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ETF 등 패시브 자금이 신흥국 주식시장으로 급하게 몰려 들었지만, 2월부터 유입 강도가 줄어든 뒤 3월엔 오히려 빠지고 있다.
작년 10월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으로 크게 위축됐던 위험선호가 작년 11월 중순부터 아시아 신흥국 쪽으로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지난 달부터는 이 같이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연초 신흥국 주가지수가 크게 오른 뒤 2월부터는 유입 모멘텀이 줄어들거나 오히려 자금이 빠지고 있다. 주요국의 완화적 통화정책, 미중 무역분쟁 해소 기대 등으로 위험자산 선호를 추천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적지 않지만, 최근 외국인 주식투자는 크게 감소했다.
이러다 보니 자금 흐름이 사람들의 기대치를 앞지른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인덱스펀드 매니저는 "올해 1월 의외로 외국인 자금이 급하게 들어오고 주가지수가 급등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상반기 주식 랠리 인식이 강해지는 듯했다"면서 "하지만 2월 들어 주식 유입 강도가 확연히 줄더니 이달엔 외국인 자금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 주식 자금 흐름이 기대를 한 발 앞서서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연말, 연초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극대화되는 흐름이 나타났을 때는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으로 밀려 들어왔지만, 주식 랠리 기대감이 커졌을 때는 차익실현이나 매도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 외국인, 주식투자 1월 대량 순매수 → 2월 순매수 대폭 축소 → 3월 매도 우위
거래소의 체결 기준 데이터를 보면 지난 1월 외국인은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주식을 4조 1160억원 가량 순매수했다. 신흥국 주식시장으로 분류되는 곳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외국인 자금 유입이 나타났다.
하지만 2월엔 상황이 크게 변했다. 2월에도 외국인은 순매수를 유지했으나 그 규모는 6988억원에 그쳤다. 그러더니 이달 들어서는 3월 20일 현재까지 5천억원 가량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올해 1월 외국인의 매수 기세가 2월에 급하게 꺾인 뒤 이달엔 매도 우위로 전환된 것이다.
외국인이 샀다팔았다를 거듭하면서 매도 일방향의 흐름은 아니지만, 외국인 매수세가 끊기면서 상반기 주식랠리 기대감도 감퇴했다.
투신권의 한 매니저는 "연초의 신흥국 주식 자금 유입세가 한풀 꺾였다. MSCI 중국 비중 확대라는 수급 악재도 있어서 연초의 기세가 이어지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 달부터 신흥국 주식 ETF로의 자금 유입이 크게 축소됐다"면서 "아시아 신흥국 전체적으로 2월부터는 자금 유입이 확연히 둔화되거나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를 더 견인하기엔 재료의 힘이 빠졌다는 진단도 보인다.
다른 펀드매니저는 "미중 무역협상이 답보 상태이고 국내 경제지표는 둔화 중이며, 북미간 좋은 뉴스는 안 나오고 있다"면서 "이래저래 상황이 좀 그렇다보니 외국인 매수도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협상 관련 긍정적인 뉴스가 한 번 더 나온다면 그 때는 상황이 또 바뀔 수 있다. 일단 유로존 경기가 돌아서는 기미, 중국의 정책 드라이버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점 등이 일단 주식 매수자에게 위안거리"라고 말했다.
■ 외국인 채권투자, 올해는 적극 들어오는 느낌 없어
외국인의 채권투자는 올해 순유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2월 유출 규모는 크게 줄었다.
외국인 채권 매매를 결제기준으로 살펴보며, 외국인 순투자는 1월 3조 7390억원, 2월 1920억원의 순유출이 일어났다.
지난해 전체적으로 외국인은 재정거래 등을 중심으로 15조원 이상을 순투자했다. 하지만 올해는 유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월엔 지난해 재정거래 용으로 들어왔던 자금의 정리 규모가 커 외국인 순유출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섰다. 그런 뒤 2월엔 국채를 1조원 이상 순투자하고 통안채 위주로 팔았다.
이달 들어서는 국채를 팔고 통안채를 샀으며, 전체적으로 순투자는 스퀘어 수준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입장에선 한국 채권의 금리 메리트 저하나 다른 나라와 온도차가 느껴지는 통화정책 스탠스 등을 감안해 굳이 한국 채권을 적극 투자할 메리트가 줄었다는 진단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외국인 입장에선 한국 채권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면서 "금리인하 기대감도 없고 투자 매력이 떨어져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벤치마크 대비해서 아웃퍼폼하기 쉽지 않다. 한국물 변동성도 줄어 든 가운데 외국인도 한국물을 적극적으로 담기 싫은 상황인 듯하다"고 진단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