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위험성향 투자자 비율과 부적합상품 판매비율. /자료=금감원(김병욱 의원실 제공)
이미지 확대보기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별 펀드 위험성향 분석자료’를 통해 이와 같이 밝혔다.
올해 고객의 97%를 위험 선호로 분류한 A은행은 최근 5년간 절대 다수 고객의 투자 성향이 위험 선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에 97.2%, 2016년 97.2%, 2017년 99.3%, 2018년 99.2%, 2019년 93.1%를 기록했다.
위험 선호 투자자비율은 새로 펀드에 투자한 고객 중 원금 손실을 감수하는 등의 위험을 선호한다고 답한 고객의 비중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김병욱 의원은 “금융권에서 안정 성향이 강한 고객이 많이 찾는 은행에서 위험선호투자자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건 은행들이 애초부터 고위험상품을 자유롭게 팔기 위한 것”이라며, “일부러 고객의 투자성향을 최대한 위험 선호로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고객의 투자 성향은 △공격투자 △적극투자 △위험중립 △안전추구 △위험회피 등 5단계로 나뉜다. 이중 공격투자와 적극투자로 분류된 고객에게만 펀드 위험등급분류(6단계) 중 1~2단계에 해당하는 고위험상품을 팔 수 있다.
현장에서는 고객의 투자 성향 분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사실상 각 금융사 자율에 맡기고 있다. 투자 성향을 판단하는 알고리즘을 금융사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 고객에게 묻는 질문의 비중을 조절하는 식으로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의 불건전 영업행위 감시기준이 이런 왜곡을 걸러내기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014년에 ‘불건전영업행위 상시감시시스템’을 구축해 분기별로 입수한 금융회사의 영업행위에 관련된 각종 지표를 토대로 불건전 영업행위를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입수된 자료를 주기적으로 분석하여 감독, 검사업무에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금감원은 불건전 영업행위를 잡아내는 지표로는 ‘부적합상품 판매율(안전지향 고객에게 고위험상품을 판매한 비중)’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김병욱 의원은 “위험 선호로 분류된 고객 비중이 높을 경우, 부적합상품 판매율이 낮게 나와 오히려 건전 영업처럼 보인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위험 선호 투자자비율이 97.3%인 은행은 부적합상품 판매율이 0.9%인 반면, 위험 선호 투자자비율이 28.4%인 은행은 부적합상품 판매율이 15.4%에 달했다.
고객의 투자 성향이 분류되는 단계부터 감시하지 않으면 은행의 과도한 고위험상품 판매를 세밀하게 감시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병욱 의원은 “부적합상품을 파는 은행도 문제지만, 애초 고객을 위험 선호로 분류해 놓고 고위험상품을 팔고 있다면 투자자 성향 분류 단계부터 감독당국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은행별로 다른 투자자 성향 분석 알고리즘 점검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찬 기자 kk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