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법안은 내년 1월까지 유예 기간을 뒀다. 따라서 은행들은 내년 1월까지 여성임원을 1명 이상 둬야 한다.
15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행원 입사 후 대리→과장/차장→부지점장/수석차장→지점장/부장→임원 순으로 진급한다.
신한은행은 행원/대리→과장/차장→부지점장→지점장→본부장→임원 순이다. 차장까지는 진급으로 보고 이후부터는 승진 개념이다.
하나은행은 행원(계장/대리)→책임자(과장/차장)→관리자(팀/부장, 지점장 등)→임원으로 나아간다.
우리은행은 행원(주임/계장/대리)→책임자(과장/차장)→관리자(부지점장/부부장→지점장/부장→본부장)→임원 순으로 구분된다.
각 은행 지점장은 임원 승진을 목전에 뒀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측에 여성 지점장 현황을 요청했지만 모두 공개를 꺼렸다.
은행권에서 여성 지점장 현황은 공시 대상이 아니다. 현재 공시의무 사항은 여성 임원과 구성원의 성비(性比) 현황이다.
A은행 관계자는 “여성 지점장 현황은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내용”이라며 “공시의무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공개가 어렵다”고 답했다.
B은행 측은 “적지 않은 여성 지점장들이 있다”면서도 “여성 지점장이 많으면, 왜 많은지, 적으면 왜 적은지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개를 꺼리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실상 지점장은 여성 행원들이 진급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직책이다.
올해 기준, 각 은행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허인닫기

신한은행은 진옥동닫기

하나은행은 지성규닫기


우리은행은 현재 최근 1년 연임이 결정된 권광석닫기

임원으로 올라가는 문이 매우 좁아 지점장까지 승진하면 여 행원으로서는 성공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진급이 아닌 승진에서 여성들이 밀리는 가장 큰 이유는 경력단절이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결혼 후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짧게는 1~2년, 길게는 6~8년까지 공백기가 생긴다.
주변에 도와줄 친인척이 없다면 육아는 오롯이 ‘엄마’의 몫이다. 첫째의 경우 어린이집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일찍 복직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만약 둘째라도 생기면 임신과 육아휴직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한 여직원은 입행 후 10년 만에 퇴사를 했는데, 아이를 둘을 낳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으로 근무한 기간은 5년이 채 되지 않았다”며 “결국에는 퇴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요즘에는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경우가 많다”면서 “결혼을 하더라도 자아실현을 위해 출산을 포기하는 여직원들도 꽤 있다”고 첨언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임원이란 매우 중차대한 현안에 대해 처리를 해야 하는 자리인데, 무작정 남성이라고 선호하고 여성이라고 승진시키지 않는 게 아니다”라면서 “물론 사회적으로 여성의 지위 향상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성비를 맞춰 승진자를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고무적인 케이스도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1월 역대 최대 여성 지점장을 배출하는 상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지점장 승진자 77명 중 여성이 23명을 차지했다.
기업은행은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여성 인력에 대한 승진 기회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앞으로도 ‘공정포용 인사’를 지속하고 인사의 객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권혁기 기자 khk0204@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