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준 연구원은 "국내 주가는 신고가 랠리가 기대됐던 와중에 인플레이션 우려라는 유탄에 맞았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경기 회복과 함께 ‘물가’는 향후 지속적으로 거론될 주제라고 지적했다. Fed와 시장 참여자의 인식이 합치되기 전까지 노이즈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될 수 있다고 봤다.
최 연구원은 "최근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에도 실질금리는 하락했다. 실질금리는 채권 투자자가 물가 상승을 감안하고 받을 수 있는 이자율"이라며 "미 국채 10년물 실질금리는 금리 변동성 국면을 지나면서 -0.9%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자산 시장 과열 우려가 일부 나오고 있지만 주식 자금 이탈을 논하기에는 아직 멀다고 평가했다.
그는 "낮은 밸류에이션과 부담과 이익 모멘텀은 국내 주가의 하방을 지지한다. 12개월 선행 PER 기준 국내 시장은 12.0배로 연초 대비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졌지만 대만의 경우 14배를 상회한다"며 "12개월 선행 EPS도 3개월 전 대비 17% 상승해 이익 모멘텀도 양호하고 향후 개선 기대감도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 최근 인플레 우려에 큰 영향 받은 기술주
최 연구원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월 5일 신고가를 경신한 이후 10%가량 하락했다. 동시에 12개월 선행 PER은 15% 하락해 밸류에이션 조정폭이 더 컸다"며 "인플레에 더해 반도체 공급 부족 노이즈도 밸류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기술주가 변동성 장세를 지나는 동안 주도주 컨셉이 민감주, 금융주 등 ‘reopening’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2~3월 금리 변동성 국면을 지나면서 금융주의 S&P500 대비 상대강도가 올라갔고 소재가 뒤를 이었다. 이런 흐름은 1Q21 실적 시즌을 지나면서 강화됐고 기술주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기술주 소외 현상은 NASDAQ ETF(NAS: QQQ)의 유통주식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주식수는 금리 변동성이 완화되고 반등했으나 4월 고점 대비 4% 감소했다. 빅 테크 주식이 대체로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중국 4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원자재 가격 강세로 전년대비 6.8% 상승했다는 점도 경계심을 키웠다. 미국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에 달했다.
최 연구원은 주가 급락엔 차익실현 압력, 대만 주식시장 여파 등이 작용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최 연구원은 "KOSPI는 신고가를 경신하고 이틀 연속 반락했다. 이번에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작용했다"면서 "12일 대만 시장이 장중 8%대 급락하면서 우려가 극대화됐다"고 지적했다.
대만 내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작용했지만 기술주 약세 영향에 외국계 자금 이탈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국은 ‘기술주 중심 주식시장’이라는 대만과의 공통분모로 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강세를 보였던 민감주 및 금융주에도 차익실현 압력이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기술주 약세의 핵심은 고 밸류 종목이 가진 할인율 상승에 대한 취약성이다. 물가 상승이 주가 할인율을 높여 미래 현금흐름 부분이 큰 성장주 현가의 하락폭이 크게 나타난다.
또한 일각에서는 대만 방역 단계 격상으로 반도체를 위시한 산업 생산 제약 우려와 미국의 반도체 연합 결성이 한국 및 대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