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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통계작성 후 첫 전년비 소비자물가 상승률 '마이너스'

장태민

기사입력 : 2019-09-03 13:47 최종수정 : 2019-09-0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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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지출목적별 소비자물가지수 동향

자료=지출목적별 소비자물가지수 동향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소비자물가지수 2018년 8월 104.85 vs 2019년 8월 104.81.

소비자물가지수가 0.04p 하락해 전년비 물가 상승률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소수점 첫째자리까지 공식 통계로 잡고 있어서 전년비 상승률은 '0.0%'지만, 실질적으로 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떨어진 것이다.

올해 8월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았다. 기존의 가장 낮은 상승률은 1999년 2월에 기록한 0.2%였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선 디플레이션 유령이 한국 경제를 덮치기 직전 상황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정부와 한은 등 당국 쪽에서 디플레이션 심리 차단에 나서고 있다.

■ 월별 물가상승률 첫 '마이너스'..올해도 0%대 물가상승률 기정사실

올해 들어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계속해서 0%대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년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표기해보면 0.48, 0.39, 0.58, 0.71, 0.75, 0.63, 그리고 -0.04다.

1965년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전년비 '마이너스' 수치가 나타난 상황이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0%대도 기정사실화돼 버렸다.

한은의 중기물가목표가 2% 수준인 상황에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0%대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최근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를 밑돌았던 시기는 2015년(0.70%)과 2016년(0.97%)이다.

그 이전 물가상승률이 0%대를 기록했던 시기는 1999년(0.53%)이었다. 하지만 1999년의 경우는 특수했다. 전해에 IMF 외환위기에 따른 환율 폭등으로 물가가 4.51% 뛴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수년간 한국경제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이 예전만 못해 어느새 0%대, 1%대 물가 상승률도 낯설지 않은 수치가 됐다.

■ 한은, 디플레이션 개념 거론하면서 우려 차단 노력

한국은행은 우선 디플레이션 정의에 입각해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 전반이 하락하는 현상이며, 물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물가를 더욱 낮추는 현상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와 거리가 멀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세 가지 큰 이유를 제시했다.

한은은 "최근의 저인플레이션 현상은 물가하락의 ①광범위한 확산성 및 ②자기실현적 특성이 나타나지 않는 데다 ③공급측 및 제도적 요인이 상당 부분 가세한 결과로 디플레이션의 징후로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품목수가 제한적인 데다 일반인 뿐만 아니라 전문가 기대인플레이션도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어서 '자기실현적 특성'도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1995년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하기 전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동조하면서 빠르게 하락했지만, 한국 상황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의 낮은 인플레이션은 수요측 요인보다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약세 등 공급측면에서의 일시적 요인과 정부 복지정책 강화와 같은 제도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사실을 반영해 '일시 요인과 복지 정책 효과'를 제외한 기조적 물가지표는 1%대 초중반 수준의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또 국제적으로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측정할 때 쓰이는 잣대도 들이대면서 디플레에 대한 우려 차단에 나섰다.

물가 여건뿐만 아니라 경기상황, 자산시장 여건 등 보다 포괄적인 방식으로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는 IMF의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DVI: deflation vulnerability index)를 산출해 보면, 올해 상반기 중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 위험도는 ‘매우 낮음’ 단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DVI 기준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매우 낮음 < 0.2 ≤ 낮음 < 0.3 ≤ 보통 < 0.5 ≤ 높음'으로 나뉘는데, 한국의 경우 0.18로 매우 낮음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정부도 디플레 우려 차단 거들어..저물가, 공급·정책요인 외의 구조적 한계도

정부의 최근 저물가에 대한 인식도 한은과 비슷하다. 최근 저물가 현상이 공급측 요인에 주로 기인하며,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용범닫기김용범기사 모아보기 기재부 차관은 3일 한국은행과 가진 거시정책협의회에서 "8월엔 물가 상승요인(+0.92%p)을 공급측(△0.74%p), 정책적(△0.20%p) 요인이 상쇄해 8월 물가상승률이 0% 수준으로 나타났다"면서 디플레 우려가 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차관은 "일각에서는 세계경제가 70~80년대 Stagflation, 90년대 Great Moderation을 지나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저물가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수요둔화로 저물가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우리나라의 저물가 상황은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측 요인에 상당부분 기인한 것으로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사실 기조적 물가 흐름에서 보면 디플레이션을 거론하는 것은 과한 면이 있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농산물·석유류 등을 제외하고 별도로 편제하는 근원물가는 1% 내외의 상승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기재부와 시각이 같다면서 기술진보와 같은 '구조적' 요인의 영향도 거론했다.

윤 부총재는 " 글로벌 공급사슬 확대와 IT기술 발전에 따른 기업의 생산비용 절감, 전자상거래 확산에 따른 유통비용 절감이 인플레이션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노동시장에서도 자동화 진전과 저임금 노동공급 증가 등이 임금 상승과 이에 따른 물가 상승을 제약하고 있으며 고령화 영향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와 인플레이션의 관계도 종전보다 약화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의 발전이나 사회구조에 따라 한국 역시 물가가 크게 오르기 힘든 구조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 저물가 속 사라지기 어려운 디플레 우려..저물가 둘러싼 복잡한 환경

주요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주요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지난해의 기저가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만간 소비자물가의 마이너스 상승률이 또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수년간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빠른 속도로 둔화된 가운데 이미 디플레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적지 않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디플레의 정의가 물가 하락, 혹은 물가 증가속도의 감소라면 이미 그 기조 가운데에 있다"면서 "수요 견인 측면에서 물가에 대한 우려가 많고 한국경제의 성장률 자체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디플레를 쉽게 논하기엔 아직 시기 상조"라며 "9월 추석 연휴 이후의 상황을 더 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부진과 기저효과 영향으로 물가가 낮게 나오고 있다"면서 "정부나 한은의 예상보다 물가가 낮게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는 금통위의 10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인다. 다만 금리 결정과 관련해선 9월 FOMC와 미중 무역협상 추이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낮은 물가 상승률 때문에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밖에 없다는 진단들은 많다. 한은 금통위 내부에선 조동철·신인석 위원이 저물가를 근거로 금리를 계속 내리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사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도 유독 낮은 편이긴 하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물가가 낮아 금리를 내리라고 하는 미국의 전년비 CPI 상승률도 2%에 가깝다. 한국은 대다수 선진국들보다 물가 상승률이 낮게 나온다"면서 "뭔가 상태가 아주 심각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경기 상황이 안 좋아 물가 상승률이 낮게 나오는 것은 맞지만, 산업구조나 소비 패턴의 변화를 간과할 수 없다는 진단도 보인다.

예컨대 최근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한 소비가 소매판매의 20%를 넘는 모습 등 생활 패턴이 빠르게 바뀐 부분의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보인다.

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돈이 없이 소비를 줄이니 물가는 떨어지고, 장사는 더욱 안되는 구조가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다만 체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괴리가 너무 크다. 또 우리 소비자물가의 현실반영도가 떨어지고 그저 통계를 위한 수치라는 느낌도 준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가 안 좋아 물가가 못 오르는 부분도 있지만, 구조적인 저물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요즘은 인터넷 등을 통해 물건을 싸게 사는 게 당연한 흐름이 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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