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22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30원 내린 1,169.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달러/원 하락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합의 서명이 내달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 "중국과의 합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 "2단계 무역협상은 1단계 협상보다 많은 측면에서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측에서 무역협상의 공정성을 거론한 데다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샹산포럼 연설에서 "다른 국가가 중국 안보를 훼손하도록 두지 않겠다. 중국에 압박을 가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자 7.06위안에서 거래되던 달러/위안은 7.07위안으로 올라섰다.
이에 달러/원도 달러/위안 상승을 쫓아 장중 오름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그러나 코스피 지수가 외국인 매수를 동반하며 1% 안팎의 상승을 장중 내내 이어가자 달러/원은 재차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중 무역 갈등 완화에 따라 시장 전반에 확산한 리스크온 분위기가 달러/위안 상승에도 달러/원을 아래쪽으로 끌어내린 셈이다.
■ 역외 달러 매도에도 가격부담 지속
역외는 이날 서울환시에서 달러 매도 포지션을 취했다.
그러나 역외의 매도 규모 자체는 크지 않았다. 달러/위안 상승에다 단기 급락한 달러/원에 대한 가격부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역내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단 대체로 관망 스탠스를 장중 내내 이어갔다.
시장전문가들도 달러/원이 단기 급락한 만큼 브렉시트 향방이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결정 이전까지 특정 방향에 쏠려 달러 포지션을 늘리는 것은 리스크를 키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원은 1,160원대 중반까지 무역 합의와 미 금리 인하 재료로 하락 압력을 이어가겠지만, 국내 수출 부진 지속 등을 고려할 때 추가 하락은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23일 전망…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여부 관심
오는 23일 달러/원은 브렉시트와 관련 영국 의회 결정에 따른 글로벌 움직임에 연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정부는 21일 승인(찬반)투표를 통해 의회의 의사를 확인한 뒤, 이튿날인 22일 이행법률 투표를 거쳐 추후에 다시 합의안 승인 표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외신은 지난 21일 표결이 성사됐을 경우 찬성 320표, 반대 315표로 과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존슨 정부의 승리를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또 한 번 연기될 경우 시장 불확실성이 고개를 들며 금융시장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단기 급락한 달러/원은 의외로 큰 폭의 반등을 꾀할 가능성도 있다.
B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원이 4거래일째 하락하며 시장참가자들 사이에 가격부담이 이슈가 나오고 있지만, 월말과 내달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이슈나 무역합의 서명 등의 재료가 남아 있어 달러/원의 하락 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에서 발목을 잡히더라도 달러/원은 당분간 위보단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아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