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23일 달러/원 환율은 오전 11시 5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4.70원 오른 1,174.4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개장가는 1,172.00원이었다.
이날 달러/원 상승은 영국 하원이 22일(현지시간) 영국과 EU(유럽연합) 간 브렉시트 합의를 토대로 한 EU 탈퇴협정 법안을 사흘 내 신속처리하는 내용의 '계획안'(programme motion)을 부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리스크오프 분위기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달러 역시도 강세를 보였다. 특히 파운드화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제한된 흐름을 이어간 달러/위안은 아시아 시장에서 좀 더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같은 시각 역외 시장에서 달러/위안은 7.0803위안까지 올라섰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 매수세가 이틀 연속 이어지고 있지만, 지수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달러/원 상승을 돕는 형국이다.
■ 추세 전환 vs 기술적 반등
이날 달러/원 상승을 놓고 국내 펀더멘털을 반영한 추세 전환으로 보는 시각과 단기 급락에 따른 단순 기술적 반등으로 보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 수출 부진과 추가 금리 인하 등을 고려할 때 달러/원의 상승을 점치고 시장참가자들이 있지만 가격 메리트와 브렉시트 우려를 빌미로 일부 롱세력들이 달러/원 상승을 자극하고 있어서 추세 전환으로 보는 시각은 이르다고 보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대체로 시장전문가들은 이날 달러/원 상승을 기술적 반등 정도로 보고 있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브렉시트에 대한 시장 우려로 달러/원이 상승 흐름을 타고 있지만, 단기 급락에 따라 차익을 노린 저가성 매수세가 달라붙으면서 달러/원이 상승하고 있다"며 "브렉시트나 달러/위안 상승이 저가 매수를 노린 시장참가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정도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중 무역합의 서명 기대나 미 금리 이슈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 달러/원의 추가 상승은 특정 레벨에서 막히고 나서 다시 내림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환시에서 달러/원은 달러/위안 상승에 따라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장 막판에는 롱스탑 물량이 나오며 상승 폭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미중 무역합의 서명 기대와 미 금리 인하 이슈 등이 브렉시트 재료를 압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증시도 약보합권에서 횡보하고 있지만, 이틀 연속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어 달러/원의 추가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달러/위안 환율 역시 미중 무역합의 이슈에 민감한 통화이기 때문에 브렉시트 재료만으로 추가 상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달러/원은 1,175원선을 고점으로 추가 상승보단 상승 폭을 줄이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