얼

이창선 기자

lcs2004@

기사입력 : 2022-03-28 11:39 최종수정 : 2022-03-28 14:21

강영철 교수 등 공저...새정부 지침서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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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이창선 기자]


오랜 독재에 대한 지난한 투쟁은 '5년 단임'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이제 와서 보니 정답은 아니었다. 세상 어떤 일에 100% 정답이 있겠냐만은, 5년 단임이라는 체제는 시간이 지날 수록 문제점이 구조화하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문제는 정치" 소시민이 신문을 읽다가 짜증스럽게 내뱉는 이 한 마디에 본질이 있다. 5년마다 반복된 국정혼란의 책임은 정치에 있다. 5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성과를 내기 위해 집권 세력은 말 잘 듣는 공무원들이 필요하다. 청와대가 행정부 인사권을 사실상 장악하고, 각종 공공기관 업무영역까지 손대는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이게 수십년간 지속되다보니 공무원 영혼은 사라지고 말았다.

대한민국의 이 같은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행정학자, 경제학자, 경영학자, 회계학자가 쓴 정부운용지침서 '정부사용매뉴얼'(윤성사 펴냄)이 출간됐다.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강영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옥동석 인천대 교수, 이민창 조선대 행정복지학부 교수, 배원기 홍익대 대학원 교수, 김진국 연세대 경제대학원 기업경제 전공 객원교수가 공저했다.

저자 중엔 실제 국정운영 경험이 있는 이들도 있고, 정부평가와 자문, 위원회 활동을 통해 정부운영의 속살을 가깝게 관찰한 이들도 있다. 무엇보다 저자들은 각기 자기 전공분야의 이론적 프리즘을 갖고, 매 5년 마다 반복된 국정혼란을 보면서 국정의 합리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토론했다.

그러면서 '유능한 정부, 프라이드를 되찾는 방법' 10가지를 제시한다. 첫번째는 행정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주문한다. 정부가 뜨거운 가슴으로 준비한 정책을 행정은 냉철한 머리로 깐깐하게 따져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공하는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정치와 행정의 건전한 분리와 균형, 견제의 원리가 작동해야 한다.

두번째, 정치에서 자유로운 독립기구 설치다. 유능한 정부를 위해서는 정부 내에서도 정권, 정치에서 자유로운 기구를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독립행정조직 (independent agencies)처럼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제한된 정부 기구를 설치할 필요도 있다.

세번째, 대통령 국정과제를 정부 업무평가와 연계하지 말아야 한다. 부처마다 정권의 색깔과 무관하게 수행해야 하는 고유의 미션이 있기 때문이다. 국정과제의 달성은 대통령 비서실의 책무이지 부처의 책무가 아니다. 각 부처를 지휘해서 국정과제를 달성하는 일은 대통령 비서실의 일이다. 특히 공약은 모두 실현하려 하지 말고, 실현가능성이 없거나 부작용이 크다면 국민에 사과하고 버려야 한다.

네번째, 정부는 각 부처 미션을 명확히 해야 한다. 부처의 미션이 헷갈리면 정책에 혼선이 생기고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적인 일이 벌어진다. 정부의 가이드에 따라 사업도 하고, 의사결정도 해야 할 국민들은 난처해지고, 가끔은 화가 나는 일도 생긴다.

다섯번째, 정부 조직과 인사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정치가 행정부나 공공기관의 조직과 인사권에 개입해서도 안 된다. 공공기관 기관장이나 감사 인사 역시 투명하게 해야 하고,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정치적 사항은 간여되어서는 안 된다. 행정부 내에서도 각 부처에 인사권과 조직설계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여섯번째, 정책 전문가는 민간에 더 많다. 공무원이 아무리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더 나은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은 민간에 더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금융지식의 구루는 민간에 있지, 금융위원회에 있는 것이 아니고, 대학정책의 전문가도 민간에 더 많다.

일곱번째, 학습역량과 네트워크 역량, 균형 감각을 갖춘 공무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순환보직 구조를 혁파하는 것이다. 공직 내에서도 특정한 분야에서 5년, 10년을 머무를 수 있게 해야 한다. 기간에 비례해 네트워크도 확장되고, 일에 대한 전문성도 높아간다. 자기 분야에 대한 자부심도 확실해 진다.

여덟번째, 국무회의 끝장토론이다. 대한민국 정부에 컨트롤 타워는 이미 차고도 넘친다. 다만 작동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과학기술, 교육 등 새로운 컨트롤 타워 보다는 기존의 국무회의를 통과의례로 운영하지 말고, 부처의 이견과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실질적인 장치로 삼아야 한다. 부처 간 이견이 있는 안건도 국무회의에서 끝장토론 할 수 있어야 한다.

아홉번째, 과감한 디지털 전환이다. 기업이 디지털 기술로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바꾸듯이, 정부도 운영과 서비스 모델을 바꿔야 환골탈태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경우, 복잡한 정부규제로 인한 민간의 애로도 획기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할 경우, 국민의 진정한 여론도 대규모로 수집해서 정책의 현실성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 열번째, 지역 균형을 위한 지방 경쟁이다. 지역균형은 평균적 분산이 아닌 지역다극 체제로의 재편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이루어져 온 국가주도의 분산과 분권전략에서 탈피해서, 지역, 지방정부도 서로 경쟁하면서 스스로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저자들은 정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일반국민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시장과 정부운영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오해를 바로잡으려는 진지전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행정학, 경제학, 사회학 등 사회과학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학자, 연구자, 학생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들의 관심으로 이 책에서 진단한 한국 정부의 현실과 이것을 개선할 대안에 대해 비판적이고 심층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국민에 보다 이로운 정부’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이창선 기자 lcs2004@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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