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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신재민 전 사무관과 2017년 11월 14일

장태민

기사입력 : 2019-01-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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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월 4일 기재부 홈페이지

사진=1월 4일 기재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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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작년 말 신재민 기획재정부 전 사무관이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시도, 적자국채 발행 압력 등을 주장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이 일은 해가 바뀌어서까지 회자되고 있으며, 젊고 유능한 기재부 사무관이 왜 그만둘 수밖에 없었느냐는 문제를 놓고 논박도 오가고 있다.

채권시장의 적지 않은 플레이어들에게 재작년 11월 있었던 국고채 조기상환 취소 해프닝에 대한 기억이 오롯이 남아 있는 가운데 신 전 사무관의 주장과 기재부의 반박 등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신 전 사무관은 정권 교체의 신호탄이 된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이력을 거론하기도 하면서 바뀐 정부 역시 적폐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국고채 바이백이 취소되는 자리에 함께 있었다면서 정부와 청와대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위를 폭로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3일 아침 금융시장엔 그를 둘러싼 각종 지라시들이 돌아다녔으며, 그의 극단적인 선택을 언급하는 소문들까지 나돌았다. 한 젊은 전직 사무관을 둘러싼 사회의 관심이 뜨거웠던 가운데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 2018년 말, 신재민 전 사무관의 양심선언

적자국채 추가발행을 둘러싼 해프닝은 세수 흐름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신 전 사무관에 작년 말 이를 상세히 기술하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

신 전 사무관은 2013년 세입예산보다 실제 수납된 세입 규모가 적어 결손이 발생한 이후 기재부 세제실은 조세예산 규모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전망하려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2016년부터는 상황이 변했다. 국고금 관리업무가 예산보다 더 들어오는 돈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얘기는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던 대목이다. 부동산 거래 증가 등으로 세금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선 이전과 달리 남는 돈을 어떻게 관리할 지가 이슈가 될 수 있었다.

신 전 사무관의 2017년 자신의 업무목표를 자금조달 규모 축소로 잡았다고 했다. 즉 적자 국채 발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5조원의 발행을 줄이면 1천억원의 이자를 아낄 수 있으니 국가에 기여한다고 생각한 듯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다시피 2017년은 초과세수 규모가 크게 늘어나던 때였다. 당시 정부가 국회로부터 승인받은 적자성 국채의 최대 발행 한도액은 28.7조원이었다.

신 전 사무관은 2017년 3월 업무 인계를 받았던 때 기발행된 적자성 국채가 15조원, 추경 및 세수 변수 등을 고려해 추가발행이 결정된 규모가 5조원이었다고 술회했다.

따라서 남은 미발행규모는 8.7조원인 상황에서 상반기가 끝난 6월말 자신이 예상해 보니 초과세수가 20조원이 넘었다고 했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세입예산을 다소 상향 조정했음에도 6월말 전망한 초과 세입 규모는 15조원에 달했다고 했다. 계산의 문제인 만큼 그가 볼 때 적자국채를 발행할 필요는 없었다. 그가 대중에게 공개했던 당시 상황을 들어보면 이렇다.

"(기재부) 국채과에선 적자성 국채 미발행분을 활용해 기존 국가채무를 차환해 국채 만기를 평탄화하려고 했습니다. 만기 평탄화용 차환을 할 때도 국채 발행이 필요하기에 차환 규모를 늘리게 되면 적자성 국채 발행 가능 규모는 줄어듭니다."

국가채무의 차환은 국채를 새로 발행해서 마련한 자금을 재정지출에 쓰는 게 아니라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국채를 조기에 상환(바이백)하는 데 쓴다.

세수 잉여가 보다 구체화되던 10월 신 전 사무관은 15조원이라는 초과 세수를 자신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재부 세제실의 요청으로 부총리에 대한 보고가 늦어진 가운데 바이백 취소 발표 전날인 11월 13일 차관보로부터 전화를 받고 '부총리 보고용' 적자성 국채발행계획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내용은 적자국채 발행 쪽이었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렇다.

