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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사 불완전판매 ‘주홍글씨’ 이젠 뗄 때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기사입력 : 2020-08-18 00:00 최종수정 : 2020-08-18 12:01

▲사진: 한아란 기자

▲사진: 한아란 기자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사모펀드 허들(장애물)이 갑자기 낮춰지면서 몰려 들어온 개인 투자자, 운용능력과 수용력이 없음에도 우후죽순으로 생긴 운용사, 리테일 영업을 위한 판매사의 무분별한 판매가 합쳐진 결과죠.”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가 최근 논란이 된 옵티머스 사태를 두고 한 얘기다.

그간 사태가 불거진 뒤 제도의 허점과 감독 실패, 이에 따른 운용사 부실 문제는 수도 없이 많이 다뤄졌다. 당국은 서둘러 제도를 정비하고 나섰고 감독도 강화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판매사의 ‘무분별한 판매’(불완전 판매)는 다시한번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불완전 판매는 국내 금융사의 성장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늘 따라붙던 오명이라는 얘기다.

최근 대규모 투자자 손실을 낳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펀드 불완전판매는 낯선 일이 아니다.

때는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8년 투자자 87명이 우리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우리파워인컴펀드’ 사건이 대표적이다.

우리파워인컴펀드는 우리CS자산운용이 운용을 맡았다. 우리은행 등이 2005년 11월부터 판매했다. 미국과 유럽의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해 3개월마다 연 6.7%의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이었다.

우리은행은 펀드를 팔면서 분기마다 고정이자를 지급하는 안정적인 수익 상품으로 소개했다. 2300여명이 1700억원 넘는 돈을 맡겼다.

문제는 6년 만기인 이 상품이 판매된 후 3년째 됐을 때 일어났다. 전세계를 강타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편입 종목이 일정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 펀드의 원금손실 비율은 100%에 가까웠다.

사건 이후 10년도 넘는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사고의 규모가 더 커졌다는 것뿐이다. 이번엔 옵티머스다. 1조6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낸 라임 사태 불씨가 다 꺼지기도 전에 말이다.

개인 투자자 982명이 투자한 24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모든 게 직원 10명 내외로 구성된 한 운용사의 ‘사기’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운용사는 실체가 없어졌다. 판매사는 ‘나도 당했다’고 주장한다. 수탁은행과 사무관리사도 다들 자기 책임은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결국 억울한 투자자만 남았다. 여기에도 불완전판매의 그늘은 드리워져 있다.

“원금보장 된다는 말을 듣고 가입했다”는 투자자들의 증언은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펀드를 팔면서 금융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업계 일각에서 이는 사모펀드에 투자한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파워인컴펀드 소송도 법원은 은행의 배상 비율을 20~40%로 수준밖에 물지 않았다. 불완전판매로 원금 전액을 잃었어도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 실패의 책임은 원칙적으로 투자를 결정한 개인에게 있다. 투자에는 엄연히 자기 책임의 원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원칙이 지켜지기 위해선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투자자들에게 상품 구조나 위험에 대해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는 점이다.

불완전판매 부분까지 온전히 투자자 책임으로 몰고 갈 수는 없다는 말이다.

소비자 보호를 등한시하는 금융사의 오래된 행태에는 어느덧 ‘관행’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수수료 수입에만 열을 올린 금융사가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금융회사 직원들의 ‘안전하다’고 한 말만 믿고 가입한 투자자들에게 ‘자기책임’의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일까.

‘금융 후진국’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는 언제쯤 떼낼 수 있을까.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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