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26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90원 오른 1,232.80원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만에 상승이다.
이날 달러/원은 미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법안 통과 기대와 글로벌 달러 약세에 기대 장중 내내 내림세를 이어갔다.
달러/원은 경기 부양법안 지연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이 제기되며 한때 상승 반전하기도 했지만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미 상원에서 경기 부양법안이 통과되고, 코스피가 상승폭을 키우면서 달러/원의 하락 움직임은 어느 정도 굳어지는가 했으나, 외국인 주식 순매도 확대와 이에 따른 코스피 하락 반전, 여기에 미 주가지수 선물 하락까지 겹치며 달러/원은 장 후반 결국 상승 반전했다.
서울환시 마감 무렵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달러 약세에도 오름세를 나타내며 7.1363위안을 나타냈다.
■ 바이러스 공포에 외국인 주식순매도 확대
달러/원 환율이 외국인 주식 순매도 확대에 따른 수급 부담에 오름세를 돌아섰다.
이날 외인 주식 순매도는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6천억원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일본 도쿄에서 외출 자제령이 선포되고,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미 부양법안 상원 통과와 달러 약세 재료는 수면 아래로 사라진 꼴이 됐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주식 순매도 확대도 바이러스 공포 확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지난 2거래일간 1~2천억원 규모에 머물던 이들의 주식 순매도 움직임이 이날 큰 폭으로 다시 증가하면서 외환시장에서 수급 안정을 기대했던 역내외 참가자들도 달러 매수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미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미 경기 부양법안을 노출된 재료로 인식하면서 외국인 주식 매도세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달러/원 환율은 미 역대 최대 규모의 경기 부양법안이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데 따른 미 주식시장 반응에 따라 방향성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상원에서 통과된 코로나19 경기부양 패키지는 오는 27일쯤 하원 표결을 거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며 곧바로 시행된다.
이번 경기 부양책으로 쏟아지는 2조2천억달러는 우리나라 원화로 환산하면 2천5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이에 대해 일단 금융시장은 반색할 것으로 보이나, 가격 변수의 움직임은 시장 기대와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한 데다, 미 고용지표 발표도 대기하고 있어서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기업 해고 건수 증가로 미 주간실업수당 신규청구건수가 폭증할 수도 있어 시장은 일단 리스크오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미국을 필두로 각국의 재정과 통화 정책이 경기 부양을 위해 동원되고 있는 데, 코로나19 확산세는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선진 경제권에서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금융시장도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이벤트성 재료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