"차관보께서 부총리 지시를 받았는지 남은 국채 8.7조원의 추가 발행을 진행하는 쪽으로 보고서를 쓰라고 했어요. 물량 일부는 조기상환용으로 사용됐거나 사용이 예정돼 있었기에 최대 발행규모는 4조원이었죠. 차관보님은 그 중 2조원 정도는 발행하는 것으로 보고해야 할 것 같다고 했어요."

신 전 사무관은 400억원의 재정부담이 국가에 추가로 주어지는 상황을 감내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했다. 그런데 차관보가 '발행하는 게 맞냐'고 물어봐서 당연히 '발행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후 차관보가 마음을 바꿨다고 기술했다. 하지만 차관보는 보고 자리에서 부총리에게 수모를 당해야 했다고 했다.

"차관보는 보고 뒤 보고서를 고쳐야 하겠다고 지시했습니다. 부총리는 최대 발행규모가 8.7조원이 아니라 4조원인지에 대해 화를 내셨다고 말했습니다. 추가 발행이 가지는 장점을 알 수 없었지만, 최대 발행이 가능한 국채 규모를 기존 4조원에서 5조원으로 1조원 늘려서 보고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그는 차관보, 국장, 과장과 함께 김동연닫기김동연기사 모아보기 부총리에게 처음 대면보고를 했다고 했다. 당시 부총리는 발행 가능한도가 늘어난 이유를 묻고는 물량을 최대로 확보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고채 바이백 때문에 8.7조원을 발행할 수 없다는 말 등을 하면서 부총리에게 설명했다고 했다. 정부가 자금 확보에 집착했던 이유를 신 전 사무관은 이렇게 설명했다.

"부총리는 정권 말로 미뤄지면 재정 역할이 더 커질 것이기에 그 때를 위해 자금을 최대한 비축해 둬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국채 발행을 줄이게 되면 GDP대비 채무비율이 줄어든다고 했습니다. 정권이 교체된 2017년도에 GDP대비 채무비율이 줄어든다면 향후 정권이 지속되는 내내 부담이 가기에 국채발행을 줄일 수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는 정권 교체기인 2017년의 채무비율을 낮춰선 안된다는 말을 납득할 수 없었다고 했다.

국가재정법 상 이런 식으로 돈을 쟁여 놨다가 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제90조에 따르면 세계잉여금은 발생 다음연도에 법에 따라 처리된 후 잔액은 세입에 강제 이입처리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남겨두면 추경 편성에만 일부 활용할 수 있다.

즉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교부세 정산 후 공적자금 상환기금 출연, 채무상환, 추경·세입이입 순으로 사용된다.

"추경이 필요하고 그 때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면 국회를 설득하면 될 것입니다. 국회통과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런데 부총리님은 국채 발행 후 남은 자금을 추경으로 편성하려는 것도 아니라 2년 뒤 본 예산에 활용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보고 이후 적자성 국채 발행 가능규모를 늘려야 했고, 가능한 재원을 다 끌어오는 과정에서 국고채 바이백 1조원이 취소됐다고 했다. 한은에도 다음날로 예정된 국채 조기상환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고 했다. 당시 채권시장은 뜬금없는 바이백 취소에 당혹스러워 했다.

이후 그는 국채 추가발행에 따른 GDP 대비 채무비율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작업과 관련해 나중에 GDP가 확정된 뒤 비율 수치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이후 4조원 후반대의 적자국채 발행을 결론 내고 다시 부총리 보고에 들어갔을 때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고 밝혔다.

"부총리가 조기상환 취소하라고 한 적 없다고 했습니다. 시장을 흔드는 것을 싫어한다고 하셨습니다."

