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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간의 욕망을 무시한 부동산정책의 당연한 실패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21-09-06 00:00

[기자수첩] 인간의 욕망을 무시한 부동산정책의 당연한 실패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무덤과 죽음은 아무리 들어가도 한이 없듯이 사람의 욕심도 끝이 없다’ 성경 잠언 27장 20절의 내용이다.

이제는 ‘오른다’는 기사를 쓰기도 민망하고 식상할 정도인 부동산시장의 폭주를 매일같이 바라보며 기자는 인간의 본성을 고찰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1920년대 미국은 사회개선과 도덕재건 운동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일환으로 모든 주에 술을 금지하는 ‘금주법’을 시행했다. 과도한 음주가 도덕적 해이와 갖은 사건사고를 일으킨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결과는 어땠을까. 술이 법으로 금지되면서 희소성이 높아지자, 사람들은 밀주·밀매 등 갖은 불법과 편법을 저지르며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술을 마셨다. 특히 마피아를 필두로 한 각종 범죄세력들이 금주법을 틈타 밀주업에 앞장서며 세력과 자금을 불렸다.

당시 집권당이자 금주법을 통과시킨 장본인이던 공화당은 결국 ‘금주법 폐지’를 내세운 민주당 후보 프랭클린 루즈벨트에게 정권을 넘겨줘야 했다.

한 가지 사례를 더 알아보자. 영국이 인도를 식민통치하던 시절, 인도에 갑자기 맹독성 코브라가 창궐하기 시작했다. 총독부는 코브라를 잡아오는 사람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섰고, 머지않아 사람들이 코브라를 잔뜩 잡아오며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코브라를 잡아오는 사람들은 늘어나는데 인도 내 코브라 개체수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알고 보니 사람들은 코브라를 직접 사육해서 포상금을 타가는 방식으로 제도를 악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총독부가 코브라 포상금 제도를 없애자, 사람들은 코브라를 야생에 방생해 결국 인도 내 코브라 수는 더욱 늘어났다고 한다. 그야말로 ‘안하느니만 못한’ 최악의 자충수가 된 셈이다. 훗날 경제학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이 역효과를 가져오는 현상을 두고 ‘코브라 효과(Cobra effect)’라고 부르게 됐다.

이상의 사례에서 기자가 얻은 교훈은 인간의 본성이 그리 선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특히 인간이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비화되는 순간 각자의 죄책감이 줄면서, 그 이기심과 악행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다시 부동산 문제로 돌아가 보자. 상대적 약자인 임차인 보호를 위한 임대차3법·투기세력에 대한 규제·공공재개발을 통한 속도감 있는 주택공급. 문재인정부가 내놓은 부동산대책들이 ‘부동산 안정’이라는 궁극적인 의도로 탄생됐음은 자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 정책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인간 본성에 대한 과도한 믿음(?)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임대차법이다. 임차인 보호를 위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했지만, 일부 임대인들은 ‘그럴 바엔 내가 들어가서 살겠다’며 임차인들을 쫓아내거나 관리비를 올리는 방식의 편법 방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투기를 규제하겠다며 규제지역을 늘리고 대출을 조였지만 정작 ‘진짜 부동산 부자’들은 타격이 크지 않은 모양새다. 오히려 현장 취재를 나가보면 1주택자들이나 생계형 임대사업자들이 유탄에 맞는 사례가 빈번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하고,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으리라’는 계산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게다가 부동산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구매하는 가장 비싼 상품이다. 손해를 보기 싫어하는 인간의 본능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논의나 대책은 그 어느 분야보다도 조심스럽고 신중한 논의를 거쳐 나와야 하며, 이를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충분한 설득과 적응기간을 줘야 한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출범 이후 27차례에 달하는 부동산대책을 우후죽순으로 내놓았다. 이런 대책들이 효험을 거뒀으면 모를까, 대책이 나올 때마다 시장이 자극되며 전국 집값이 널을 뛰는 촌극이 반복됐다. 위에서 설명했던 ‘코브라 효과’의 대표적인 예시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손해는 보지 않으려고 하는’ 인간 본성을 무시한 채 대중들이 선한 의도로만 움직일 것이라는 잘못된 계산의 폐해는 아니었을까. 이를 되돌아보고 정책 방향을 재수립하기에 이번 정권은 너무 많은 길을 와버린 것만 같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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