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고향은 따뜻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 덕에 이제는 딸기를 주 산품으로 하는 안정된 기반도 구축했다. 고향에 내려와 친환경 건강식품 생산에 주력해온 최 대표는 그동안 습득한 노하우 전수를 위해 지금도 배움을 지속하고 있다.
대기업 근무 시절부터 준비한 귀촌의 꿈
사실 최 대표가 귀촌을 꿈꾼 것은 꽤 오래 전부터다. 이미 30대 초반에 월 60만원으로 생활하면서 고향에 1억원을 주고 농지 2,000평을 매입한 최 대표는 주위의 우려도 많았으나, 내 농지 하나 없는 형편에서 귀촌은 여의치 않을 것이란 생각이 컸다.
4형제 중 둘째인 최 대표는 고향에서 학교를 마치고 대기업인 삼성GE의료기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회사가 GE로 합병되면서 그곳에서 20여년을 보낸 최 대표는 지난 2014년 30여년 직장생활을 뒤로 하고 귀촌을 단행했다.
직장생활 중에도 주말이나 휴가 때면 고향에 들러 거들던 농사여서 귀촌생활이 그리 낯선 것은 아니었으나, 막상 내 일을 시작하는 건 또 다른 일이었다.
고향이기도 하고, 그동안 친분 있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자문을 받았지만, 사업화 구상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정착하기 전에는 틈틈이 내려와 콩 경작을 했었는데, 사실 콩은 가을에 타작하고 나면 끝이다. 주 작물을 정하는 일은 그 때의 상황과 비교가 안 되는 일.
그래서 정한 작물이 울금이다. 강황이라고도 불리는 울금은 생강과에 속하는 열대 다년생 식물로, 약용과 관상용으로 주로 재배한다.
카레가루로 많이 쓰이고 피클 등에 착색제 용도로도 쓰이지만, 해독기능과 항암작용, 지혈제 등 상처치료에 약효가 있어 일반가정에서도 많이 구매하는 재료다.
“작물을 정하고 경작을 시작하려니 지원이 필요해 지역 관할사무소와 협의를 했는데, 비닐하우스를 신청하라고 하더라고요. 500평을 신청했는데 다행히 선정이 돼 시설비 지원을 받으며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 작물재배는 성공했지만, 주력재배는 어려워
그렇게 무사히 울금 첫 수확에는 성공했으나, 이후 판매가 또 문제였다. 납품을 하려고 해도 첫 수확품질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었고, 매장에 물건을 납품하는 것도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또 그렇게 개척한 후에도 매상을 올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매상을 올리기 위해 가족은 물론이고 이웃 친지들까지 모두 동원해 물건을 구입하고 주위에 홍보를 한 후에야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어요. 처음 시작한 작물이라 첫 해 1톤으로 시작해서 4~5톤까지 수확했지만, 막상 판매를 시작하고 나니 물량이 부족해 다른 지방에 있는 물건까지 2톤을 더 구입해 팔았죠.”
그렇게 순조로운듯했던 울금 판매는 이듬해가 되자 판매가 줄면서 가격이 폭락하게 됐다.
그동안 7톤이나 팔려간 울금이 식용이 아닌 재배목적으로 구매되면서 구매자들의 대량 재배가 오히려 가격의 폭락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울금을 주력 상품으로 이어가기엔 한계가 온 시점이었다.
이에 추가로 선택한 것이 와송이다. 지붕의 기와 위에서 자라는 모양이 소나무 잎이나 꽃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와송은 말려서 약으로 쓰인다. 열을 내리고 해독에도 좋고, 출혈을 멎게도 해서 가정상비약처럼 알려지기도 했다.
가정에서도 부기를 가라앉히는 효능의 약재로 쓰이는 식물이다. 2016년 130평에 첫 수확을 해 3,2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특히 일반소비의 필요성을 절감해 모종을 만들어 컵에 넣고 책상에서도 볼 수 있는 판매물품을 개발하는 등 상품화에 많은 노력을 집중했다.
그러나 큰 성과를 거두기에는 채산성이 문제가 되어 또 다른 재배품목을 검토하게 됐고, 이후 마카, 어성초, 하수오 등 다양한 건강관련 식품들을 함께 재배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상품들을 꾸준히 찾아나갔다.
전문지식을 쌓아 친환경 경작을 지원하고 싶어
그러던 그가 지금의 비닐하우스 딸기농장을 시작한 것은 2018년. 이제 만 2년이 지났다. 주위의 권유로 시작한 딸기농장은 1년 중 6~8월을 제외하곤 9개월간 재배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고, 무엇보다도 채산성이 좋다고 했다.
딸기농장을 시작할 때에도 최 대표는 지자체에 사업을 신청해 시설비 3,000만원에 50%를 지원 받았다.
하지만 그는 재배를 시작하고 모종매매를 하면서 또 한번의 뼈아픈 경험을 하게 됐다.
“솔직히 저는 귀촌하면서 주변의 텃세보다는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아 정착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그런데 재배를 시작하니 실질적인 난관들이 닥치더라고요. 특히 모종의 경우 구매하면서 재배현장 등을 봐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게 관행이다 보니, 그냥 믿고 살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결국 구매한 모종이 병든 것들이어서 50% 정도를 추가로 더 사야 했고, 600만원가량의 피해를 봤죠.”
이에 최 대표는 이러한 악습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립하고 새로운 농촌을 키울 수 있는 자신만의 체계를 구축하려고 준비 중이다.
“저는 주위에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제가 조합원으로 있는 서화성농협이 든든한 후원군으로 뒷받침해주고 있거든요. 지역 농협에서는 금융지원뿐 아니라 수시로 현장을 방문해 많은 정보를 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자가 취재를 하는 중에도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의 신농희 팀장과 서화성농협 박창운 조합장, 권응택 상임이사와 한성희닫기한성희기사 모아보기 단장 등 농협 관계자들이 현장을 방문해왔다.
최 대표가 꿈꾸는 자신만의 농장 경영철학은 친환경 건강작물재배이다. 지금도 딸기 이외에 울금 등 건강약제를 7:3의 비율로 재배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전문지식 함양과 정보 공유를 위해 경기농협마이스터대학에 입학했고,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다.
또한 별도 하우스에 재배 중인 딸기 육묘를 친환경 경작을 희망하는 인사라면 누구에게나 배분할 계획이라고도 한다.
지금의 농촌은 일손이 부족하지만, 쉽게 구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인건비를 들여 경작하기엔 채산성의 문제가 있어 최 대표 역시 혼자의 힘으로 농장을 이끌고 있다.
그렇지만, 도시에서 은퇴 후 여유시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얼마든지 농촌에서 자유로운 시간만큼 활동하고 소득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농장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이에 최 대표는 현재 도시 속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옥상에 농촌을 접목하는 기획을 꾸준히 추진 중이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허과현 기자 hk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