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서울 남대문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열린 정부의 카드산업 대책 관련 금융공동투쟁본부의 입장발표에서 김현정 사무금융노조위원장(오른쪽 네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유선희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금융노동자 공통투쟁본부(이하 금융공투본)와 카드사노동조합 협의회(이하 카노협)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위원회가 카드업계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 것에 대해서는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몇몇 쟁점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성이 결여되고 미흡한 점이 있다는 것에 매우 실망"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애매하게 결론난 부분에 대한 추가 보완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금융당국에 요구했다. 김현정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500억 초과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하한선과 레버리지 배율 차별 철폐, 부가서비스 축소 즉각 시행을 즉각 시행하라"며 "카드업계가 자영업자의 문제 해결을 위해 동참해왔음에도 카드노동자들의 구조조정의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드업계는 대형 가맹점들의 카드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지나치게 낮은 수수료율을 책정해왔다며 금융당국에 수수료 하한선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를 줄곧 해왔다. 특히 이번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안의 방점이 '역진성 해소'에 있다면 대형 가맹점들이 우월적 지위 남용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카드노조가 제시한 '대형 가맹점 수수료 하한선'도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졌다.
현재 타 여신사들은 레버리지(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 비율로 10배를 정하고 있는데, 카드사는 6배를 적용받고 있다. 공투본과 카드노조는 이를 차별이라고 지적하며 타 여전사들과 같은 비율(10배) 적용을 바라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카드사들의 레버리지비율은 우리 6배, 롯데 5.8배, KB국민 5.2배, 하나 5.1배, 현대 5.0배, 신한 4.9배, 삼성 3.7배, 비씨카드 3.4배다. 우리·롯데카드의 경우는 자본 증식 한계에 부딪혀 사업을 더 키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레버리지비율은 유지하되 비율을 계산할 때 빅데이터 신사업 관련 자산과 중금리대출을 총자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총자산 규모가 줄어들어 레버리지비율이 소폭 완화된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이 대책을 "알맹이가 없고 카드사들을 기만하는 대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는 중이다.
아울러 발급할 수록 적자나는 '역마진 카드'에 대해서는 부가서비스 축소 승인을 즉각적으로 시행하라는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면서까지 부가서비스 축소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며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물가 상승에 따라 상품 서비스 구성이 악화되거나, 연간 몇 십억에서 몇 백억의 적자 상품에 한해서 여전법에 따라 실질적인 부가서비스 조정을 승인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3년간 의무유지 기간이 지나면 당국에 부가서비스 축소를 신청할 수 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껏 축소가 허용되지 않았다. 지난 9일 금융당국이 ‘카드 산업 경쟁력 제고 및 고비용 영업 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기준을 구체화하는데 합의점을 찾지 못해 추가 논의를 거치겠다고 말한 사안이다.
이 위원장은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이나 제대로 된 대안이 단 한가지도 나오지 않았는데, 모든게 관철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금융당국 수준에서 검토할 수 있는 책임있는 답변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요구)한 주장이 아니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카드사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한다면 소비자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장치는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정종우 하나외환카드 지부장은 "잘못된 정책으로 총파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준비를 미리 해 두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공투본과 카노협은 당국 발표가 있은 직후 지난 11일 6개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하나·롯데·BC카드) 지부장이 모인 가운데 내부 회의를 거쳐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삼성·현대카드는 노동조합이 없어 이들 모임에서 빠졌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