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 국내 금융시장 장중에 미중 무역협상 재개 소식이 알려지긴 했지만, 미국 경제지표 호조 등으로 미국채 금리가 크게 뛴 영향과 유럽 금리가 일제히 반등한 영향 등을 받을 듯하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 가오펑은 "중국은 무역전쟁이 더 격화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 양측이 좋은 전화 통화를 나눴고, 실질적 진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협상 재개가 낙관적인 결과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호 비방에 몰두하던 미중이 다시 대화의 장을 마련한 데에 의의가 있다.
최근 유럽 쪽에서도 안전자산선호가 퇴조한 상태다.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완화되고 이탈리아 정국 불안이 가라앉았다.
유럽 대표안전자산인 독일 국채금리는 올해 들어 가장 큰 일중 상승폭을 기록했다.
코스콤 CHECK(3931)를 보면 독일 국채10년물 금리는 7.71bp 뛴 -0.5964%를 나타냈다. 최근 -0.7% 내외에서 등락하다가 크게 반등한 것이다.
브렉시트 우려 완화로 영국 10년 국채금리는 10.33bp 점프해 0.5271%로 상승했다. 이탈리아 10년물은 9.31bp 뛴 0.9093%를 나타냈다.
■ 美 시장 안전자산선호 완연한 퇴조..민간 고용·서비스업 지표 양호
간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9.62bp 급등한 1.5644%, 국채30년물 수익률은 8.17bp 상승한 2.0522%를 기록했다. 국채5년물은 11.11bp 급등한 1.4309%, 국채2년물은 8.42bp 상승한 1.5241%를 나타냈다.
미중 협상 재개 소식 속에 기대 이상의 경제지표, 그리고 뉴욕 주가 급등 등 위험선호 무드 등으로 기준금리 50bp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퇴조하면서 시장금리들이 일제히 조정을 받은 것이다.
류허 중국 부총리는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및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고 10월 초 고위급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미중 회담 재개 소식은 전일 국내 시장에 알려지면서 이미 영향을 줬다. 하지만 미국 경제지표가 나쁘지 않아 시장금리와 주가 반등을 더 자극했다.
지난달 미국 민간기업 고용이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8월 미 민간고용이 전월대비 19만5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14만8000명 늘었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지난 7월에는 15만6000명 늘어난 바 있다.
미국의 서비스업 확장세도 예상보다 강했다. 미 공급관리자협회(ISM)에 따르면, 8월 미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6.4로 전월대비 2.7포인트 올라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 54.0을 상회한 것이었다. 지난 7월에는 53.7로 2016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8월 수치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미중 협상 재개 소식과 양호한 경제지표가 맞물리면서 뉴욕 주가가 크게 뛰었다. 다우지수는 372.68포인트(1.41%) 오른 2만6,728.15을 기록해 3주 만에 가장 큰 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S&P500지수는 38.22포인트(1.30%) 상승한 2,976.00을 기록해 다시 3천선을 눈앞에 뒀으며, 나스닥은 139.95포인트(1.75%) 높아진 8,116.83을 나타냈다.
외환시장에선 글로벌 위험선호 영향 등으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인하 폭이 50bp가 아닌 25bp에 그칠 것이란 전망 강화는 달러 가치 하락을 제어했다.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98.40으로 전장보다 0.05% 낮아졌다.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줄면서 파운드/달러는 1.2329달러로 0.60% 높아진 것도 눈에 띄었다. 파운드/달러는 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무역협상 재개 소식으로 달러/위안 역외환율은 0.16% 하락한 7.1356위안으로 하락했다.
■ 외국인 선물매도와 현물매수..레벨 부담 완화됐으나 지금은 위험선호 구간
국내 채권시장은 전일 미중 무역협상 재개라는 대외 악재를 반등하면서 약세를 나타냈다. 최근 주가지수 반등 흐름 등에도 긴장하고 있다.
지난 달 하순부터 공급 우려 등으로 강세 일변도의 시장 분위기가 바뀐 뒤 최근엔 매수 심리도 타격을 입었다.
글로벌 위험선호 무드 속에 전일 외국인은 3년 선물을 1만5929계약 순매도해 2017년 10월(1만6721계약) 이후 23개월만에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달부터 외국인이 3년선물을 순매도한 규모는 대략 3만 6천계약을 약간 넘는다. 10선은 소폭 순매수 중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현물 매수는 이어지고 있다. 이번주 들어 외국인은 국채를 1.1조원 순매수(순투자)했다. 전일 외국인은 23년 3월 만기인 국고18-1호를 1200억원 순매수하고 국고10년 19-4호도 1011억원 순매수하는 등 4203억원을 순매수(순투자)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금리 하락 일변도의 분위기가 바뀌는 과정에서 외국인의 장중 단기채 2조원 가량 대량 매도가 주목을 받긴 했지만, 여전히 이들은 현물 매수 우위다. 지난 8월부터 현재까지 1달 남짓한 기간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는 7조원에 가깝고 순투자 규모도 3조원을 넘는다.
하지만 최근 내부적인 수급 문제 등으로 국내 이자율시장에 경계감이 커진 데다 글로벌 안전자산선호 무드도 퇴조하고 있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나아 보인다.
국고5년 이상 구간 금리가 일제히 1.3%를 넘어선 상황이고 저가매수를 저울질해야 할 타이밍이란 지적도 나오지만, 여전히 심리가 불안정한 데다 대내외 분위기는 추가적인 금리 반등이 이어질 수 있음을 나타내고 있어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날은 한은의 대표 매파 금통위원인 이일형 위원이 2시부터 강연을 한다. 한은 금요강좌 800회 기념 특강에 조동철·신인석 위원같은 비둘기파가 아니라 매파가 나서는 것이다. 8월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과정에서 인하를 주장했던 조·신 위원은 물가가 낮은 만큼 금리를 더 내리자고 주장해온 반면 이 위원은 부동산 등 금융안정 문제를 중시하면서 금리인하에 반대해 왔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