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유선희 기자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대표적 사치재인 명품은 대부분 해외에서 생산돼 국내에서 판매된다. 명품 업체도 한국서 나고 자란 브랜드가 아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에 뿌리를 브랜드가 국내에서 거둔 이익은 해외 본사로 돌아간다. 열심히 소비해도 코로나로 얼어붙기 직전인 내수 시장 활성화에 도움 되는 돈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고용 인력이 있고, 백화점 등 유통업체 매출과 수수료 이익에 일부 기여하는 바가 있다지만 이 역시 벌어가는 돈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일부 명품 업체들은 우리나라에서 얼마를 벌어가고 지출하는지 구체적인 재무제표를 확인할 길도 없다. 유한회사이기 때문에 감사와 공시의 의무가 없어서다.
명품이 ‘나홀로 호황’을 즐기는 사이 국내 자영업자는 죽을 맛이다.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의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7~13일 전국 소상공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71을 기록했다. 작년에 1000개를 팔았으면 올해는 710개만 팔았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타난 올해 1월 2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11월 둘째 주(11/9~15일) 0.92까지 회복됐지만, 코로나19의 3차 확산으로 매출 감소의 직격탄을 또 맞았다. 올해 내내 코로나 여파를 겪어 온 자영업자들은 이번 고비를 버티기라도 하면 다행인 수준이다.
소비 진작을 위해 정부가 올해만 두 차례 진행한 대규모 세일 행사는 결과적으로 명품 소비심리만 부추기는 꼴이 됐다. 올해 6~7월 진행한 동행세일에서 백화점과 면세점들이 명품 내수 판매 행사를 진행하자 인기 제품들은 연일 품절 행렬이었고 단연 매출 일등 공신으로 자리 잡았다.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행사로 내수진작을 기대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지난달 각종 세제 혜택을 내건 코리아세일페스타가 골목상권·지역경제 회복, 내수진작 등에 기여했다며 치적을 홍보하고 나섰지만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지금 자영업자들은 다시금 덮쳐온 코로나에 맥을 못 추는 게 현실이다.
돈은 가진 이의 마음대로 쓰는 것이다. 명품 대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매출을 올려주길 소비자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수 시장의 전반적 재생이 필요한 현 상황에서 고가 명품이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건 잠재울 필요가 있다. 수백~수천만원의 인기 명품이 매장에 풀릴 때마다, 해외 본사가 가격을 올릴 때마다 백화점에 줄 서는 풍경과 생계 절벽에 내몰려 돈 구하러 다니기 바쁜 자영업자들의 세상은 분명 다르다. 이 균형을 맞춰야 할 정부는 딱히 특별한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의지가 없는 건지, 알면서 손을 못 대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당장 가게를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명품이 호황이라는 뉴스를 보며 큰 괴리감을 느낄 자영업자들만 안타깝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