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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Essay] 사월의 바람과 들과 꽃의 이야기, 광주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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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4-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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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국 김민정 기자] 그윽한 남도문화의 향기가 고여 있는 광주로 떠나는 봄 여행. 느릿느릿 한껏 게으름을 부리며 제비꽃 피는 마을 길을 따라 걷다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고, 봄바람 울렁이는 마음을 좇아 구불구불 요동치는 길도 달린다.

최근 전 세계를 들썩이는 고약한 바이러스 탓에 조금은 팍팍했던 마음이 광주가 전하는 봄 이야기에 스르르 녹아 내린다.

[Travel Essay] 사월의 바람과 들과 꽃의 이야기, 광주
고샅고샅 그 풍경 속을 거닐다, 대인시장

여행길에서 만나는 오래된 시장 구경은 참으로 재미난 일이다. 요즘 상황이 상황인지라 오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여느 도시의 시장과는 전혀 딴판이다.

가겟집의 내려진 셔터에는 은퇴한 역도선수 장미란이 여전히 “압!” 하고 기합을 넣으며 ‘셔터’를 들어 올리는 순간이 담겨있고, 비 가림 해놓은 천장에 매단 대나무들은 숲을 이루고 있으며, 정육점 간판 아래는 주렁주렁 매달린 살림도구들이 풍경처럼 소리를 낸다.

‘예술시장’이라는 수식어를 단 광주 대인시장의 이 독특한 풍경은 십수년 전부터 알음알음 스며든 젊은 예술가들로부터 시작됐다.

재래시장이 점점 위축되면서 늘어난 빈 점포를 채워나간 이들은 바로 광주의 청년작가들. 저렴한 임대료의 작업공간을 찾아온 재기발랄한 예술가들이 시장 상인들과 유쾌한 동거를 시작하면서 썰렁했던 시장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현재 대인시장에서 작업실을 운영하는 작가들은 30여명 정도. 그들의 작품이 보고 싶다면 시장 내 아트숍을 찾으면 된다.

천천히 산책하듯 시장 한 바퀴를 도는 데는 두어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물론 곰삭은 홍어와 새큼한 막걸리 향기가 솔솔 풍겨오는 가겟집 안으로 저도 모르게 빨려 들어간다면 어림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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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향기 가득한 중외공원

광주여행 중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고 싶다면 광주의 지하철역에서 자전거를 대여해보자. 양동시장역이나 금남로5가역, 남광주역에서는 신분증만 맡기면 무료로 빌려준다.

광주를 남북으로 가르는 영산강과 동서로 가로지르는 광주천을 따라 자전거도로가 나 있다. 광주천과 나란히 달리는 자전거도로는 27km 정도. 그 중 남광주역에서 양동시장역 또는 금남로5가역 사이 광주천 길과 중외공원을 중심으로 한 미술관 나들이를 추천한다. 대인시장과 예술의 거리, 국립아시아문화전당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알찬 동선이다.

운암동 일대의 중외공원은 광주 사람들이 아끼는 멋진 곳으로 다양한 면모를 품고 있다. 곧게 뻗은 편백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산책길, 구불구불 부러 길을 낸 생태관찰로, 아이들의 반짝이는 호기심을 자아낼 놀이시설까지 갖췄다.

팔각정을 지나 시립미술관 앞쪽으로 내려가려는 찰나 일제히 빨간 꽃을 피운 매화나무가 시선을 붙든다. 또 4월 중순이면 공원 일대는 바람에 벚꽃 잎으로 온통 하얗게 빛나며 색다른 매력을 뽐낸다.

[Travel Essay] 사월의 바람과 들과 꽃의 이야기, 광주
요동치는 산자락을 달리다, 광주호

하지만 조금 더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으면 무등산으로 오르는 노란색 리프트에 몸을 실어보자. 발 아래로 깎아지는 듯한 아찔한 산비탈을 눈에 담으며 10분 정도를 오르면 종착지에 닿는다.

여기에서부터 무등산 향로봉의 팔각정까지 300m 거리다. 해발 1,000m가 훌쩍 넘는 무등산 정상과 어깨를 맞대고 선 여러 봉우리가 한눈에 보인다. 반대편에는 광주 시가지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무등산자락에 안긴 도심을 바라보면 왜 이곳 사람들이 이 산을 ‘어머니의 산’이라 부르는지 알 수 있다.

다시 리프트로 산 아래까지 내려와 지산유원지 입구에서 원효사 방면으로 나 있는 광주호 드라이브 코스를 달려본다.

예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잣고개를 넘어 의병과 장군의 위패를 모셔둔 ‘충민사’와 ‘충장사’ 그리고 원효계곡의 산세 속에 고요히 숨어있는 ‘원효사’를 지나면 광주호에 닿는다.

왕복 2차선의 20km 남짓한 이 산길은 쉴 새 없이 요동치며 운전자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그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품고 있다. 광주호에 도착하면 호수생태원으로 간다.

호숫길을 따라 난 긴 나무데크 길을 걷고 새침하게 삐죽대는 새소리와 붕붕거리며 꿀을 따러 다니는 벌과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선 왕 버드나무의 반영이 한데 어우러져 마음을 내려놓고 나른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Travel Essay] 사월의 바람과 들과 꽃의 이야기, 광주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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