이후 국고국장이 부총리에게 적자국채 4조원 추가 발행은 채권시장에 부담이라는 점을 언급했고, 부총리도 동의해 의외로 추가 발행은 없던 일이 됐다고 적었다.

하지만 그 즈음 청와대에서 국장을 불러 왜 발행하기로 했던 적자성 국채 추가 발행이 취소된 것인지 소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 다음 부총리가 대통령 월례보고를 요청하자 청와대는 보고 안건을 요구했다고 했다. 이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는 이번 건에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 대면 보고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썼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결국 12월 국고채 추가발행은 없던 일이 됐다는 게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추가 발행이 없는 12월 국고채 발행 계획 보도자료 작성 이후 청와대에서 계획 취소를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이후 국채과가 굽히지 않아 추가발행이 포함되지 않은 국고채발행계획이 언론에 나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청와대는 국채발행에 대한 재공고를 요구했다고 했다. 이후 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이 전화로 싸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적었다.

신 전 사무관은 경제부총리가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하려할 때 청와대에서 스크린한다는 게 합리적인 일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촛불시위에 참석했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같은 현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썼다. 옥상옥 역할을 하는 청와대를 둔 지금의 시스템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 2019년 1월 1일 기재부의 반박

연말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 이후 기재부 국고과에선 1월 1일자로 반박자료를 냈다.

기재부는 우선 10월말 기준 20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한 상황에서 8.7조원 추가발행 여부가 현안이 됐다면서 당시 초과세수는 추경 기준으로 14조원 가량 됐다고 밝혔다.

그 당시 정부 내에선 경기여건, 초과세수, 국채시장 영향 등을 감안해 8.7조원 전액을 발행하지 말자는 의견과 4조원만 발행하자는 의견 등이 나눠져 있었다고 밝혔다.

전액 미발행 시 당해 연도 국채발행 규모는 줄지만 세계잉여금도 그 만큼 줄어드는 결과가 되고 4조원만 발행시 그 규모 만큼 세계잉여금이 늘어난다.

기재부는 결과적으로 8.7조원 전액을 발행하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 '세계잉여금으로 처리하기 보다 미리 국가채무 규모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각 방안별 장단점이 있어 기재부 내부논의 및 관련기관과 많은 협의가 있었으며, 그 결과 8.7조원 전액을 발행하지 않기로 했던 것”이라며 “이는 세계잉여금로 처리하기 보다는 미리 국가채무 규모를 줄이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은 발행을 강행하려다가 막판에 취소된 것이라고 했지만, 기재부의 입장은 ‘의견이 나눠졌던 가운데 결국 발행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쪽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4조원 적자국채 추가 발행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국가채무비율을 높이려 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터무니 없다는 입장이었다.

기재부는 “4조원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해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약 0.2%p 증가(38.3%→38.5%)에 그쳐 큰 의미가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면서 “설사 추가발행을 통해 2017년 국가채무 비율을 높인다 해도 이는 문재인 정부 첫해 국가채무비율이 되는 것이어서 그럴 이유도 없었다”고 밝혔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해 신 전 사무관이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와 관련해선 “치열한 내부논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국채발행은 국가채무규모, 특히 GDP대비 국가채무비율과 직결되는 것인 만큼 중기재정 관점에서 국가채무의 큰 흐름을 짚어보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바이백 시 매입재원을 초과세수 등 정부의 여유재원으로 하는 국고채 순상환의 경우 국가채무비율이 감소하고 국고채를 신규로 발행해 매입하는 경우 국고채 잔액에 변동이 없어 국가채무비율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당시 세수가 넘치는 상황에서 채무비율을 올리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긴 했다.

적자국채 추가 발행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강압적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청와대도 의견을 제시했으나 강압적 지시는 없었고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기재부가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압적 지시가 있었더라면 궁극적으로 적자국채 추가발행으로 연결됐을 것이지만, 추가적인 적자국채 발행은 없었다는 것이다.

