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임대차 계약 갱신 때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전세 계약 갱신 때 세입자가 전셋값의 최대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전셋값 증액분만큼만 더 빌릴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세입자가 전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셋값이 4억원에서 5억원으로 오른 경우 기존에는 오른 전셋값의 80%인 4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전셋값 증액분인 1억원까지만 빌릴 수 있게 된다.
KB국민은행도 이날부터 전세대출 한도를 전셋값 증액 범위 이내로 줄였다. 이 같은 조치는 가계대출 총량관리 차원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금융당국이 권고한 관리 목표치(연 5~6%)에 근접한 상황이다.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달 말 4.62%에서 이달 16일 기준 5.04%로 상승했다.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3.62%에서 4.37%로 높아졌다. 우리은행은 3.45%에서 3.90%로 올라 4%대에 근접했다.
은행권에서는 이들 은행이 대출 총량관리를 위해 추가적인 대출 제한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농협은행발(發) 연쇄 대출 중단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가계 부동산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농협은행의 대출 중단 풍선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가계대출 증가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제한하지 않은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조치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도 축소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6%에 다다르면서 지난 23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동시에 가입하는 일종의 보험이다. 이 보험에 가입한 차주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빌릴 수 있다. MCI·MCG 대출이 중단되면 차주가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셈이다. 서울 지역 아파트의 경우 대출 한도가 5000만원 줄어들게 된다. 앞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같은 조치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기업은행은 또 영업점이 아닌 개별 모집인(상담사)을 통한 모든 대출상품 판매도 전면 중단했다. 은행들은 통상 영업점, 비대면(온라인), 대출 모집인 등 세 가지 방식을 통해 대출을 내준다. 기업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 8월 말 기준 5.6%로 당국의 권고치 내로 이미 진입했다. 하나은행도 대출모집법인 6곳 중 3곳에 배정된 대출 한도가 모두 소진되면서 10월 말까지 대출 모집인을 통한 대출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