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한 생수 업체가 내놓은 무라벨 생수가 지난 한 해 동안 총 1,000만개 이상 판매되며, 판매량이 500% 급증했다. 환경보호를 위해 페트병 몸체에 라벨을 사용하지 않은 국내 최초의 무라벨 생수를 내놓으며 돈쭐의 대상이 된 것이다.
돈쭐 문화를 이끌고 있는 세대는 단연 MZ세대이다. 이 세대는 온라인에서 여론을 형성하고, 결집하여 집단적 행동에 나선다. 이는 곧 ‘돈쭐’, ‘좋은 해시태그 운동’, ‘SNS 챌린지’ 등과 같은 파급력 높은 문화가 된다. 이들은 단순한 소비 객체를 넘어 트렌드를 창조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MZ세대가 트렌드를 주도하는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MZ세대 특화 상품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향후 주요 고객층이 될 MZ세대를 선점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유행처럼 번지는 센세이션 효과를 노리고 있는 셈이다.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활동으로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순 있지만, 일회성 관심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지속적인 참여와 지지를 이끌기 위해선 MZ세대의 특징과 이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기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먼저 ‘디지털 네이티브’는 MZ세대를 특징 짓는 대표적인 용어이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며 자라왔다. 모바일 공간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소통하는 게 일상인 이들에게 소셜미디어(SNS)는 삶의 일부와 같다. SNS에서 관심사가 같은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으며, 의견이나 정보를 공유하고 나누는 하나의 판이 형성된다.
다음으로MZ세대는 세계 금융위기에 이어 최근 코로나19발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로 공정에 대한 열망이 이들의 큰 특징이라고 분석된다. 이 세대의 부모들인 베이비부머 세대는 빠른 경제성장에 힘입어 노력에 따른 결실을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아왔다.
반면, 현재의 10~30대는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로 지나치게 벌어진 사회 격차로 인해 노력한 만큼 보상이 따르지 않는 불공정한 삶을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유독 공정·정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최근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 청년 10명 중 7명 이상이 자산·고용·주거 부문에서 청년세대 내부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MZ세대는 심화된 불평등에 대항해 공정과 정의에 대한 신념과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과 강한 연대를 맺고 영향력을 행사한다. 정의롭고 선한 현상은 적극 소비하고 널리 알리는 반면,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현상에 대해 불매·항의·시위 등을 전개하며 심판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MZ세대의 단체 행동은 특권층에 대한 편법·비리에 대한 징벌을 내리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전례 없는 재테크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부의 격차를 줄이고자 직접 자산 축적에 나선 것이다.
MZ세대는 SNS를 중심으로 코로나19로 하락했던 주식시장에서 ‘동학개미’ 열풍을 주도했고, 가상화폐 투자에도 열심이다. 올해 1분기 암호화폐 거래소 신규 가입자 기준 MZ의 비율이 64%나 차지했다.
MZ세대의 재테크 열풍에 어두운 이면도 존재한다. 가상화폐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으로 하락 위험이 크기 때문에 돈을 버는 이들보다 잃는 이들이 많다.
또, ‘빚투’(빚을 내어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 젊은 세대는 지난해 사상 최대 가계대출 증가에 기여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는 MZ세대가 재테크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올바른 금융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받고 공유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때마침 MZ세대의 고통에 동감한 한 기업이 이들을 돕고자 금융 정보 격차 해소에 나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핀테크 기업 ‘핀크’가 핀크 ‘리얼리(Real:Re)’를 출시한 것이다. 이 서비스는 투자 과열만 부추기는 기존의 재테크 정보와 달리, 자신의 성별, 나이, 수입이 비슷한 사람들의 실제 금융 포트폴리오를 공유 및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바람직한 투자 습관 형성으로 손실을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자산을 축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신개념 금융 SNS를 선보인 것이다.
이 서비스는 신뢰도 높고 객관적인 자산관리 비법 전수를 위해 다양한 사람들의 실제 금융 데이터(예적금 종류, 투자 종목 및 금액 등)를 모아 서로 비교하고 벤치마크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간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온 금융 데이터를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해 금융 정보의 불평등을 완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핀크리얼리는 사회경제적 격차 해소 완화라는 의로운 취지와 SNS라는 소통의 장이 더해져 MZ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리얼리 내 MZ세대의 비율은 무려 66%이며,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참여자 수 12만을 기록했다.
핀크리얼리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목적을 둔 경영 활동은 MZ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이들이 의견을 나누고 모일 수 있는 네트워크 ‘장(場)’이 MZ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발한다.
MZ세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그들이 봉착한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여기에 그들이 마음껏 의견을 펼치고 뭉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 다음은 MZ세대에 맡기면 된다. 이들 스스로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오는 트렌드를 형성할 것이다.
[권영탁 핀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