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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부 가맹점의 악몽’ 반복 않으려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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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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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선희 기자

▲사진: 유선희 기자

[한국금융신문 유선희 기자] 몇 해 전 유명 연예인의 이름과 얼굴을 걸고 만든 즉석식품이 도마 위에 올랐던 일이 있었다. 포장과 가격에 비해 내용물이 너무 부실했기 때문이었다. 부실한 내용물은 비판을 넘어선 지탄을 받았고, 해당 연예인의 이름을 딴 신조어까지 나돌았다. 제과업계는 과자 안에 충전재인 질소를 빵빵하게 채워 넣거나 포장재만 크게 만들어 ‘질소과자’라는 별명을 얻은 흑역사도 있다. ‘제품이 부실하다’는 논란이 일자 중량은 늘이면서도 포장재를 개선하겠다며 수습했다. 이후 식품제조업체들은 완제품을 홍보 사진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집콕 확산에 인기를 끄는 밀키트가 대표적이다. ‘사진과 다르다’라는 후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직접 조리해서 꾸며놓으면 업체에서 제품 홍보용으로 촬영한 사진과 얼추 비슷한 까닭에서다. 소비자들이 식품의 과대광고와 과대포장과 분노하는 건 ‘배신감’ 때문이다. 식품은 포장재 속 사진과 업체 측이 표기한 정보를 믿고 맛을 상상해서 구입해야 한다. 이미 제품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 작성한 후기도 중요한 구매 결정 요소다. 이 중 예상과 어긋난게 하나만 있어도 한 끼 식사를 망칠 정도로 언짢은 기분이 드는 것이 소비자다. 실망한 소비자는 돌아오지 않고 자신이 겪은 기분 나쁜 경험담을 널리 퍼뜨리게 된다.

일반 식품 제조업체들은 공장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판매하지만, 프랜차이즈는 조금 복잡하다. 브랜드를 만드는 본사가 음식 레서피를 개발해 공유하면, 가맹점은 그에 따라 음식을 만드는 게 프랜차이즈 사업의 기본 구조다.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결정 후 받게 되는 결과물의 만족도는 대부분 가맹점 솜씨에 달려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공유한 제품 제작 방법, 위생 수칙을 얼마나 잘 지켰는가, 음식 장식이 홍보 판촉물과 얼마나 비슷한가 등이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한 가맹점이 실수하거나 잘못 응대하게 되면 전체 가맹점과 본사가 곤욕을 치르게 된다. 가맹점 잘못에 해당 프랜차이즈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문을 내걸고 관리 강화를 약속하는 게 보기 드문 일도 아닌 이유다. 점주들은 각개전투하는 마당에 같이 엮여 억울할 수 있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프랜차이즈는 그저 하나의 집단일 뿐이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내놓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가맹점이 제조하는 과정에서 연출된 사진과 달라져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일을 보며 프랜차이즈 사업의 최대 리스크를 실감한다. ‘동고동락·공생공사’다. 얼마 전 “바쁜데 어쩌죠”라며 누락된 제품을 가져다주지 않은 분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대응이 유명 먹방 유튜버의 방송에서 생중계되자 ‘앞으로 주문하지 않겠다’는 반응이 많았던 것도 같은 비슷한 맥락이다. ‘지점차’라는 말이 무색하게 소비자 대응과 제조 과정에서 실수하는 지점이 한두곳이 아니라면 브랜드 전체가 추락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 분식 프랜차이즈는 논란이 생긴 지 나흘 만에 회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당 가맹점에 즉각 서비스 교육을 포함한 품질, 위생 재교육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두 달 간 전국 가맹점을 대상으로 본사에서 직접 찾아가 재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라고도 알렸다. 적절한 대응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은퇴창업자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특성상 가맹점을 인생 2막과 새로운 터전으로 여기는 점주들이 많다. 코로나로 매장 운영이 어려워지자 배달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손편지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입점한 본인 가게의 리뷰를 꼼꼼히 살피며 단골 마음 잡기에 애쓰는 점주와 직원도 많다. 이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일부 가맹점’들은 쇄신에 노력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일부 가맹점에서 발생한 문제’라며 선긋기 보다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파악하고 해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다 같이 망하기 싫다면 말이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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