2017년 11월 14일 국고채 바이백 1조원 취소에 대해선 “그 당시 적자국채 추가발행 여부 논의, 국채시장에 미치는 영향, 연말 국고자금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가피하게 결정된 것”이라고 했다.

기재부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하는 것은 금지돼 있으며, 특히 소관업무가 아닌 자료를 편취해 이를 대외에 공개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신 전 사무관에 대해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2017년 11월14일, 채권시장에서 있었던 일

2017년 11월 14일.

즉 바이백 입찰 하루 전 정부가 조기상환 입찰 취소를 밝히면서 시장참여자들이 우왕좌왕했다. 정부와 보조를 맞춰서 일을 하는 한국은행 국고증권실조차 이유를 모른다고 하면서 억측이 난무했다. 당시 이자율 시장의 딜러들은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면서 적지 않게 당황스러워했다.올해 들어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온 가운데 정부는 자금 관리 미스매치 때문에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상규 기재부 국채과장은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 있어 미스매치가 있어 국고채 바이백 취소로 미세조정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올해 국세수입이 260조원을 조금 넘을 것"이라며 "초과세수를 국채 상환에 우선 사용하는 것은 유력한 방안 중 하나"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이자율 시장은 기재부의 입장 등을 볼 때 우선적으로 자금 관리의 실수를 의심했다.

채권시장의 딜러나 펀드매니저들 사이엔 "자금관리 미스매치 발언 등을 감안할 때 결국 정부가 뭔가 계산을 실수한 것 같다. 자금이 펑크 나서 채권을 살 돈이 없었던 것으로 본다"는 식의 의심을 많이 했다.

정부의 입찰 하루 전 바이백 취소는 '처음 있는 일'이었던 만큼 일각에선 정부의 갑작스러운 조치에 의해 채권가격이 흔들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비판했다. 당시 일부 채권딜러들은 "정부가 시장과의 대화를 중시한다는 입장이었는데, 갑자기 바이백을 취소해 버리면서 금리가 떴다. 이건 채권을 매수하려던 딜러들을 당국이 궁지에 몰면서 가격변수에 직접 영향을 준 심각한 사태"라는 식의 비판을 내놓았다.

이런 가운데 세금이 많이 들어왔으면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미리 상환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당시 오히려 바이백을 취소하고 다음번 바이백도 할지 말지 모른다고 하니 당황스럽다는 말들도 계속 나왔다.아무튼 정부는 당시 국채발행계획 등을 통해 정부가 시장에 미리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는데, 그 시스템을 스스로 무시했다는 비판을 면하긴 어려웠다.

즉 사람들이 국채발행계획 일정에 맞춰서 채권 매입 등을 준비하는데, 이처럼 바이백을 하루 전에 취소해버리면 딜러들 입장에선 운용 계획이 꼬일 수밖에 없다는 항변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세수가 많이 들어온 상황에서 바이백을 취소했으니, ‘혹시 12월 국채발행을 아예 안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들도 나오기도 했다.

바이백 취소가 발표된 14일 이상규 국채과장은 12월에 혹시 국채발행을 아예 안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12월에 발행을 안 할 수는 없다. 시장에 혼선을 줘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초과세수로 12월에 국채발행물량을 줄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인 추론'이지만, 당시 시스템을 감안할 때 아예 발행을 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시장에선 한은의 11월 금리인상에 대비해서 정부가 실탄을 아낀 뒤 시장 안정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추론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금리 흐름에 미리 베팅해서 입찰 시기 등을 조절한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외국인들도 뻔히 보고 있는데, 입찰 전날 취소를 해버리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당시 정부가 바이백 취소 사유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사람들 중엔 ‘큰 그림’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복지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채권발행을 크게 줄이기보다는 남는 세금을 세계잉여금으로 넘겨서 다른 용도로 쓸 것이란 관측 등이 있었던 것이다. 2018년에도 2017년처럼 세금 '풍년'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어 정부가 돈을 어쨌든 마련해 놓고 있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추론들도 나왔다.

