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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대들이 부동산에 ‘영끌’한 세 가지 이유…공급부족·청약시장 과열·집값 폭등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20-08-31 16:56 최종수정 : 2020-08-31 17:14

“수십 대 1의 청약경쟁 뚫느니 당장 영끌해서 집 산다” 기조
‘집값, 오늘이 제일 싼 날’ 잡힐 기미 없는 집값에 패닉바잉 심화

31일 진행된 국회 교통위에서 김은혜 미래통합당 의원(왼쪽)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에게 질의하고 있다. / 사진=뉴스핌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사진 오른쪽)이 30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의 신조어)’ 부동산 매매에 대해 다시 한 번 유감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30대들은 물론 부동산 전문가들까지 앞을 다퉈 “김현미 장관이 여전히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쓴 소리를 내놓고 있다.

30대의 영끌 패닉바잉을 초래한 것은 다름 아닌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인데, 그것을 인정하기는커녕 연거푸 애먼 곳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교통위 전체회의에서 “30대 젊은 층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했다는 뜻)’해 부동산 매매를 하는 양상이 돼 안타까움이 있다”고 발언했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30대는 지난달 서울시내 아파트 5345가구를 매입했다. 이는 지난달 전체 거래(1만6002가구)의 33.4% 수준이다. 특히 30대의 매입 비중은 관련 통계를 공표하기 시작한 작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가 밝힌 수도권 127만 호 주택 공급 계획안 / 자료=국토교통부



◇ “앞으로 서울과 신도시 공급 물량 생각해 분양 받아라”…실체 없는 공급 실효성 물음표

이어 31일에도 국토 교통위에 출석한 김 장관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해서 집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앞으로 서울과 신도시 공급 물량을 생각할 때 기다렸다가 합리적 가격에 분양받는 게 좋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저희는 조금 더 (매수를) 기다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패닉 바잉’이라는 용어가 청년들의 마음을 급하게 할 우려가 있어서 이를 순화하는 분위기가 청년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에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및 대출 옥죄기 등 규제 중심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하나같이 재미를 보지 못했다. 공급 없는 규제로 인해 역으로 시장에 ‘패닉바잉’ 현상이 번지기 시작했고, 집값이 잡히기는커녕 풍선효과만 낳으며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 상승률이 폭발적으로 치솟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에 최근 정부는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완화와 신도시 용적률 완화 등 주택공급 대책을 연달아 내놓았다. 김현미 장관이 언급한 ‘서울과 신도시 공급 물량’은 바로 이 지점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공급대책들은 계획만 있을 뿐 아직까지 실체가 없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도권 코로나19 재확산까지 터지며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코로나19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대유행 조짐으로 인해 전국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발령된 것에 이어 일부 지역에서 3단계 적용까지 거론되고 있는 등 위기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당초 공공재개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찾아가는 주민 설명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예정된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달 초 ‘8.4 주택공급대책’을 통해 5년간 총 5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공공 재건축이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참여해 사업을 함께 이끌어가는 새로운 형식의 재건축을 말한다. 다만 이를 위해 주택소유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다.

당초 업계는 정부가 제시한 ‘5만 가구’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용적률 완화 정도로는 공공재건축을 희망하는 사업장 자체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반응을 보여 왔다. 여기에 코로나19 쇼크라는 천재지변까지 겹치며 공공재건축을 통한 5만 가구 공급 계획은 시작부터 수많은 난관을 만난 상태다.

자료=직방



◇ 서울 아파트 청약, 평균 당첨가점 60점 상회…수십 대 1의 경쟁률까지 뚫어야

설령 정부의 공급이 예정대로 이뤄지더라도, 청약 경쟁률을 생각하면 김 장관이 말한 ‘합리적 가격의 분양’도 하늘의 별 따기일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부동산플랫폼 직방이 한국감정원의 청약결과를 통해 2020년 상반기 아파트 청약시장을 분석한 결과 1순위 청약경쟁률은 전국 27.7대 1, 수도권 34.5대 1, 지방 19.9대 1로 2019년 상/하반기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특히 수도권은 2019년 하반기 16.6대 1에 비해 2배 이상 상승했으며, 서울은 1순위 청약경쟁률이 75.6대 1을 기록했다(2019년 하반기 44.2대 1).

또 부동산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감정원 청약홈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과 이달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청약에서 당첨된 사람들의 최저 청약가점은 평균 60.6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상반기(1∼6월) 평균 최저 가점(55.9점)보다 4.7점 상승한 수치다.

평범한 30대가 이 같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본인과 배우자를 포함한 부양가족 수가 6명 이상이어야 하고, 무주택 기간은 8년 이상 9년 미만이어야 하며,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더라도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달과 지난달 서울 분양 아파트 13개 단지 일반분양 물량 총 3922가구에는 총 24만 9646명이 몰려 평균 청약 경쟁률은 63.7대 1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현미 장관의 말대로 서울에 양질의 주택이 공급된다 한들 치열한 경쟁을 뚫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희박한 확률에 희망을 거는 것보다 당장 ‘영끌’이라고 해서 확실한 내 집을 마련하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자료=경제만랩


◇ ‘영끌’해서 빚 생겨도 집값 오르면 그만…“오늘이 제일 싼 날” 만든 정부 책임론

끝 모르고 치솟는 서울 집값 역시 이 같은 ‘영끌’ 기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 조금 무리해서 집을 사더라도 금세 집값이 뛰면 결국 이득이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 은평구 소재 공인중개소 한 관계자는 “요새 아파트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라며, “오늘 사시는 것이 가장 이득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예로 은평구에 위치한 ‘녹번대림e편한세상’의 105㎡형 13층 매물은 작년 12월 6억2000만 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올해 7월 같은 평형, 같은 층은 6억 8500만 원에 거래됐다. 불과 7개월여 사이 6500만 원이 뛴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서울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 온갖 부동산 규제를 쏟아내고 있지만, 서울과 경기도 간 아파트 가격은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동향을 살펴본 결과, 문재인 정부 출범 3년 만에(2017년 5월~2020년 7월) 서울 아파트 매매중위가격이 6억 635만원에서 9억 2787만원으로 53.03% 올랐고, 경기 아파트 매매중위가격은 3억 1238만원에서 3억 9354만원으로 25.98% 상승했다.

부동산114 통계에서도 올해 7월말 기준 서울 아파트 가구 당 평균 매매가격은 10억509만원으로 집계됐다. 25개 구 가운데 강남구가 20억1776억 원으로 가장 높았고, ▲서초구(19억5434만원) ▲송파구(14억7738만원) ▲용산(14억5273만원) ▲광진구(10억9661만원) ▲성동구(10억7548만원) ▲마포구(10억5618만원) ▲강동구(10억3282만원) ▲양천구(10억1742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76㎡(이하 전용면적)는 이달 초 역대 가장 비싼 매매가(22억2000만원)를 기록하며 거래됐다. 이달 들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롯데캐슬프레지던트 84㎡는 20억8000만원에, 서초교대 e편한세상 84㎡는 20억9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신고가 경신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확연히 실패했다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책임지기보다는 어떻게든 여기저기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이 보여 안타깝다”고 평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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