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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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에서 대대적인 역전승을 거두면서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선거가 끝난 뒤 개표 중간엔 트럼프의 선전이 두드러져 추세 대로라면 트럼프가 300석 내외를 확보하는 대승을 거둘 것으로 보였지만, 지금의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이제 바이든이 애리조사(선거인단 11)와 조지아(16)를 가져가고 트럼프가 노스캐롤라이나(15)와 알래스카(3)를 가져가면 최종 결과는 306:232로 바이든이 크게 이기게 된다.
■ 상원 불확실성 남았으나 상원 공화당, 하원 민주당 가능성
상원은 아직도 격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이 48:48로 동률을 이루고 있을 정도로 치열하다. 알래스카,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남아 있는 지역이 지금의 분위기 대로 종료되면 공화당이 51:48로 다수당이 될 수 있다.
다만 결과가 유동적인 면이 있으며 내년 1월 초에 치러질 조지아주 2개 선거구 결과가 중요하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하원 선거에선 공화당이 선전해 자리를 더 얻게 되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의 자리를 유지하게 된다.
■ 트럼프 식 미국 우선주의 탈피와 경기 부양책 관심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많은 나라들이 피곤함을 호소해왔던 게 사실이다.
새로운 민주당 정부 역시 자국의 이익에 가장 큰 무게를 두겠지만, 다른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정책에 대한 부담은 덜 수 있게 됐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트럼프는 중국, 유럽 뿐만 아니라 한국 등에게 미국의 이익을 위해 많은 요구를 해 왔다. 하지만 바이든 시대엔 세계 무역질서 등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금융시장이 큰 관심을 갖는 주제는 미국의 부양책 규모다. 민주당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경기 부양에 힘이 실리게 됐으며, 당초 예상됐던 '블루 웨이브'(민주당의 상하원 장악)는 힘들게 된 점 역시 감안해야 한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후보가 주장해 온 10년간 2조 달러 추가 재정적자 요인 공약이 상원의 견제에 일정부분 막힐 가능성이 최근 금리 하락과정에서 투영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5일 이후로는 정책 불확실성이 줄어 미국 경기회복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금리 반등을 이끌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간 바이든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주식시장에 유리한 대목으로 꼽혔으나, 그의 증세나 반독점 정책이 빅테크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예상도 많았다.
다만 이 부분은 상원의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공화당의 견제, 중국과의 경쟁구도 등을 감안할 때 그 적극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점해 빅테크 기업에 대한 견제가 강화될 수 있으나 필요 이상의 규제는 공화당의 반발에 막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 주식, 미 대선 직전부터 이달 들어 급등 모드
주식시장은 미국 대선이 임박한 시점부터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국내 코스피지수 2,400선을 넘어 점핑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내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연일 상승세다.
10월의 마지막 거래일(30일)에 60p 가까이 급락하면서 2,267.15선으로 주저 앉았던 코스피지수는 월이 바뀌자 급등세로 돌변했다.
이달 들어 개인들이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도 중이지만, 기관과 외국인은 모두 하루를 빼고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외국인은 5일 1.14조원을 넘는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개표 초반은 의외로 트럼프의 압승이 예상돼 바이든이 불복하는 듯한 분위기였는데, 이제 상황은 정반대로 변했다"면서 "또 시장의 많은 사람들이 위, 아래로 주가지수가 출렁일 수 있다고 봤으나 주가는 급등 일변도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불복에도 불구하고) 선거 불확실성 해소, 경기 부양,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빅테크 규제 강화 가능성의 제약 등이 모두 기대감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지속적으로 사면서 장을 받치는 그림이 형성돼 있다. 다만 최근 진행된 주가의 가파른 오름세에 대한 경계감도 엿보인다.
다른 운용사 매니저는 "지금 주가는 기대감을 미리 반영하면서 가고 있다"면서 "2,450 이상에서 안착하면 박스권 상단을 뚫게 돼 그 때는 위가 열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루 이틀 더 올라가다가 밀리면 단기 조정 모드가 발동할 수도 있다. 눈치를 보면서 홀딩하고 있다"면서 "다만 신규로 진입하기엔 레벨이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 채권, 계속되는 부양책에 대한 긴장
채권시장은 '블루 웨이브' 무산 가능성 분위기에 안도하기도 했으나 경기부양책에 대한 부담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채 금리는 공화당의 상원 수성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난 4일 13bp 가까이 급락해 0.7%대 중반 수준을 향해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엔 다시 반등하면서 현재는 0.8%를 재차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과 불복 등이 시장에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는 데다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할 가능성 등으로 채권금리의 상승은 제약될 수 있다. 하지만 경기부양에 따른 수급 요인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민주당은 2~3조달러, 공화당은 0.5조달러 내외의 경기부양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공화당이 상원을 차지할 경우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지만 코로나19 확산세 지속과 경기 악화 우려 등을 감안하면 공화당이 제시한 경기부양 규모가 확대될 여지가 작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바이든이 인프라 및 친환경 투자를 중심으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경기 부양책이 현실화될 경우 채권금리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바이든 당선으로 미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국내 채권금리도 오를 수 있다"면서 "다만 현재 레벨에서 국고10년이 막혔던 1.6% 레벨을 뚫어내고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매니저는 그러나 "미국과 한국 모두 내년 물량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당장은 박스권 탈피에 조심스럽더라도 국고3년이 1%를 넘어서고 국고10년도 1.7% 이상으로 올라가는 그림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달러/원, 단기간 하락 두드러졌지만 원화 강세 환경은 계속
달러/원 환율은 이날 작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1,110원대로 떨어졌다.
달러/원은 지난 7월 24일 1,201.5원에서 7월 말 1,191.3원, 8월말 1,187.8원, 9월말 1,169.5원, 10월말 1,135.1원으로 레벨을 낮췄다.
중국 위안화 강세와 함께 지난달 환율 속락세가 두드러졌던 가운데 이달 들어선 5~6일 달러/원 레벨이 속락했고 이날은 1,120선을 하향 돌파했다.
주가 상승이나 위험선호 무드에 동조하고 있으며, 최근엔 외국인 주식 매수이 원화를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우려가 있으나 위험선호 무드에 편승해 원화는 더 강해지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 등의 통화 환경은 여전히 추가적인 원화 강세를 지지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로/달러 환율이 가장 중요해 향후 ECB 대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유로존간 코로나 대응흐름과 성장률 격차를 고려할 때 ECB가 연준보다 더 큰 완화책을 쓰기 좋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코로나 없는 경제 정상화와 그에 따른 통화정책 긴축, 미중관계 개선 기대감으로 위안과 원화는 연내까지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대신 백신과 치료제가 미국에서 유통되는 내년부터 방향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연내 환율 하단은 달러/위안 6.5위안, 달러/원 1,110원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승훈 메리츠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다고 해서 트럼프 재임 당시 부과했던 관세가 즉각 유예되거나 철회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다만 돌발적인 무역이슈 재부상 가능성은 트럼프 재선 시나리오에 비해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달러화는 경기역행적 통화로서 글로벌 경기의 동반 회복에 맞춘 점진적 약세를 시현할 것"이라며 "위안화 역시 글로벌 달러화 약세 환경 속에 중-미 금리차의 확대와 자본시장 개방 확대 등 중국 내부적인 요인으로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따라서 원화가 계속해서 위안화에 연동된 강세를 시현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