또 이 일과 관련해 기재부의 대응이 뭔가 이상했다고 본 사람들 중엔 '청와대나 윗선'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아닌지 의심했다. 즉 정부 쪽에선 정책을 위한 '버퍼'를 만들어 보려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세계잉여금으로 적자국채를 줄일 수도 있고 여러 사업을 할 수도 있다. 또 박근혜 정부 때 일상사가 되다시피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이 없다고 100% 자신할 수도 없어 이런 의심들이 있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 강도를 높이면 부동산 관련 세금이 향후 줄어들 가능성 등을 보는 것 아닌가 하는 각종 ‘브레인스토밍’이 이뤄졌다.

당시 몇몇 채권딜러는 “정부 차원에서 자금을 여유있게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며, 바이백 취소나 향후 추가 바이백 불확실성 등은 국채과에서 혼자 한 일이 아닌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쪽에선 “국채과에선 금융시장에 전날 알리는 게 말이 되느냐는 항변을 윗선에 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거대담론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한국당 등 국회를 우회하기 위한 전략 아닌가 하는 추론도 있었다. 당시 한 채권매니저는 “정부가 바이백 취소 등을 통해 최대한 재량권 범위내에서 세계잉여금을 쌓는 전략을 쓰는 것같다. 세계잉여금은 국가재정법상 예산에 상계하지 않고 국회 동의 필요 없이 쓸 수 있는 점을 노리는 것 아니냐”면서 “바이백 등을 줄여 세계잉여금을 확대하고 국채발행은 기존 계획대로 갈 공산이 있다. 대차대조표상 세계잉여금은 부채가 줄어드는 것이니, 이를 근거로 내년 재정정책상 확대발행의 근거로 사용할 수도 있지 않나 싶다"고 추론해 보기도 했다.

■ 다시 2019년 1월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발언이 전국민적 관심사가 되면서 채권시장에서도 그 때 일을 떠올려 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A 운용사 매니저는 “사실 당시 일이 두고두고 의심이 남았다. 신 사무관의 고백을 들어보니 당시 1조원 바이백 취소가 어떻게 결정된 것인지 잘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B 증권사 딜러는 “당시 바이백을 하루 전 취소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 취소 사유가 명확하지 않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매우 궁금했다”면서 “신 사무관의 말로 그 의문은 풀렸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정치권이 정쟁의 소재로 삼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많았다.

C운용사 매니저는 “당시 바이백 취소는 정부가 잘못 한 일”이라며 “다만 정치적 재량에 속한 것이어서 법적으로 따지기 곤란하다. 정부가 꼼수를 쓰려고 했다고 비판은 할 수 있을 듯하다”고 평가했다.

D은행의 한 딜러는 “당시 시장이 그 문제로 혼란스러웠지만 금리가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었다”면서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했다.

아울러 신 전 사무관이 공무원 조직의 ‘불합리함’, 기재부와 청와대의 잘못된 ‘관계’ 등에 대해 폭로한 만큼 이번 일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들도 엿보였다.

신 전 사무관을 개인적으로 안다는 E 증권사 관계자는 “신 전 사무관에 대해 뭔가 의심하는 사람이 여전히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는 겸손하고 사명감이 있었고 정의감이 강했던 사무관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스타일이었으며, 공무원 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같다. 개인적으로는 당시 국채발행 문제로 청와대와 기재부 사이에 공방이 많았던 것으로 추론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기재부의 한 직원은 “신 전 사무관이 쓴 글엔 그가 겪었던 일, 들었던 일, 그리고 추론한 것 등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이 일이 잘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했다.

다른 기재부 직원도 “신 전 사무관이 한 말엔 공직자들이 귀담아 들을 내용이 많다”면서 정부와 정치권 모두 자성해야 할 때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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