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 저성장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고령화 현상까지 먼저 겪은 나라다. 주식 및 부동산시장은 침체됐고, 금리는 이에 대응하며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1989년 3만 6000선까지 넘겼던 니케이225지수는, 버블경제 붕괴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전 고점을 회복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적극적으로 투자 활로를 찾으려 하기보단 저축과 현금 보유에 집중했다. 일본은행과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따르면 버블 붕괴 이후 금리가 1% 이하로 떨어진 1996년부터 23년 동안 일본 예금금리는 평균 0.2%였다. 그러나 주식에 투자했다면 평균 배당수익률이 1.4%로, 자산이 29%(복리 재투자·세후 수익률) 늘어난다. 2000년부터 재팬리츠 상품들에 투자했다면 연 4.9% 배당수익만으로도 18년간 순자산은 107% 늘어난다. 배당수익뿐만 아니라 자산가격 상승도 기대할 수 있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해당 기간 5.3% 올랐고, 재팬리츠 평균 가격도 출시 이후 2배 상승했다.
제로금리 시대, 수익률이 1%라도 높은 자산에 투자
제로금리 시대에 돈을 불려주는 자산이라곤 없을 것 같지만, 수익률이 1%라도 높은 자산이 장기적으로는 큰 차이를 낳는다. 그러나 일본 가계는 금리가 하락하는 시기에 안전자산 선호로 오히려 예금 늘리기를 선택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1992~1999년 2.7%에서 0.2%로 하락한 시기에 정기예금 잔액은 1.5배나 불어 3,000조엔을 넘겼다. 최근 한국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8월 은행예금금리(만기 1년)가 2.14%에서 1.61%로 떨어질 때 저축성 예금(말기잔액)은 1,189조원에서 1,243조원으로 오히려 4.5% 늘었다.
따라서 이미 저성장·제로금리 시대가 코앞에 다가와 있는 한국의 투자자들은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보다 민첩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해외투자와 안정성이 보장되는 인컴투자에 주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지만, 그 안에서는 비교적 고성장하는 국가가 있기 때문에 해외투자를 늘 염두해둬야 한다는 것. 또 낮은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인컴투자(리츠, 배당주 등) 역시 중요한 포인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처럼 뚜렷한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가계 자산 구성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며 “예금 같은 안전금융자산보다는 중위험·중수익 성향의 인컴형 자산으로 안정적 수익이 계속 나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