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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애널리스트 보고서 사태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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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9-18 14:35 최종수정 : 2020-09-19 04:23

사진출처: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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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위기 상황 발생시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종 정책들에 대한 지원 및 참여는 금융회사로서 피하기 어려운 숙명이지만, 증권·채권시장 안정펀드 조성,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에 이에 이어 금번 뉴딜 펀드까지 그동안 매번 각종 정책들에 은행들이 활용되면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은행 주주들의 피로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지난주 금융시장에선 이런 내용을 보고서에 적었다는 이유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H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가 뉴딜 펀드와 관련한 간단한 생각을 보고서에 기술한 뒤 정부에서 압력을 넣었다는 루머가 파다하게 퍼졌다.

정부에 밉상으로 보일 수 있는 내용이 보고서에 담겼고, 금융 지주의 경영진도 이 문제 때문에 부산을 떨었다는 소문들이 이어졌다.

청와대나 정부가 얼마나 할 일이 없길래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까지 문제로 삼느냐는 비난도 쏟아졌다. 사실 보고서 내용을 보면 전혀 문제될 것도 없었다.

증권사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가 정부 정책이 은행 수익 등에 미칠 영향이나 관련 정책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되는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금융가가 떠들썩했다.

■ 황당한 '필화' 사건

문재인 정부의 뉴딜 정책이 가져온 변화를 놓고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된다.

정부가 홍보하고 있는 대로 이 정책이 한국경제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키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울 것이라는 동의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무능한 정부의 과욕과 돈 낭비가 결국 한국경제에 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 역시 많다.

금융시장엔 언제나 '다른 생각'이 존재한다. 다른 생각과 판단이 상존하기 다르기 때문에 주식이나 채권을 사는 사람들의 반대편에 파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뉴딜 정책의 성과는 향후 시간이 흐른 뒤 드러난다. 이 정책의 효용성이나 성과는 앞으로 상당기간 시간이 지난 뒤에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전까지는 정책 효과를 예상하고 움직여야 한다. 중요한 정책이 발표됐을 때 관련 산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가 전망을 담아 보고서를 쓰는 일은 하등 이상할 게 없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선 옳은 방향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고, 그릇된 길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선 뉴딜 관련주들이 급등하기도 했다. 이런 주가 상승은 기대감에 기반한 것이다. 정책의 결과는 확신할 수 없지만, 각자 판단해서 주식을 사거나 파는 것이다. 정책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이 기대할 것'으로 예상되면 주식을 살 수도 있다. 매매 행위는 복잡한 사유와 엮여 있다.

정책 효과에 대한 각자의 판단은 자유다. 또 정책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소문처럼 정부가 증권사 일개 애널리스트가 쓴 보고서를 문제 삼은 게 사실이라면 이는 예삿일이 아니다. 만에 하나 정부가 이번 일에까지 간섭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사소한'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 '놀랍게도' 정부가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까지 입맛에 맞는지 본다?

안타깝게도 이번 일을 계기로 애널리스트가 떳떳하게 일할 환경이 되는지는 의문스럽다는 얘기들도 나왔다.

애널리스트가 특정 기업이나 산업을 담당하게 되면 그 종목에 대해 긍정적인 보고서, 비관적인 보고서를 다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들도 편식을 하지 않고 종목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여건이 그렇지 못하다. 누구든 자신(기업 혹은 종목)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소리를 듣길 원하지 않는다.

애널리스트들도 심심찮게 이런 고충을 털어놓곤 한다. 증권업계 A 관계자는 이런 얘기를 한다.

"여전히 보고서를 안 좋게 쓰는 애널리스트에겐 탐방을 못 오게 하는 등 압력을 넣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러던 차에 정부가 양아치 같은 행태를 벌였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정부와 사기업 모두 제발 좀 원칙대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 정부, 금융권 인사권 갖고 길들인다는 시각 많아..바뀌지 않는 구태

'애널리스트 보고서 사태'에 대해 주변에서 쉬쉬하고 있지만, 알 사람은 다 아는 사실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 증권사의 B 직원은 이런 말을 했다.

"청와대에서 보고서를 봤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기재부에서 한 마디 하니 금융위에서 뭐라 그러고, 그게 금융지주 회장에게 가고 그런 과정에서 일이 커졌다는 식의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지주 회장이 증권사 사장을 다그치고 증권사 사장이 리서치 센터장을 다그쳤다는 그런 얘기들이 돌아 참 뜬금 없었습니다."

이 증권사 직원이 말한 내용은 지난주 메신저를 타고 많이 여의도 금융가를 뜨겁게 달궜다. 특히 금융감독원 감사와 관련해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몰라 회사 차원에선 크게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는 말들도 많았다.

다만 H 증권사 측은 보고서와 관련해 정부 쪽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사실이나 압력은 없었다고 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 파문이 커진 이유는 아직도 정부가 금융권 수장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들도 많았다.

