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1일 달러/원 환율은 현재 전 거래일보다 13.10원 급등한 1,23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원 환율이 1,230원선 위로 올라선 것은 종가 기준 지난달 24일(1,249.60원) 이후 6거래일만이다.
이날 달러/원은 개장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맞물린 경기 침체(리세션, recession) 이슈가 제기되며 위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의 경제지표 호조와 달러 약세로 달러/원의 상승폭은 극히 제한됐고, 한때 하락반전을 꾀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시장 분위기가 돌변하면서 달러/원은 급등 추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코스피지수도 4% 가까운 급락세를 연출한 데다, 미 주가지수 선물도 3% 이상 떨어지면서 서울환시에 리스크오프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달러/위안 역시 7.1위안선 위로 다시 올라서면서 달러/원의 급등을 자극했다.
이 과정에서 역외 시장참가자들은 롱포지션을 구축했고, 외국인 주식 순매도 관련 역송금 수요도 몰리며 시장 수급은 수요 우위 장세를 장 막판까지 이어갔다.
서울환시 마감 무렵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7.1071위안을 나타냈다.
■ 코로나19 공포에 롱심리 강화
달러/원은 오후 들어 유럽과 미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다는 소식에 아시아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리스크오프에 빠지면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특히 국내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이 20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면서 시장에 달러 수요를 자극한 것도 이날 달러/원 급등을 부추기는 데 한 몫 했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6천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자 이제 시장의 포커스가 경기 부양 정책이 아닌 경기 침체 쪽으로 이동한 느낌이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레포를 통해 해외 중앙은행에 달러 공급을 늘린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경기 침체 이슈에 가려지면서 달러/원도 급등을 피할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 2일 전망…미 주식시장 급락 가능성 주목
오는 2일 달러/원 환율은 미 주식시장이 재차 급락세를 이어갈 경우 1,250원선 진입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 금융시장 마감 직후 '앞으로 2주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아시아 시장에서 미 주가지수 선물은 급락세를 이어갔다.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의 급증과 함께 밤사이 미 주요 지수가 전일에 이어 또다시 급락세를 나타낸다면 시장 분위기는 미 슈퍼 경기부양책 통과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달러 약세 분위기도 한풀 꺾인 상황에서 글로벌 자산시장 내 위험자산 회피 현상까지 더해진다면 리스크 통화인 원화의 약세는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는 "현재 세계 각국이 내놓는 추가 경기부양책들이 시장 안정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플레이어들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며 "코로나19 확진자가 줄고, 셧다운한 공장들이 하루빨리 재가동되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시장이 기대하는 가장 큰 호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