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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비호감 대선’ 덮자고 ‘선심성 부동산공약’ 남발해서야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22-0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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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왼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오른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왼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오른쪽)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대한민국의 명운을 결정지을 제 20대 대통령선거가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혼란 수습이라는 거대한 숙제가 주어진 상태에서,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헌정 이래 최대의 비호감·네거티브 대선으로 불리고 있다. 양강 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국민의힘 후보 모두에게 크고 작은 도덕적 흠결이 잇따라 발견되며, 공약대결보다는 흠집 내기 대결 양상만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네거티브 대선’ 외에도 또 하나의 꼬리표를 달고 있다. 바로 ‘부동산 대선’이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지지층과 반대층이 입을 모아 ‘잘못했다’고 꼬집는 부분은 바로 부동산 정책이다.

충분한 신규 주택공급 없이 다주택자들만을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규제하는 정책만 일관되게 쏟아낸 결과, 최근 2년 집값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폭등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 6억원대였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해 9억원을 훌쩍 넘어 10억원을 넘보고 있다. 서울에서 평범한 직장인이 ‘내 집’을 마련하는 일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버린 셈이다.

여기서 잠시 시계를 돌려 2017년, 제 19대 대통령선거 때로 돌아가보자. 당시 양강 후보였던 문재인·홍준표 후보의 주요 공약들에는 의외로 부동산에 대한 내용은 그렇게 많이 포함돼있지 않았다.

당시는 부동산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사회적인 충격을 수습하기 위한 ‘부정부패 개혁’이 화두였고, 보수정당 역시 청년 일자리 마련·기업 규제 혁파 등 경제 분야 정책에 좀 더 힘을 주는 모습이 연출됐다. 임기 내 어느 입지에 주택을 얼마나 공급하겠다는 내용은 핵심 공약에서 비켜나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은 어떨까.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가 핵심 공약에 ‘부동산’을 포함시켰다. 각 진영의 1호 공약은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이었지만, 두 후보 모두 부동산을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보고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양대 후보의 부동산 공약에서 ‘현실성’보다는 ‘선심성’이 먼저 읽혔다는 점이다.

양대 후보가 내놓은 부동산공약을 살펴보자. 먼저 주택공급의 경우, 두 후보는 공공이냐 민간이냐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임기 내 25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이재명 후보는 장기목표로 총 311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임기 5년으로 나눠보면 윤석열 후보는 연간 50만호, 이재명 후보는 60만호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기존 정부들의 연평균 주택공급 물량을 살펴보면 노무현정부는 36만호, 이명박정부는 35만호, 각종 규제 혁파로 주택시장이 호황을 맞았던 박근혜정부가 45만호였다. 아무리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혁파하고 신도시 개발 속도를 더한다고 한들, 연간 50~60만호는 쉬운 목표가 아니다.

특히 공급되는 주택 수요는 대부분 인구 절반 이상이 몰려있는 수도권 인구를 수용해야 할 텐데, 수도권에 이들을 수용할 만한 적당한 택지가 남아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용적률을 500%까지 높여서 닭장아파트를 공급할 수는 있겠지만, 후보 본인들은 과연 그런 아파트에서 살고 싶을까?

다음은 부동산세 관련 공약이다. 두 후보 모두 다주택자의 부동산세 중과를 완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재명 후보는 일시적 완화로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고, 윤석열 후보는 아예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통합하거나 1주택자는 면제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이재명 후보는 여기에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실효세율을 높이겠다며 한 술 더 떴다.

세제혁파에 대해서는 이 후보보다 윤 후보의 목소리가 더 컸다. 종부세는 물론 양도세와 취득세 부담도 과감하게 줄이고,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해 전반적인 세제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부동산세 공약들에 대해 업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말기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금리인상 등으로 간신히 조정국면에 들어간 부동산시장이 자칫 다시 상승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윤 후보의 세제완화가 소수 부유층들만을 위한 ‘부자감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지막은 교통 공약이다. 윤석열 후보는 수도권 광역급행열차(GTX) 노선을 6개(A,B,C,D,E,F)까지 확충해 수도권 전역 30분 출근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2기 GTX 노선을 추가해 수도권을 하나의 메가시티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사실 기자는 이 공약을 보고 나서 헛웃음이 나왔다. GTX 노선 중 가장 공정이 빠르다는 GTX-A조차 기존 개통시기를 넘겨 지연개통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E·F를 언급하다니. 공수표를 남발해도 너무 남발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데 웬걸, 이재명 후보도 곧바로 GTX 확충 공약을 냈다. E·F 노선은 물론 A+·C+ 등 기존 노선의 연장선까지 발표했다. 향후 지역주민들의 요청과 수요가 있다면 GTX를 추가로 추진하겠다는 약속까지 덧붙였다.

그저 맞불작전이었는지, 정말로 공약이행에 대한 자신감들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공약들이 참신하거나 그럴싸하다는 생각보다는 ‘어쩌려고 이러나’하는 걱정이 앞섰다. 네거티브 대선을 덮기 위해 양측 모두가 파격적인 ‘아무 말’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기자는 정치 전문가가 아니다. 어쩌면 각 후보들의 캠프에서는 면밀한 검증과 준비를 통해 이 공약들을 모두 실현시킬 청사진이 갖춰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범한 한 사람의 유권자가 보기에 이번 대선은 공약 실현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이 훨씬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정책학회·한국행정학회는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국민의당 등 4개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자를 대상으로 정책공약을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두 학회는 이번 대선 정책 공약의 주요 특징에 대해 "과거에 비해 후보자들 간의 공약들이 서로 유사해지고 있다"면서, “재정을 고려하지 않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엄중한 시국이다. 매 선거가 그렇지만, 이번 선거는 국가를 넘어 세계적인 재난을 극복해야 할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 선거다. 나아가 청년세대인 기자에게는 ‘내 집 마련’의 꿈이 가까워지느냐, 멀어지느냐를 결정지을 선거이기도 하다.

오는 3월 9일,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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