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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삼성전자 TSMC ‘반도체 전쟁’, 정부가 변수다

김재창 기자

kidongod7@fntimes.com

기사입력 : 2020-08-27 14:15 최종수정 : 2020-08-27 15:46

'전통의 강자’ 인텔, 미세공정서 기술력 한계 보이며 위상 ‘흔들’
TSMC 파운드리 독보적 1위...삼성, 사법리스크에 ‘힘겨운’ 추격

▲사진: 김재창 산업부장

▲사진: 김재창 산업부장

[한국금융신문 김재창 기자] 격세지감(隔世之感)이란 말이 있다. 한자사전을 찾아보면 다른 세대를 만난 것처럼 몹시 달라진 느낌이라고 풀이돼 있다.

한때 전세계를 석권했던 일본 반도체 기업의 몰락과 최근 들어 흔들리는 ‘전통의 강자’ 인텔의 위상을 보고 있노라면 격세지감이란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1990년 일본 기업들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무려 49%에 달했다. 시장의 절반가량을 일본 기업들이 휩쓴 것인데 NEC(1위), 도시바(2위), 히타치제작소(4위), 후지쓰(6위) 등이 10대 기업 순위 앞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 대만의 거센 추격과 잇따른 투자 지연이 겹치면서 2018년 일본 기업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불과 7%로 쪼그라들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발표하는 2018년 세계 반도체기업 상위 10대 기업에서 일본 기업의 이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일본 기업들이 퇴장한 뒤 세계 반도체 시장은 미국의 인텔과 한국의 삼성전자, 그리고 대만의 TSMC가 주도하고 있다.

겉으로 나타난 성적으로만 보면 인텔이 여전히 잘나가고 있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인텔은 올해 상반기 389억5100만달러(약 46조1800억원)의 매출을 올려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297억5000만달러(약 35조원)로 2위를 차지했으며 TSMC는 207억달러1700만달러(약 24조5700억원)로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매출액 1위를 달성한 인텔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인텔은 지난 7월 실적발표에서 7nm(나노미터, 1nm는 10억분의 1m) 칩 출시를 6개월가량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초미세 공정의 수율을 끌어올리지 못해 2022년에야 양산체제를 갖출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TSMC는 이미 7나노 칩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인데 인텔이 이 두 기업과의 기술력 차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인텔주가는 폭락했다.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10.6%나 빠진 54달러까지 추락했다. 인텔의 주가는 올해 들어 18%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나스닥 지수가 25% 이상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참담한 성적이다.

삼성전자와 TSMC가 인텔을 제치고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데는 과감하고 통큰 투자가 큰 몫을 했다.

TSMC의 올해 예상 시설투자 금액은 170억달러(약 20조원)에 이른다. 당초 160억달러 정도를 시설투자에 쓸 계획이었지만 최근 투자 규모를 상향 조정했다.

삼성전자 역시 뒤처질세라 공격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반도체 시설투자액은 14조7000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투자액(8조8000억원) 대비 67% 늘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4월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른다는 내용의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했는데 이는 사실상 TSMC를 겨냥한 것이다.

막대한 규모의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은 삼성전자에 유리해 보이지 않는다.

TSMC는 강점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에 올라 있는데 2위인 삼성전자와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우울한’ 예상도 나왔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TSMC의 매출은 113억5000만달러(약 13조4800억원)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36억6500만달러) 매출의 3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점유율 격차도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TSMC의 점유율은 지난 2분기(51.5%)보다 2.5%포인트 증가한 53.9%로 예상됐다. 반면 삼성전자는 1.4%포인트 떨어진 17.4%로 분석됐다.

삼성의 ‘위기 의식’은 오너의 신신당부에 그대로 담겨져 있다.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월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해 “가혹한 위기상황이다. 미래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 있다. 시간이 없다”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TSMC는 파운드리 1위를 질주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TSMC의 창업주 모리스 창은 한 언론인터뷰에서 “삼성전자가 (앞으로)가장 두려운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반도에 전쟁’에서 뛰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불리한 요소는 또 있다.

대만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TSMC와 달리 삼성전자가 정부 지원을 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많았다.

TSMC는 알려진 대로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의 약자인데 우리말로 옮기면 ‘대만반도체제조회사’라는 뜻이 된다.

TSMC는 1987년 2월 자본금 2억2000만달러로 설립됐는데 대만 정부가 절반, 외국인 투자자가 절반의 자금을 댔다. TSMC는 1990년대 민영화가 됐지만 대만 정부는 국가개발기금 등을 통해 지금도 지분 6%를 보유 중이다.

TSMC가 시설투자를 단행할 때 대만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적지 않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여전히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있다. 지난 6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의견을 냈지만 검찰에서는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투자의 적기를 놓쳐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한국과 대만에 내준 게 그리 오래 전 일도 아니다. 일본 기업의 전철을 우리가 밟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

김재창 기자 kidongod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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