사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특정 금융지주 회장, 금융사 사장 등으로 정권맨, 혹은 정권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 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금융사 수장 자리에서 오래 연명하기 위해서는 어떤 성향의 정권이든 친해야 한다는 얘기들도 많이 한다. C 증권사의 한 간부급 직원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정권이 바뀌면 그 입맛에 맞는 사람이 수장 자리를 꿰찬다는 것은 다들 알지 않습니까?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권 모두 똑 같습니다. 노욕이 넘치는 경영진은 정권이 바뀌어도 재선, 삼선을 노리면 현재의 정권과 붙어 먹죠. 이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아닙니까?"

그는 사기업 금융사들을 정권이 좌지우지하는 '이상한 관행'이 하나도 바뀔 기미가 안 보인다면서 좌절했다. 그러면서 능력있는 경영진 대신 정치에만 밝은 사람들이 수장 자리를 꿰찮다고 했다. 이런 관행들은 한국 사회의 불행이라고 말했다.

"한국 금융사들에 얼마나 엘리트들이 많습니까? 만약 정치적인 힘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한국의 금융산업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졌을 겁니다. 하지만 능력이 의심스럽지만 이미 해먹을 만큼 해먹은 사람들의 노욕(老慾)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 진짜 뉴딜하려면 뉴딜에 대한 비판도 들어야 한다

정부가 하는 일이면 무조건 박수치고 응원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박수만 치고 '잘한다'고 해 버리면 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십상이다.

정부 정책은 오히려 건전한 비판의 응원을 등에 업으면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건전한 비판은 정책이 바른 길을 찾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판 뉴딜과 관련한 금융권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뒷말이 적지 않았다. 애널리스트 보고서 사태를 보면서 이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이렇게 말했다.

"뉴딜을 '살짝' 비판했다는 이유로 일어난 이 증권사 보고서 사태는 전혀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뉴딜 관련해서 다른 납득하기 어려운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에서 새롭게 출범한 K-뉴딜지수 지수 등에 대한 안타까운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를 떠나서 금융권에 있으니 뉴딜 지수 얘기를 좀 해보죠. 지금 뉴딜을 한다고 출범시킨 BBIG K-뉴딜 지수같은 것도 문제가 많습니다. 예컨대 바이오기업이 지수에 들어가 있는데, 그걸 뉴딜에 포함하는 게 개인적으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또 이건 원래 미래에셋에서 준비하던 지수인데,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특정 증권사에게 독점을 준 것도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 펀드매니저는 '보고서 사태'의 파장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평소에 갖고 있는 불만을 더 쏟아냈다.

"더 나아가 누구나 관심이 많은 공매도 문제를 한번 봅시다. 제도의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개선해야할지 고민하는 게 우선입니다. 그냥 금지를 시켜버리는 게 아니라. 이게 더 상식에 가깝지 않나요? 문제는 정책하는 사람들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너무 눈치를 본다는 것입니다."

이 매니저는 공매도의 문제 역시 애초에 금지를 빨리 풀었으면 전세계 주가가 오를 때 같이 오르면서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다소 완화되고, 이번 참에 더 나은 제도 개선도 모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LP들 쪽을 보면 유동성 공급 역할을 하라고 페이버를 줘 놓고선 증권사 LP 공매도 이슈가 나오니 만기 같은 때에 매도 한도에 제한을 두기도 하고 그러는 모양입니다. 정책가들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칭찬 받을 생각하지 말고 시장이 제대로 굴러가게 틀만 잡아 주면 됩니다. 그런데 여론 눈치만 보면서 자꾸 왜곡만 시키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여론이나 인기에 너무 연연하다보니 중심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무수히 많은 증권사 연구원들의 보고서 중 정책을 '아주 살짝' 비판한 보고서까지 골라서 패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추태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 정의와 상식은 패배할지라도 수호해야 할 가치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정의'를 유독 강조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정부에게' 정의 수호를 요구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잘 모르고 사용하는 표현 중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정의나 상식이 승리하길 바라는 기대감이 담긴 표현일 뿐이다.

역사를 조금만 훑어보면, 정의와 상식이 패배한 사례가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의는 승리할 수도 있고 패배할 수도 있다.

다만 패배하더라도 정의와 원칙의 편에 서는 사람이 많아야 사회와 경제가 발전하고 활력을 찾는 법이다. 정의는 작은 원칙이나 상식을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

금융감독원 업무처리 강령은 "회유나 협박 등을 통해 애널리스트의 조사분석자료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보고서를 쓸 때 보고서가 사심없이 작성됐다는 사실을 밝힌다. 자료를 기관투자자에게 먼저 제공한 일이 없다는 점이나, 해당 종목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등을 공지하는 것이다.

정부 인사가 증권사 연구원의 보고서에 대해 압력을 행사한다는 일은 사실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굳이 규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다.

하지만 정권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선 어떤 일이든 할 자세가 돼 있는 몰염치한 사람들 때문에 이런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말했던 '정의'가 '그들만의 정의'가 아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정의의 탈을 쓴 '편협함'이 '진짜 정의'를 구축(驅逐)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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