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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정책해설–정부는 왜?] 분양가상한제 막전막후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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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9-0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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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정책해설–정부는 왜?] 분양가상한제 막전막후
8월 12일, 정부가 민간택지에 대해서도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7월부터 다시 오르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추세가 확산되는 듯하자 발표된 조치다.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분양가를 통제해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다.

시장 반응은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직격탄을 맞게 된 건 재건축 단지들이다. 상한제 적용 시점을 기존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에서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 신청’으로 바꾼 것 때문이다. 이미 철거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되돌릴 수도 없다. 조합원의 분양가보다 일반 분양가가 더 싸지는 현상도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불만도 표출되고 있다. 신축 아파트 가격은 급등하고 있고, 청약통장 가입자는 폭증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한다면 시세차익은 더 커질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는 건축비, 택지비, 적정 이윤으로 아파트 분양가격을 산정하는 제도다. 분양가에서 거품을 빼면 실수요자의 내집마련 부담은 줄어든다. 하지만 조합원이나 건설사의 기대이익도 같이 줄어들어 재건축을 추진하는 동기가 사라진다. 그래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서울 아파트 167만 가구 중 3분의 1이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다. 자칫하면 재건축이 대부분 중단되고 서울에서 신규공급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사실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정부는 7월 초부터 세 차례에 걸쳐 장관급 협의를 했다. 기획재정부에서는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부처간의 협의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는데도 김현미 장관이 발표를 밀어붙인 것이었다.

물론 법이 바뀌더라도 당장 상한제가 시행되는 건 아니다. 최소 1개에서 최대 31개인 투기과열지구 어디가 지정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지정하겠다고 한다. 상한제 적용이 가능하게끔 요건을 낮춘 것일 뿐 당장 지역을 지정한다고 한 적은 없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당장 할 것도 아니면서 굳이 시행령을 고칠 필요는 없다. 국토부는 당장 할 생각이었고 지금도 김현미 장관의 생각은 그대로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다른 부처, 특히 기획재정부의 반대를 이겨내기 어려워진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건설경기 위축을 우려한다. 일본의 무역보복도 있다. 결국 2%의 경제성장률 방어도 어렵다는 지금의 경기 상황이 시행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이미 말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시장의 움직임을 봐 가면서 가장 좋은 시기에 가장 좋은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홍남기닫기홍남기기사 모아보기 경제부총리도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처 간 협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만 말했다.

지금까지 김현미 장관은 장관들 가운데서도 존재감이 남다른 사람이었다. 지난 5월 국토부가 3기 신도시를 발표할 때, 국토부와 기재부는 지하철 연장 구간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기재부가 계속 문제를 제기했지만, 김현미 장관은 두 부처가 협력하기로 했다면서 정리해 버렸다. 지난 6월에는 버스 준공영제 문제를 둘러싸고 마찬가지였다.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기재부의 입장이 김 장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모처럼 보는 힘있는 장관에게 국토부 공무원들이 환호하는 것도 당연하다.
김현미 장관이 이처럼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여당의 중진이라는 배경 때문일 것이다. 3선의 중진 국회의원으로서 가진 특유의 정치력이나 네트워크는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또 하나, 알려지지 않게 김현미 장관이 다른 부처의 이견이나 견제를 말 그대로 돌파하고,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은 청와대의 지원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의 청와대에는 김수현 전 정책실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김수현 실장은 청와대를 떠났다.

따지고 보면 당초 국토부도 적용 시점을 못 박았던 것은 아니었다. 개정안 입법예고를 거치면 10월 초부터 시행은 되지만 지정 지역은 그 후에 결정하게 된다. 지금으로서는 시행령 개정 자체는 예정대로 이뤄지겠지만 대상 지역 지정은 신중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분양가 상한제는 처음 시행되는 게 아니다. 1977년 이후 세 차례 시행됐다. 2년 전에도 정부는 시행을 검토했었다. 분양가상한제 지정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적용된 사례가 없었다면서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발표였다. 시행 시기로 11월을 잡기도 했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는 끝내 시행되지 않았다. 당시에도 국토부 역시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시장이 너무 가라앉아버리면 그것도 곤란하기 때문이다.

[김상철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MBC논설위원/前 인하대 겸임교수/前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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