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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당국, 공모가 결정 시장에 전권 맡겨야

홍승빈 기자

hsbrobin@

기사입력 : 2021-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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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홍승빈 기자

▲사진 : 홍승빈 기자

[한국금융신문 홍승빈 기자] “최근 들어 금융당국이 시장의 자연스러운 가격 형성을 지나치게 관리하려고 드는 것 같습니다. 기업의 적정 주가는 기관·외국인 투자자와 청약에 참여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판단하는 것인데 말이죠.”

최근 상장을 진행한 한 기업의 기자간담회에서 IR을 담당하는 임원이 토로한 말이다.

금융당국의 잇따른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 요구는 해당 내용을 보충하라는 의미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공모가 인하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명시적이진 않지만, 결국 기업의 몸값을 낮추라는 신호로 인식하는 셈이다.

실제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주목받았던 에스디바이오센서(SD바이오센서)와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등은 상장 전부터 희망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뭇매를 맞았다.

특히 이들은 연간 순이익 규모가 5000억원을 넘고 조 단위의 공모 규모를 자랑하는 우량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요구로 잇따라 증권신고서를 정정했다.

SD바이오센서는 두 차례나, 크래프톤도 한차례 증권신고서를 정정했다.

이들은 이와 더불어 공모가를 각각 10%, 39%, 가까이 낮췄다.

문제는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7월까지 총 9개 기업에 대한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을 요구했다. 이미 지난해 수준(6곳)을 넘었다.

물론 금감원은 이 같은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 요구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증권신고서를 꼼꼼하게 보는 것일 뿐, 공모가 하향을 위한 목적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사실상 공모가 산정 과정에 개입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공모가를 낮춰 정정신고서를 내면 통과되기 때문에 결국 이는 금융당국의 공모가 인하 압박이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문제는 기업들의 IPO 일정이 지연되는 점이다. 일정이 지연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존에 계획한 자금 조달과 사업 일정에 막대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 등은 상장 일정이 미뤄졌다. 특히 카카오페이의 경우 금감원이 촉박하게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면서 당초 이달 초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려고 했던 일정을 10월로 넘기게 됐다.

금감원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공모주에 투자했다가 상장 후 주가가 하락했을 때 애먼 금감원에 항의하거나, 심지어 청와대 청원을 올리는 투자자들이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상장한 하이브(빅히트)의 경우에는 상장 직후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공모주 환불을 요청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투자의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 자본시장법상 주식투자는 개인 책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만약 공모가가 본인의 생각보다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되면, 투자를 안 하면 그만이다.

실제로 국내 공모주 투자자들은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경우 상장 과정에서 일반청약 경쟁률 7.8 대 1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싸늘한 외면을 받았다.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것을 보았을 때, 투자자들은 크래프톤의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가치는 철저히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 기대 이하의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기업들은 상장 이후 자신의 가치를 투자자들에게 증명하면 된다.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움직임은 투자자들이 결정할 몫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해당 과정을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시장과 투자자에게 맡기면 된다.

금융당국이 공모가 산정 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순간 ‘시장 기능 훼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홍승빈 기자 hsbrob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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